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간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명확하다. 각 부서의 이익이 충돌되기 때문이다. 매년 각 부서는 업무목표를 할당받고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부서들은 각자의 고유역할에 따라 타 부서들과 협업을 한다. 기획팀은 서비스 기획을 하고, 개발팀은 기획팀이 작성한 안을 기반으로 개발을 하는 것처럼. 여기까지만 보면 "어느 부분에서 갈등이 생긴 다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 몇 가지 실례를 들어보자.
기획팀 vs 개발팀
(기획) 이번 서비스에 최대한 많은 기능을 넣어야지 목표한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개발팀은 자꾸 몇 개 기능을 기획안에서 빼자고 하고.. 미치겠네..
(개발) 아니 데드라인은 정해져 있는데, 이거 기능 다 개발해 주겠다고 했다가 일정 안에 개발완료 못하면 다 우리 탓할 거 아니야. 절대적으로 여기서 몇 개 기능은 빼야 돼..
개발팀 vs QA*팀
(개발) 이 버그*는 개발이 잘못된 게 아니라 테스트 환경이 잘못 세팅되어서 발생한 거 같은데? 이 버그는 QA팀에게 삭제해해 달라고 해야겠다.
(QA) 테스트 환경은 잘못된 게 없고 우리가 제대로 문제점을 찾은 거 같은데, 개발팀은 계속 문제점이 아니라고 하네. 버그가 있는 상태로 서비스가 출시되어 발생하는 소비자/사용자 클레임(Claim)에 대한 책임은 우리 팀이 지는 건데
※ 버그(Bug) : 다른 말로 디펙(Defect).
※ QA (Quality Assurance) : 개발된 제품/서비스가 출시되기 전에 테스트를 통해 품질 관리 하는 팀
부서 간의 갈등은 부서 내의 파트 간에도 발생한다. 개발팀을 예로 들면, 추가보상이 보장되지 않는 신규기능이나 이슈 대응 코드 개발업무를 웹페이지 개발파트가 맡을 건지, 서버 개발파트가 맡을 건지 등으로 피 터지게 논쟁을 하는 것은 일상이다. 이와 반대로, 윗선에서 관심을 가져 막대한 보상이 보장되는 업무에 대해서는 또 서로 하겠다고 난리가 난다.
이렇게 부서들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 본인 파트 책임이 아님을 관철시키고, 보상이 기대되는 업무는 선점하기 위해 매일 갈등 속에 살아간다.
부서 간의 갈등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다. 파트장은 어떻게 하면 본인 파트의 이익을 지키면서 갈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집중하게 된다. 갈등이 발생한 상대방 측의 파트장과 어떻게 협의하고 중재할지는 파트장 대 파트장, 개인 대 개인의 영역으로 통상적인 "협상법"을 따르면 될 것이다. 따라서 회사생활 노하우정보 제공이 목적인 이 책에서 "협상법"을 다루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협상법"보다는 유관부서와의 갈등 상황을 부서 간의 조직이라는 관점에서 한 단계 레벨을 낮춰, 개개인의 관점에서 파트장이 어떻게 파트원과 대응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 얘기해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파트장의 대응법은 파트장과 파트원 간의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파트장이 갈등을 대응하는 일거수일투족을 파트원들은 지켜보고, 이를 토대로 파트원은 파트장을 평가하고, 더 나아가 신뢰와 지지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트원으로부터의 신뢰와 존중, 지지를 얻기 위해 파트장으로써 어떻게 옆 부서와의 갈등을 대응해야 되는지를 설명하겠다.
(혹시 리더십 평가에서 파트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안심하고 있는가? 내 회사 경험 상 대다수는 절대로 자신의 속마음을 일개 회사가 시켜서 하는 평가 따위에 드러내지 않는다. 외국 직장문화에서는 다를 수 있겠지만, 한국직장인들은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마음으로 리더십 평가를 하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마음으로 이직/전배를 한다는 게 내가 관찰한 현상이다.)
파트장과 파트원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개개인의 성향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개개인의 성향은 "개성"이라는 말 뜻처럼 가지각색이지만, 설명이 용이하게 단순히 호전적/평화적 두 개 부류로만 나눠보자.
평화적 성향 : 최대한 갈등을 피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으며, 그 외의 파트이익, 개인 자존심 등은 차선으로 둔다.
호전적 성향 :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파트에 득이 된다면 마땅히 어려움을 감내한다.
그리고 이를 파트원과 파트장에게 적용해 보면 성향에 따라 4개의 경우로 나눌 수 있다.
A) 호전적인 파트장 & 호전적인 파트원
B) 평화적인 파트장 & 평화적인 파트원
C) 호전적인 파트장 & 평화적인 파트원
D) 평화적인 파트장 & 호전적인 파트원
A와 B처럼 파트원/파트장 서로의 성향이 같은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서로 유사한 방향으로 유관부서와의 갈등을 해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옆 파트로부터 특정 문제가 우리 파트 때문이라는 공격을 받을 경우, 호전적인 파트장/파트원은 다소 과격하게 보일지라도 끝까지 본인 파트의 귀책사유가 아니라는 주장을 관철시킬 것이고, 반대로 평화적인 파트장/파트원은 당장 자신의 파트가 손해를 보는 경우라도 훗날을 도모한다고 믿으며 그다음을 철저히 준비할 것이다.
서로의 성향이 다른 C와 D의 경우는 상황이 다소 복잡해진다. 먼저, 파트장이 호전적인 C의 경우는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 갈등을 대면하고 싶지 않은 파트원은 자신을 대신하여 옆 파트와 싸워주는 파트장으로부터 큰 안정감과 "우리 리더는 책임감이 있네"라는 생각을 가질 확률이 높다. 본인의 성향과 무관하게 자신을 위해 목소리를 내주는 파트장을 싫어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진짜 문제는 D의 경우다. 자신을 위해 싸워주지 않는다고 파트원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파트장은
자신의 평화적 성향 상 불편할지라도 자신의 파트원을 위해 목소리를 내주거나, 이것도 힘들면 적어도 파트를 위해 파트장인 본인 대신 목소리를 내는 파트원을 뒤에서 지지해 주고 인정해줘야 한다. 혹여 "왜 쓸데없이 그렇게 옆파트와 분란만 만드냐"는 핀잔은 정말 최악이다. 파트원이 안착하고 일하고 싶은 파트를 만드는 몫은 그 누구도 아닌 파트장의 몫이자 책임이나 역할이다. 중은 절이 싫어지면 미련 없이 떠난다는 점 명심하길 바란다.
옆 파트와의 갈등 상황에서 파트장은 파트의 이익을 중요시해야 됨과 동시에 옆 파트 대응을 함께 하는 파트원과의 성향도 고려하여 합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위에서 말하였다. 이번에는 개개인의 관점이 아닌 업무 측면에서 고려해야 되는 점을 말해보고자 한다.
업무 관점에서 고려해야 될 점은 개개인의 성향을 고려해야 되는 복잡성 대비 의외로 간단하다. 지금 내리는 업무 의사결정이 수지타산이 맞는지에 대한 저울질만 잘하면 된다. 여기서 저울에 올려져야 하는 2가지는 파트의 이익 vs 이를 위해 들어가야 하는 파트원의 공수.
많은 파트장들이 본인 파트의 성과/이익을 위해 파트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파트가 얻는 이익을 위해 파트원들이 들이는 노력이 합당한가에 대해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 만약 특정 신규 업무를 함에 있어서 파트원들의 업무량이 늘어나는 만큼 그로 인한 파트의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예상이 된다면, 그 신규 업무를 맡겠다는 의사결정은 과감히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점을 신경 쓰지 않는 파트장을 생각해 보자. 본인 파트가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은 상관없이 성과가 보장된다는 명목 하에 신규 업무를 줄줄이 가지고 오는 야망 있는 파트장. 시쳇말로 "밑에 애들이 갈린다"라고 표현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회사야 신규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따질 때 기존 직원들이 추가로 얼마나 일을 더 해야 될지의 man-hour는 디폴트로 생각하고 지출항목으로 계산하지 않고 기획을 하긴 하지만, 일선에서 조직을 관리하는 파트장이 가져야 하는 마인드는 아니다. 파트원 눈에는 그저 파트장 본인의 성공, 욕심을 위해 파트원들을 갈아 넣는 이기적인 파트장 일 뿐이다.
위에서 얘기한 평화적인 파트장도 저울질을 잘 못하는 것은 야망 있는 파트장과 별반 다를 거 없다. 옆 파트와 계속해서 언쟁하기 싫어서, 갈등을 피하기 위해 성과 없는 노가다성 업무도 "이번 업무 그냥 우리가 하지 뭐"라며 떠 앉는 파트장. 옆 파트 입장에서는 좋은 사람일 수 있겠지만, 정작 본인 파트원들에게는 성과 없는 일만 줄줄이 가지고 오는 무능한 파트장일 뿐이다. 다들 속으로 "아주 홍익인간 나셨네. 예수, 부처 저리 가라네"라고 생각하며 파트를 떠날 준비를 할 것이다.
위의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건설업을 다니는 지인이 실제 겪었던 아래 상황에 대해 고민해 보자.
지인은 도급업체* 직원이며 최근 진행하는 프로젝트 관련하여 외주업체*가 맡은 업무의 과실에 대해 본인들은 책임이 없다고 연락이 왔다. 해당 과실로 인해 발주처*가 요구한 프로젝트 기일을 맞추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업무의 과실은 1) 도급업체가 잘못된 요구사항을 주어서 발생한 경우와 2) 외주업체가 요구사항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여 발생한, 2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과실에 책임이 있는 업체는 계약상 발주처*에게 기일을 맞추지 못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금전적으로 배상을 해야 되기 때문에, 도급업체와 외주업체, 양쪽 모두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갈등 상황이다.
도급업체의 파트장 입장에서 외주업체에 귀책사유가 있다는 것을 주장/증명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설계자료를 검토해야 되는 상황이며, 이 업무량은 3명이 적어도 5일을 할애해야 하는 양이다. 하지만, 굳이 모든 설계자료를 검토하지 않아도 몇 부분만 봐도 이는 도급업체의 잘못임을 알 수가 있었다.
※ 도급업체 : 특정 업무나 작업을 계약에 따라 맡아서 수행하는 회사
※ 발주처 : 원청업체.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도급업체에 작업을 맡기는 주체
※ 외주업체 : 하도급업체/협력업체. 도급업체로부터 다시 일부 작업을 재하청 받는 업체
위와 같은 상황에서 도급업체 파트장은 어떤 선택을 했어야 했을까?
평화적인 성향의 파트장이라면 업무량이 얼마나 많든 상관없이 파트원들에게 일일이 설계자료를 검토하여 외주업체에게 반박메일을 보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외주업체와 대면하여 얼굴 붉힐 일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호전적인 성향의 파트장이더라도 같은 의사결정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외주업체가 반박하지 못할 만한 완벽한 반박 리포트를 만들어, "앞으로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아주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줘야지"라는 심상으로 말이다.
두 경우 모두 파트원들이 비생산적인 업무로 고생하는 상황으로 귀결된다. 파트원들은 "아니, 당연히 외주업체가 잘못한 걸 가지고 우리가 이렇게까지 야근을 해야 되는 거야?라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 파트원들의 업무량을 최소로 하면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도급업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도급업체로부터 다음 계약을 따낼 수 있는 외주업체의 입장을 십분 활용한다면, 파트장은 굳이 직원들의 업무량을 늘릴 필요 없이 외주업체와 대화를 통해 갈등을 중재하는 방향으로 먼저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옆 파트와의 갈등에 대처함에 있어, 파트원의 업무량을 늘리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옵션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회사업무를 하며 유관부서와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모든 갈등은 해소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옆 파트의 마음, 본인 파트원의 마음 모두 훔치는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모든 파트장들에게 바란다.
Chapter. 유관부서 및 팀원 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