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보지 못하는 거미가
불빛을 따라가는 벌레를 낚으려
벌레의 냄새를 맡고
불빛 가장 가까운 곳에 벌레보다도 먼저
꽉 찬 육각형의 집을 지어놓았다네
거미는 불빛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돌아도
사실 앞을 보지 못한다고
변명조차 할 수 없네
사랑은 뭔지 모르나 한 사람만 따라갔을 뿐이라거나
위대함은 뭔지 모르나 꿈만 좇아갔을 뿐이라거나
깨달음은 뭔지 모르나 삶만 살아냈을 뿐이라거나
답은 뭔지 모르나 질문만 던졌을 뿐이라거나
벌레를 쫓았는데 빛을 잡은
거미줄에 송골송골 매달린 빛을 들여다보며
나란히 내 속삭임을 걸어놓고 싶은 밤
거미에게 거미집 한 줄 빌려
내 말을 누여 놓고 싶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