남편의 위로
https://youtu.be/mDFAbU497Hw?si=R2tPCadT6jZF-4a6
남편은 다정다감한 스타일이 아니다.
내가 아프다고 하면
“병원 가봐” 한마디가 전부인 사람이다.
그런 남편은 나를 늘 독하다고 했다.
남들은 나를 잘 몰라서 작고 어려 보이니
고생도 안 하고 살고 마음도 여릴 거라 생각하지,
사실은 성깔 있고 강한데 다들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혀를 내두른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 겨울도
남편은 나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힘들다 아프다 해도 늘 그래왔으니까.
티가 나지 않았으니까.
근데 이번엔 달랐다.
수시로 엉엉 울었고 사라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남편도 그런 내 모습은 처음이었을 거다.
당황한 것 같았다.
정신과 검사 결과를 듣고 나서야
이성적인 남편은 내 행동을 납득했고
아, 이 사람이 진짜 많이 아프구나 생각한 거 같다.
그때부터 남편이 달라졌다.
내가 평소 감정조절 못하고 소리 지르면 맞받아 치던
남편이 그냥 받아주기 시작했다.
잠자코 들어주고 있었다.
내가 신경 쓰이지 않도록 모든 걸 조심하고 있었다.
어느 날 나는 그런 나를 보고 있을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소주 한잔 하자고 했다.
술을 마시는 건 5년 만이었다.
조용히 앉아 속 이야기를 털어놨다.
많이 지치고 힘들다고 했다.
그날 남편이 알고 있다고 많이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니 혼자 아파하지 말고 같이 이겨내자고….
기분을 더 낼 겸 우리는 노래방까지 갔다.
잠깐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남편이 노래를 부르다
막 들어오는 나를 보며 울고 있었다.
어? 이 사람 왜 울지!
그 순간 생각했다.
아, 나만 힘들다고만 하고 있었구나.
이 사람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나는 물었다. 왜 우냐고..
남편은 이 노랫말이 나를 향한 자기 마음을 대신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리고 나를 꼭 안아줬다.
나는 무슨 노래인지 몰랐다.
근데 그동안 쌓였던 것들이 순간 한꺼번에 쏟아졌다.
남편 품에서 한참을 울었다.
오랜만에 후련해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남편이 그 노래를 공유해 줬다.
김연우의 〈사랑한다는 흔한 말〉이었다.
가사 한 줄 한 줄이 마음에 박혔다.
그날 혼자 울던 남편의 얼굴이 교차했다.
평소 공감을 잘 못하는 사람인줄만 알았다.
나 혼자만 지쳐 힘든 줄 알았는데
남편도 평소와 다른 나를 보며 많이 불안해했고
미안해하고 있었다.
그날, 내가 사라지면 안 되는 이유를 다시 찾았다.
겨우내 움츠려 있던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하며 기지개를 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