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과철이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10월 말에서 12월 사이에 올해의 업적을 평가하고, 이를 "고과를 받는다/매긴다"라고 한다. 올해 어떤 고과를 받을지에 대해 다들 두려움 반 기대 반일 거다. 요즘 들어 눈치작전으로 고과권자인 파트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눈치야근을 한다거나 파트장과의 관계에 더욱 신경을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고과 잘 받기 전략" 글을 보지 않으신 분들은 참고 바란다
: https://brunch.co.kr/@d722bd92c9cc4e3/8
내가 재직 중인 회사에서 작게는 5명에서 크게는 20명 정도의 조직의 장은 파트장, 이런 파트 여러 개를 묶은 단위를 랩/그룹이라고 하며, 랩/그룹의 장을 부서장이라 한다.
이렇게 대부분 본인이 파트장으로부터 어떤 고과를 받을지만 생각하지, "자신의 파트장도 그 위의 부서장으로부터 고과를 받는 입장"이라는 점은 간과하기 쉽다. 부서장부터는 임원 진급후보군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고과를 평고과 이상으로 항상 받기도 하고, 임원으로 발탁되면 연봉이 상승하는 효과와 더불어 명예도 거머쥐게 된다. 하지만, 파트장은 부서장 후보군이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보상이 없다. 상위고과를 보장받는 것도 아니고 연봉이 오르는 것도 아니며 명예로운 직책도 아니다. 그에 반해, 파트장을 함으로써 업무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격무에 시달린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회사 내 여러 직책 중에 파트장만큼 애달픈 직책이 또 있을까 싶다. 이 와중에 이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인사과 분들이 있어, 밑에 몇 글자 적어본다.
To 인사과 분들,
요즘 다들 파트장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파트장 한다고 돈을 더 주는 것도 고과를 더 잘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돈보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세대에게 파트장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이런 현상은 비단 내가 재직하고 있는 회사만의 현상이 아니라 밑에 뉴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MZ세대에 맞춘다느니 해서 기존 파트장들에게 추가적으로 면담 횟수를 늘려 파트장 업무를 더 힘들게 한다거나, 파트원들이 하는 파트장 평가를 통해 평가점수가 충족되지 않은 파트장들을 보직해임 하는 등의 조치를 요즘 시점에서 실행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안 그래도 고달픈 사람들이고, 기존 파트장들도 이제 파트장 안 하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 엄청 많다. 매년 조직개편 때 각 부서장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게 그만두겠다는 파트장 달래고, 아무도 파트장 하기 싫어하는 분위기에서 신규 파트장 선정하는 일이라더라. 따라서, 파트장 대우를 먼저 개선한 다음에 파트장에 대한 평가 체계를 개선/강화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한다.
조직이라는 구조에서 중간관리자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임과 동시에 어려운 직책이다. 이런 직책을 맡은 사람들에게 더 이상 "임원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이니 아무리 힘들더라도 감내해야 된다"는 식으로 걸맞은 보상 없이 정규직이 되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계약직 부리듯이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 제발 현장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남발하는 탁상행정은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