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술자리는 악마로 가득하다
술자리는 악마로 가득하다. 그 악마들은 게슴츠레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담배를 내밀고 말한다. "한 대 펴"
하마터면 아주 자연스럽게 담배를 받아 들뻔했다. 습관이란 게 이렇게 무섭다. 더 무서운 건 알코올이다.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급기야는 내가 금연 중인 것을 잊게 한다. 술 마시면 늘 담배를 폈으니, 취중엔 담배 피우는 게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래서 술이 무섭다.
그런데 안 취한다. 예전엔 어떻게 집에 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마셨는데, 생생하게 기억난다. 집에 가는 버스를 검색하고 버스 안에서 폰으로 무엇을 했는지 모든 기억이 또렷하다. 술 마실 때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잘 취하지 않는다. 그래서 담배의 유혹을 견뎌낼 수 있다. 아마 금연 3일 차였으면 피웠을지도 모르겠다.
아깝기도 하다. 38일이나 담배를 끊었는데, 술 마셨다고 담배 피우면 그동안의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난 꼭 금연에 성공해서 강남구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 주는 금연성공 기념 문화상품권을 받아야겠다.
오늘 하루도 잘 버텨냈다.
금연 38일 차
노력
취중에도 금연했다. 유혹은 강력했지만 잘 참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