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장도 동료이다!
[Disclaimer]
나는 아직 파트장을 해본 적이 없다. 서비스 개발 프로젝트의 PM을 2년간 하며 개발팀원들의 업무 및 개발파트너 지정(누가 누구랑 같이 일을 할 것인지), 유관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맡은 적은 있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파트장을 했다기보다, 간접적으로 했다고 볼 수 있다. (매년 말 파트장이 나에게 팀원들의 고과에 대해 의견을 구했으니, 파트장의 역할을 간접적으로 체험했다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이번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 이건 앞서 말한 PM으로써의 경험과 파트원으로써 여러 파트를 옮겨가면 나와 같이 업무를 한 여러 파트장들로부터 배운 점, 그리고 내가 나중에 파트장이 되면 해야 되겠다고 적어놓는 다짐들이다.
파트장으로써 지켜줬으면 하는 점들과, "아.. 이것만은 좀 하지 말아 줬으면" 하는 점을 the Do's and Don'ts로 구분해서 설명하려 한다. 처음부터 아래에 언급된 모든 내용들을 실천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럴 경우, the Do's 보다는 the Don'ts를 우선적으로 지키길 바란다. 여담이지만, 정신과의사가 말하길, "인간관계에서의 불화가 생겼을 시 해결방법은,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extra로 더 해주는 게 아닌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부터"라고 하더라
사람마다 성격은 하나같이 다 다르고 다양하다. 내가 단순히 바로 생각나는 성격들을 나열해 봐도 무리 없이 여러 개 적을 수 있으니.
내향적 / 외향적
불만이 있는 경우 파트장인 본인한테 적극적으로 알린다 / 조용히 혼자 삭힌다
혼자 일하는 것을 선호 / 협업을 선호
유관부서와의 협업 및 출장 등을 선호 / 비선호
여기에 더불어 사람마다 처한 환경도 다 다르다.
결혼 유무
육아 여부
직주 근접 여부
최대한 성격/배경/환경 등 각 파트원 별로 고려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종합하여 각 파트원들을 배려해 줘야 되겠다는 마음 가짐이 파트장으로써 가져야 될 덕목이라고 나는 믿는다. 어떻게 파트장이 개인 별로 다르게 대응해줘야 하는지 불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파트원(이하 파트원 A)과 그렇지 않은 파트원(이하 파트원 B)을 예시를 들어보자.
파트원 A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면담을 통해 이슈를 청취하고 그에 대한 대응방법을 해당 파트원과 같이 고민하고, 더 나아가 파트원 A가 직접 이슈를 해결할 수 있게 그에 걸맞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대응을 할 수 있다. 반면, 파트원 B처럼 불만이 있어도 티 내지 않고 혼자 삭히는 스타일은 회사에서 정해준 정기면담 시간에 "요즘 어려운 거 있나요?"라고 물어볼 수도 있지만, 평소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파트원 B에게 무슨 어려움이 있는지 간접적으로 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파트원 본인이 어려움을 토로하기 전, 선제적으로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파트원 B 같은 스타일은 대부분 내향적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성향의 사람을 붙잡고 매일 "뭐 어려운 거 없니?", "얘기 좀 할까?"라고 파트원 A를 대하듯 대응하면 파트원 B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이다.
혹자는 "아니, 어떻게 몇십 명 되는 파트원들을 일일이 맞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파트라고 하면 10~20명 정도의 인원들로 이루어진 조직이라는 전제하에 말을 하는 것이라, 1명의 파트장이 최대 20명의 개개인은 맞출 수 있어야 된다고 보고 있다. 그 이상으로 조직이 커지면 중간관리자를 두어 20명의 파트원이 아닌 20명의 중간관리자를 관리하면 되는 일이고. 만약에 20명의 개개인을 맞춤케어 할 자신이 없거나 능력이 안 돼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단호히 말하는데 파트장이라는 역할이 본인에게 맞는지를 심각하게 고려하길 바란다.
개개인의 성향/배경/상황 등을 고려하여 배려해 주고 거기에 맞춰 대응해야 하는 "다양성 존중"의 측면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파트"라는 조직 내에서 통용되어야 하는 Ground Rule이라는 "일관성"도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파트원과의 면담시간을 정해서(분기/반기/월 별), 파트장과 면담하기를 상대적으로 싫어하는 파트원도 면담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던지,
육아를 해야 되는 파트원들은 5시에 일괄퇴근할 수 있도록 파트 내 정책으로 만들어 해당 파트원들이 눈치를 보지 않게 해 준다던지,
유관부서와 업무 후에는 꼭 간략하게 파트장에게 구두 보고 혹은 3 문장 이하로 간략보고를 해달라던지 등
근태 및 업무방식 등에 걸쳐 필요한 Ground Rule은 있어야 한다. 다만, 이러한 Rule들은 가능하면 "최소한"으로 꼭 필요한 것들만 만들기를 바란다. 이 정책들의 수가 많아지고 복잡해지면 이걸 따라야 하는 파트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파트원들의 다양성에 대한 배려는 앞서 언급한 근태나 Ground Rule을 정하는 등의 정책적인 부분에도 필요하지만, 제일 크게 필요한 부분은 업무 할당과 사수/부사수 및 업무 파트너 Pair-up이라 생각한다. 파트장이라면 업무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의사결정을 하기 마련이다.
유관부서나 사람들과 대면을 많이 해야 되는 업무를 할당해야 될지 / 혼자 깊게 파야 되는 업무를 할당해야 될지?
이번에 들어온 신입사원에게 누구를 붙여야 되나?
신규 과제는 누구를 리더로 지정하고 몇 명을 붙여야 되고, 누구를 지정해야 될까?
파트원들의 업무 관련 의사결정 시 대부분의 파트장들은 여러 측면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1가지 측면만을 고려하는 우를 범하곤 한다. 예를 들어, 성격상 후배 양성이나 남에게 자신이 아는 지식을 전달하는 게 능숙하지 않은 사람을 단지 해당 업무를 오래 하여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만을 고려하여 신입사원이나 후배와 Pair-up 하여 사수의 역할을 할당하는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최악의 경우 사수/부사수 간의 불화로 인해 파트원들이 전배/이직을 하여 파트 내 인력공백이 생기는 불상사가 생기는 모습을 나는 수도 없이 봐왔다.
이런 경우는, 무리해서 협업이 익숙하지 않은 파트원을 사수로 정하기보다는 파트원이 보유한 업무지식을 평소에 문서화하도록 하고, 해당 문서를 통해 신규인력이 업무를 배우거나 인수인계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법을 적용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업무가 힘들어서, 어려워서 보다는 같이 일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어서 전배나 이직을 선택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며, 이를 사전에 예방을 하는 것을 넘어 업무적 시너지까지 만들 수 있으려면 파트원 개개인의 능력/성격 등을 고려하여 Pair-up 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파트원에 맞는 업무도 할당해 주고 업무적 시너지가 날 수 있는 파트원끼리 Pair-up 해서 파트가 아주 태평성대하게 운영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파트장도 하나의 인간이라 실수를 하기 마련이고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부대끼며 사는 세상 어디든 불화가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불화가 생기면 이를 조율하고 해결하는 것도 파트장의 몫. 다만, 불화를 넘어서 파트 내 분란을 만드는 사람이 있는 경우가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운덩이를 흙탕물로 만든다고, 잘 운영되던 파트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을 파트장은 어떻게 극복해야 될까?
해당 파트원에게 "이런 점 때문에 다른 파트원들이 힘들어하니, 이 부분은 개선을 해줄 수 있느냐"등의 피드백을 줘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가 해결 안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위에서 말한 "파트장은 개개인 별 맞춤 대응"을 해야 된다는 내용을 보면 이 경우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인력에게도 맞춤 "배려"를 하여 어떻게든 해당 인력이 타 파트원들과 잘 지내야 된다고 내가 얘기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도 있겠다.
하지만 단호히 얘기할 수 있다. 아니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러므로 해당 인력을 파트에서 퇴출시키는 것을 강력히 권한다. 아직도 어르고 타이르면 해당 파트원이 환골탈태하여 파트원들과 잘 지내는 사람으로 바뀔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파트를 위해 때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된다. 만약 본인이 사람들에게 모진 소리를 하거나 잘못을 지적하는 데 있어서 주저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파트장 역할을 내려놓는 것을 추천한다.
파트장은 여러모로 고과권과 같은 권한과 동시에 막중한 책임도 주어지는 자리이다. 여러 이유로 인해 인력 유출이 발생하거나 파트원들의 업무 퍼포먼스가 잘 나지 않아 파트 내 업무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파트장들은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하고 그냥 묵묵히 공백이 생긴 실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파트장은 "잡음 없이" 파트 운영 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트장 역시 그 위의 부서장 입장에서는 한 명의 파트원과 동일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괜히 문제를 끌어안고 있다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쳐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부서장에게 인력보충 등의 해결안을 요청하거나 같이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알고 있다. 파트를 잘 운영하지 못하는 무능한 파트장으로 비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부서장에게 얘기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하지만 이는 본인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생각이다. 파트장으로써의 자신의 평판보다는 자신을 따라주고 의지하는 파트원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자세가 진정한 올바른 파트장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내가 신입사원 때 파트에서 일어난 일이다. 당시, 실적이 좋지 않았던 타 사업부에서 우리 사업부로 대규모 인력들이 넘어오던 시기였다. 우리 파트에도 인력 3명이 충원되었다. 기존 8명이던 파트에 3명의 신규인력은 파트가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파트 실적보다도 더 중요했던 건, 타 사업부로 전배 당한 그 3명이 스트레스 없이 안정적으로 파트에 정착하도록 돕고 배려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파트장은 파트장으로써 자질이 1도 없는 사람이었던지라, 기존 파트원들도 전배나 이직을 고민을 하고 있었었다. 그리고 결국 파트장은 신규 배치된 그 3명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말았다.
파트장은 3명에게 개발업무를 할당하고 나서 하루에도 몇 번씩 자리에 찾아와서 진행상황을 물었다. "다 했어요?", 잘되고 있어요?", "언제까지 돼요?" 얼마 지나지 않아 3명 모두 다른 파트로 전배를 신청했다. 전배 가기 전 나에게 이렇게 얘기하더라, "하루에도 진행상황을 몇 번이나 물어보던지, 우리 3명끼리 매일 각자 파트장이 찾아오는 횟수 적어서 비교까지 했다니까".
파트장은 신규 인력이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우려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때 자신이 파트장으로써 "마이크로매니징"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자신의 초조함을 못 이기고 그렇게 사람을 달달 볶는, 명백하게 잘못된 행동이다.
상사가 직원들의 업무현황을 세세하게 코칭하고 관리하는 방식을 흔히, "마이크로매니징"이라고 한다. 마이크로매니징이 잘 맞는 파트원도 물론 있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자주 상사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한테 "마이크로매니징"은 긍정적이다. 상사의 생각을 이해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내 경험 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이크로매니징"을 좋아하지 않는다. 파트장이 자신을 믿고 업무를 맡겼으면 하며,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마음을 동기부여 삼아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런 관점에서 "마이크로매니징"은 신입사원에게나 알맞은 방법이지, 이미 십수 년의 경력을 가진 사람에게 파트장이 사용하기에 적합한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파트원 시절 높은 평가를 받아서 파트장이 된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실수가 이것이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파트원이 업무 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하면 더 잘할 거 같은데?", "왜 저렇게 밖에 못하지?"라고 생각하며 잔소리를 하다못해 본인이 직접 실무를 하는 파트장들을 많이 봐왔다. 이런 파트장의 태도는 해당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파트원의 업무사기를 크게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파트장 자신도 기존 파트장으로써 해야 되는 업무 외에 추가로 실무를 하는 것이기에 매우 힘든 상황을 연출한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힘듦은 다 무능력한 파트원 때문이라고 비난까지 하기도 한다.
파트장은 실무 하라고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라. 그렇게 자신보다 업무 퍼포먼스가 안나는 파트원을 지켜보는 게 힘들다면 파트장 직을 내려놓고 다시 파트원으로써 실무를 하면 된다. 파트장은 파트 운영을 통해 파트원의 자질을 키워 파트 전체의 업무 퍼포먼스를 올리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못마땅해하는 파트원이 자기가 만족할만할 수준으로 업무를 할 수 있다면, 애초에 해당 파트원이 자기 대신 파트장이 될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길 바란다.
갑작스럽게 파트장이 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몇 년 후에 파트장이 될지 예상을 할 수 있다. 자신의 평소 업무평가라던가, 주위 자신과 비슷한 연차인 사람들의 평가라던가를 통해서 말이다. 이렇듯 본인이 근시일 안에 파트장이 될 것 같다면, 그리고 자신이 파트장을 하고 싶다면, 제발 좋은 파트장이 되기 위한 노력을 사전에 미리 해야 한다. 그래. 미리 파트장이 되는 것을 예상하고 확실시되지 않은 파트장이 된 본인을 위해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과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파트장이 된 다음에는 절대적으로 좋은 파트장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된다.
군대에서 짬놀이하듯 자신이 파트장이 되었다는 사실만을 만끽하고 정작 좋은 파트장이 되기 위한 노력은 등한시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본인이 파트장을 넘어서 임원까지 바라보고 있다면 더더욱 조직관리 능력을 배양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회사 내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10~20명 정도 관리 하는 파트장 자리로 만족하기 때문에, 임원은 바라지도 않기 때문에, 그냥 그저 그런 파트장으로 남으면 되기 때문에 별 다른 고민 하지 않는다라고 답하는 파트장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자신이 앉아 있는 자리를 둘러보길 바란다. 자신 주위에 앉아 있는 본인의 파트원들이 무슨 죄가 있길래 당신과 같이 노력하지 않는 파트장 밑에서 일하게 되었는지 한탄하고 있지는 않은지. 좋은 파트장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기 싫다면, 제발 파트장 직에서 내려오길 바란다.
P.S. 요즘 대부분 파트장을 기피한다. 워라밸을 중시하고 승진에 목메지 않는 요즘 세대에게 파트장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이렇듯 대부분이 파트장을 하기 싫어하지만, 동시에 "파트장이라면 응당 이 정도는 해줘야지"라는 기대심리는 여전히 높은 현실이다. 지금 파트장 역할을 하고 계신 많은 직장인들 힘내길 바라며, 부족한 파트장 밑에서 일하느라 힘든 파트원들은 "내가 파트장 되면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라는 타산지석의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 버텨내길 바란다.
Chapter. 유관부서 및 팀원 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