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의 회사고민이나 각자 회사에서 벌어지는 이슈에 관한 나의 견해를 "회사 이슈 톺아보기" 챕터에 적어보려 한다. 이번 회사 이슈는 지인이 다니는 건설회사에서 벌어진 일이다.
결혼 안 한 40대 후반 여자 상무 A가 있다. 그리고 그 상무 담당 부서에는 육아휴직 이후 복직한 워킹맘 B가 있다.
어느덧 고과시즌이 찾아왔다. 열심히 1년 동안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면 열심히 일했던 워킹맘 B는 회사를 향한 자기의 노고를 높게 평가하여 그에 걸맞은 고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웬걸. 상무 A는 워킹맘 B에게 평고과 이하를 주었다.
이에, 워킹맘 B는 "상무 A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애도 없어서 워킹맘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해서 나에게 이런 고과를 줬다"라고 불평불만을 했다고 한다.
위 상황에 대해 크게 2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다.
1) 워킹맘 B의 생각처럼 "상무 A가 결혼, 육아 감수성이 없어서 워킹맘에게 낮은 고과라는 옳지 않은 처분을 내렸다"
2) 반대로, "상무 A는 워킹맘 B의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는 인생의 고단함과 상관없이 '업무성과'만을 기준으로 공정하게 고과를 줬을 것이다"
요즘 같은 초저출산 시대에 매스컴과 사회 분위기가 "워킹맘, 워킹대디들을 우대해야 출산율이 오른다"는 기조 아래 힘쓰고 있으며, 이는 모든 기업들의 워킹맘, 워킹대디를 위한 사내정책 시행이 권장요소를 넘어선 필수요소로 자리 잡게 하고 있다.
(참고로, 워킹맘 워킹대디를 위한 사내정책의 예시로 우리 회사의 경우 "남녀구분 없이 분할로 사용할 수 있는 6개월 육아휴직", "임산부 야근 금지", "육아가정은 필요시 재택근무 권장" 등이 있다.)
다만, 워킹맘, 워킹대디가 직장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게 유연한 업무시간 및 업무장소를 제공해 준다는 것 이상으로 "워킹맘, 워킹대디이기 때문에, 타 부서원들보다 육아를 병행함으로써 오는 고단함이 더 크기 때문에 높은 고과를 잘 받아야 한다는" 논리는 매우 어불성설이다.
복잡할 거 없다. 매우 단순하다. 그냥 일한 만큼, 성과 기반으로 고과를 줘야 한다고 보고, 위 이야기에서의 상무 A도 성과 기반으로 각 부서원들의 고과를 줬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만약 타 부서원 대비 업무성과가 좋지 않은데 워킹맘, 워킹대디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높은 고과를 받는다면, 요즘 "초저출산"이라는 키워드 못지않게 사회에서 중시되는 "공정성"이라는 덕목을 위배하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워킹맘, 워킹대디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업무성과를 위해 애쓰는 부서원이 외벌이일 경우, 그 부서원은 집에서 독박육아를 담당하고 있는 배우자의 몫까지 회사에서 노력하고 있는 것일 텐데, 단지 본인이 업무와 육아를 병행하지 않기 때문에 고과 경쟁에서 피해를 본다면, 이는 말 그대로 "역차별"이 아닐 수 없다.
To. 워킹맘 B
사람이란 모든 일을 다 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사람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시절 모든 과목을 A 학점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몇 개 과목은 B 학점을 받을 정도만 공부하고 꼭 A학점을 받아야 되는 과목에 전념해야 되는 것처럼, 직장과 육아 사이에서도 나름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장과 육아 모두 다 A를 받고 싶다면, 다른 부서원보다 객관적으로 더 잘해야 된다. 근데, 그 둘 다 이두저두 안될 거 같으면, 1개는 확실히 포기를 해야 되는 법.
이미 다 알고 있는 상식 선에서 상사가 올바른 결정을 한 것을 가지고, 결혼을 하지 않아서, 육아를 하지 않아서 라는 이상한 프레임 씌우서 꼬아서 보지 말자
육아를 병행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업무성과를 기준으로 고과를 주면 되는 건데, 애초에 왜 위의 내용이 회사에서 이슈가 되고 사람들마다 의견이 분분해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나는 그 이유로 사람들이 여러 가지를 다 고려하려다가 정작 "본질"을 놓쳐서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비단 이번 워킹맘 B의 낮은 고과로 촉발된 이슈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본질을 놓친"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업무시간을 업무성과보다 높게 쳐서 야근을 많이 한 부서원에게 높은 고과를 주는 경우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극 중 최민식이 부산세관에서 일했을 당시, 누군가는 부서의 업무실수를 책임지고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에서 업무성과가 아닌 "밑에 처자식이 몇 명 딸려있냐"를 기준으로 사직해야 되는 직원을 선정하는 것 또한 본질을 놓친 처사이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최대한 단순화시켜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뿌연 안갯속에서 본질이라는 빛을 따라 모두가 올바른 행동 및 의사결정을 하길 바란다.
Chapter. 회사 이슈 톺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