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이렇게 춥고 힘든데 왜 낭만적이냐?
누구냐? 누가 겨울 설산 등산이 낭만적이라고 했냐?
담배를 끊고 체력이 좋아지는 게 느껴져 등산을 하게 됐고, 지난 10월엔 한국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에 올랐다. 등산이 재미있어지면서, 오늘 처음으로 설산등산을 하게 됐다. 선자령. 백두대간 자락 평창에 있는 해발고도 1157m에 달하는 산이다. 눈이 많이 내리고 바람도 많이 분다. 거대한 그래서 풍력발전기도 많다.
겨울산으로 유명한 선자령. 너무 쉽게 봤다. 낭만만 찾다가 골로 갈뻔했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강한 바람. 무서운 소리를 내는 거대한 풍력발전기, 옆에서 때리는 눈을 가장한 얼음 알갱이들. 12km나 되는 눈 쌓인 산길은 힘들었고 마지막엔 '낭만 따위는 개나 줘버려!'를 일갈하고 싶었다.
대관령휴게소(시작점이자 종점)에 거의 다다르자 하루종일 맡지 못했던 냄새가 난다. 담배 냄새다. 아니나 다를까 30m 정도 거리 앞에서 누군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하산 후 한 대 피우는 것일 게다. 참기 힘들었나 보다. 신기한 건 이렇게 넓은 곳에서 바람도 많은 데 담배 냄새를 맡았다. 아직도 담배가 피우고 싶은 건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잘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추운 데서 담배 피우는 저 양반이 조금음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인지 5시간 정도 걸린다는 산길을 3시간 47분 만에 다녀왔다. 어쩌면 걷는 게 너무 지겨워 빨리 걸었거나, 멈추면 너무 추워서 계속 걸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이렇게 또 하나의 등산 추억이 쌓였다. 올겨울 봐야 할 눈은 오늘 다 본 것 같다. 당분간 설산은 가지 않으련다.
금연 74일 차
변화
체력이 좋아진 걸 다시 한번 느낀다. 한 번도 쉬지 않고 산길 12킬로미터를 걸었다. 한 편으로는 쉴 곳이 없기도 했고, 멈추면 너무 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