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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라항 Oct 20. 2024

[뉴비들을 위한 업무 팁 #2] 회의록 쓰는 법

회사에서 같이 업무 하는 사수에게 내가 요즘 브런치에 회사생활 관련된 글을 연재하고 있다고 얘기를 했다. 그 내용 중에 하나로 신입사원들을 위한 업무팁/조언을 다루는 섹션이 있다고 하면서 그 예로 제일 빨리 다루고 싶은 게 회의록 쓰는 법이라고 했더니, 사수가 말하길, 

맞아! 정말 회의록 쓰는 건 진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으면서 쓰라고만 하는 것 중 하나야. 나는 입사 초부터 4~5년 전까지 개발만 해서 회의록 쓸 일이 많이 없다가 부서이동하면서 본격적으로 회의록 쓰기 시작했는데, 이거 참 막막하고 내가 회의록 잘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여하튼 엄청 스트레스였고 지금도 나름 스트레스고.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가이드 같은 게 있으면 좋겠네. 


나는 이전 부서에서 기획 업무를 맡을 당시 파트장이 감사하게도 회의록 쓰는 법에 대해 트레이닝을 해주었다. (그냥 트레이닝이 아닌 하드 트레이닝). 근데 뭐랄까, 뭔가 체계적으로 가르쳐준 것은 아니고, 내가 회의록을 쓰면 거기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형식이었다. 어느 날 "이번 회의록 잘 썼더라"라는 파트장의 말에, "아 이제 회의록 쓰는 것에 대해서 내가 감을 잡았구나"라고 느끼는 정도. 


나는 알고 있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이 말인즉슨, 회사는 업무를 가르쳐줄 의무는 없으며, 이런 기조는 매년 신입공채를 계획하는 대기업 수가 줄고, 공채를 하는 대기업 사이에서도 채용인원수가 줄어드는 시대에서 더욱더 뚜렷해진다. 요즘 회사는 신입을 뽑아서 업무를 가르쳐주기보다는, 별도 교육 없이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한다. 회사는 점점 신입도 적게 뽑고 신입에 들어가는 교육도 줄이는 상황, 인력난에 허덕이는 대부분의 파트들은 "우리 파트는 언제 인력 충원되나?"라는 상황에서 신입사원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다음 회의록 쓰는 법을 잘 보고 익혀서 신입이더라도 경력직처럼 회의록 잘 써서 선배들한테 "하... 신입 왔어? 이거 언제 키워서 언제 써먹냐?"라는 우려 대신 "이번 신입 대박이네!"라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어보자!




회의록 쓰기 절대 원칙


크게는 회사마다 혹은 기획이냐 개발이냐 등의 업무특성에 따라서, 그리고 작게는 작성한 회의록을 읽는 상사에 따라서 회의록의 형식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회의록이라는 본질에 부합되기 위해 꼭 고려해야 하는 내용들이 있다. 


첫째,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 간 서로 합의가 된 내용을 적어야 한다 

회의를 소집하는 배경은 다양하지만, 크게는 2가지로 나눌 수 있을 거 같다. 어떤 회의는 새로운 내용 및 이슈를 유관부서들에게 단순히 공유하는 자리라서 상호 간 얼굴 붉힐 일이 없이, 긴장감 1도 없이, 서로 하하 호호하면서 여유 있게 진행하면 된다. 그에 반해 어떤 회의는 "이거 누구 잘못이냐"와 같은 귀책을 따지는 것부터 해서 "이거 그래서 누가 할 거냐" 등의 업무 떠넘기기가 난무하는 등 서로 방어와 공격이 피 터지게 오고 가는 회의도 있다. 


이렇게 치열한 논의 끝에 도출한 "회의결과"는 향후 당시 협의된 내용의 증거로써 사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정확히, 오해의 소지가 없이, 가감 없이 회의록에 적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회의를 진행하면서 회의참석자들이 볼 수 있게 화면에 메모장이나 메일창을 띄워서 실시간으로 쓰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에는 회의 진행하랴, 논의하랴, 회의록도 쓰랴, 동시에 멀티플레이가 안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회의 후 회의록 초안을 회의참석자들에게 메일로 공유하여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취합하는 것도 방법이다.   

"회의결과"는 향후 당시 협의된 내용의 증거로써 사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정확히, 오해의 소지가 없이, 가감 없이 회의록에 적어야 한다.



둘째, 회의에 없는 사람들도 회의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쓴다

회의록은 회의참석자들끼리만 보는 것이 아니다. 다른 회의 참석으로 해당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회의결과가 중대한 경우 회의 참석자들의 상사들도 회의록을 찾게 된다. 만약, 회의록이 명료하지 못하게 적혀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차적으로 회의 참석자들끼리 회의결과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여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회의를 다시 해야 될 수도 있다. 서로 시간 들여서 어떨 때는 감정소비까지 해가며 회의했는데, 그런 회의를 다시 해야 된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 와중에 회의록을 읽은 상사는 회의 내용을 설명해 달라고 호출을 할 것이다. 가서도 설명을 제대로 못하면 다시 정리해서 서면 보고 올리라고 할 경우도 있다. 잘 쓰인 회의록은 서면보고로 갈음할 수도 있고, 회의록 잘 쓰는 능력 있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었지만, 회의록 잘 못쓰면 서면보고용으로 따로 적는 등 상사도 본인도 서로 간의 시간, 에너지 낭비 등 이런 비효율이 없다. 

이해가 어려운 회의록은 회의참석자, 상사, 본인에게 오해의 소지, 불필요한 업무를 가중시킨다   

 


셋째, 회의 결과 / Action Item 도출은 필수

회의를 함에 있어, 회의를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결과도출은 등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회의를 했는데 회의결과나 Action Item이 없다면, 이 회의는 의미 없는 단지 시간낭비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Action Item은 회의 이후에 각 회의참석자가 수행해야 되는 ToDo 리스트이다.  

유관부서 간 협의점을 찾지 못한 경우에도 회의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로 결론지으며 안되며, Action Item은 필히 도출해야 한다. Action Item으로 다음 회의 때는 협의점을 도출할 수 있도록 회의참석자 별로 추가로 조사/확인해야 될 부분이 있을 수 있을 것이며, 각 유관부서 내부적으로도 각 파트장/조직장들과 리뷰를 해야 할 것이다.  

결과 없는 회의는 시간낭비이다. 


다음은 회의결과 및 Action Item이 명시된 회의록 예시이다. 

일 시 : 2024년 10월 20일 오후 1시~2시
장 소 : 23층 5 회의실 
회의 참석자 :
    - (개발팀) 김민준 님, 김현우 님, 이서연 님  
    - (기획팀) 박유진 님, 고예준 님, 오서윤 님 

회의결과 : 
    - A 기능→B기능으로 기획안 수정 
    - 10월 서비스 업데이트 일정대로 진행 예정 
    - 11월부터 격주로 정기회의를 통해 서비스 KPI 공유 

Action Item : 
    - B기능으로 기획 수정안 공유 ~11/1 by 박유진 님, 기획팀
    - 정기회의 소집 및 Agenda 공유 by 김현우 님, 개발팀 
    - KPI 데이터 공유 by 이서연 님, 개발팀 

회의내용 : 
    - 개발팀 리뷰 결과 A기능은 10월 서비스 업데이트 일정까지 무리가 있어, 이를 B기능으로 대체하고 A기능은 그다음 업데이트에 포함   
    - 서비스 사용자 피드백을 서비스 기능 기획/개발에 참조하라는 지시. 이에 KPI 수집 및 사용자 현황보고 필요 


참고로, 위의 예시는 유관부서에게 공유하는 "공식"회의록이고, 추가적으로 부서내부적으로 회의 당시의 분위기나 좀 더 상세한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이 Dialogue 형식의 캐주얼한 회의록을 따로 쓰기도 한다. 

(기획팀) "저희 상무님이 서비스 현황보고서를 써서 가지고 오라고 하는데, 우리 지난번에 추가한 KPI 있었죠? 그거 데이터 좀 공유받을 수 있을까요?    
(개발팀) "네, 보시고 추가로 KPI 더 수집할 게 있으면 알려주세요" 
(개발팀) "지난번 요청하신 A 기능은 생각보다 개발시간이 더 필요해서 다음 릴리즈로 미루시죠"





뉴비들에게 추가 조언 


아무리 회의록 작성 가이드를 본다 한들 신입사원 입장에서는 막막할 수 있다. 회의에서 못 보던 유관부서 분들도 많아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각 부서 간 날 선 얘기가 오고 가는 것만 들어도 기가 빨릴 것이다. 더불어, 사용하는 용어라던가 내용이 익숙하지 않아 회의내용이 이해가 안 되는데 회의록을 쓰는 건 더욱 쉽지 않을 거다. 

회의 도중 뭘 적을지 모르겠으면, 일단 들리는 대로 다 적고, 회의 후에 다시 정리하자 

처음에는 본인이 서기도 아니고 다 적는 행동이 막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회의 후에 본인이 적은 내용을 차근차근 보며 모르는 단어나 용어도 찾아보면서 정리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나, 인사이트, 회의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들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이는, 신입사원들에게 회의록을 쓰라고 시키는 선배들의 깊은 뜻이 아닐까 싶다 (뭐 아무 생각 없이 회의록 쓰라고 시키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신입사원으로 하여금 본인이 하고 있는 업무 관련하여 유관부서 간 어떤 이슈가 있는지, 자신은 무엇을 해야 되는지 등을 자연스레 파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로, 회의록이 포함된 메일은 꼭 잘 보관/저장해야 한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시간이 오래 지난 후에 회의내용이 회의 참석자들의 기억 속에서 히미 해질 때쯤, 회의 때 언급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상사가 "그때 어떻게 협의가 됐었나?"라고 물어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유관부서가 지난 회의에서 협의된 내용과 상반되는 상도덕에 어긋나는 언행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본인의 메일함에 소중히 저장된 회의록은 반지의 제왕의 절대반지와 같은, 암행어사의 마패와도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회의록이 포함된 메일은 꼭 잘 보관하여,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오해의 소지를 불식시킬 수 있는 증거로 활용하자



자! 이제 회의록 잘 쓰는 신입으로 눈도장 제대로 찍어보도록 하자!






Chapter. 뉴비들을 위한 업무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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