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게을러지련다

18. 흡연도 부지런해야 할 수 있다

by TORQUE

금연을 지속하면서 불편보다는 편한 것이 더 많다. 담배를 태우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을 빠져나가 흡연자들만의 던전과 같은 으슥한 골목으로 스며들어갔다. 이런 걸 하루에도 몇 번씩 했다. 시간이 낭비된다. 일의 흐름이 끊기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귀찮다. 담배를 사러 가는 것도 귀찮기는 하다. 특히 추운 겨울밤에 담배 사러 가가는 건 정말 귀찮다.


담배와 라이터는 들고 다니는 것도 귀찮다. 여름은 외투를 입지 않기 때문에 호주머니가 많지 않다. 바지에 담배와 라이터를 넣고 다니면 걸리적거린다. 찌그러지기도 한다. 그런데 안 가지고 갈 수 없다. 귀찮음을 각오하고 담배를 태운다. 특히 해외출장을 갈 때는 담배를 여러 개 가지고 가는데, 공항에서 라이터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캐리어에 라이터가 너무 많으면 짐을 다시 찾아서 라이터를 버리고 다시 수화물 체크를 해야 한다. 이건 정말 귀찮음을 넘어 짜증을 유발한다.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환경도 줄어들고 있다. 때문에 흡연구역을 찾는 것도 힘들고 귀찮다. 참고로 서울 양재동은 모든 구역이 비흡연 지역이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면 벌금을 내야 한다. 서초구에서 지정하고 설치한 흡연구역에서만 흡연할 수 있다. 때문에 길을 건너 강남구 개포동에서 흡연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또한 정말 귀찮다.


담배를 끊었더니 귀찮음이 많이 줄었다.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줄었다. 담배를 태우고 손에서 입에서 냄새가 나는 게 싫어 손을 씻고 양치나 가글을 했는데 그것도 안 해도 된다. 담배를 가지고 다니지 않으니 정말 편하다. 호주머니와 가방에 담배가루가 날리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는다. 담배를 끊고 세탁할 수 있는 옷은 모두 빨았다.


세상 귀찮은 걸 싫어하는데 그동안 담배는 어떻게 피웠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담배도 부지런해야 피울 수 있었던 거다. 나 이제 좀 게을러지련다



금연 18일 차


증상

금연에 따른 뚜렷한 증상은 없다. 담배 생각은 나날이 줄고 있고, 참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변화

1. 아침에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번쩍 떠진다. 다시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 같은 휴일(개천절)에는 아침에 더 자고 싶은데, 잠이 안 온다. 짜증난다.

2. 술이 늘었다. 아무리 마셔도 안 취한다. 그래서 더 많이 마시게 되는 것 같다.


노력

식사량을 줄여야 할 것 같다. 살이 점점 오르는 게 느껴진다. 줄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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