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그 어느 순간에도 담배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금연 후 먹고 싶은 게 많아졌다. 회사를 다니면서 먹었던 음식들 중에서 맛있게 먹었던 것들이 떠오르고는 한다. 오늘은 광장시장 육회비빔밥이 먹고 싶었다. 예전 회사가 종로에 있었고 가끔 광장시장에서 점심으로 육회비빔밥을 먹거나 저녁에 육회에 소주 한 잔 하고는 했다.
비가 내려서인지 차가 많이 막힌다. 이렇게 차가 막히면 늘 차에서 전자담배를 피우고는 했었는데, 이젠 담배 생각이 나지도 않는다. 비 올 때 차에서 담배를 피우면 무조건 창문을 열어야 하는데, 그러면 비가 들어온다. 흡연자들은 차에 비가 들어오는 걸 감안하면서 담배를 피운다. 지금 생각하니 참 징하다.
광장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외국인이 너무 많다. 손님 80% 정도가 외국인이 아닐까 싶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 쪽 외국인이 많은 것 같다. 광장시장 음식과 분위기가 그들에게는 꽤나 이색적이면서 신기하게 보이나 본다.
'여기가 한국이여? 외국이여?'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외국인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면서 다니는 게 쉽지 않다. 혹여나 우산의 빗물이 외국 손님들에게 닿지 않을까 조심한다. 그런데 외국인도 한국에 대한 존중은 필요할 거 같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바닥에 던져버리는 꼴을 심심치 않게 본다.
남의 나라까지 와서 아무런 거리낌이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는 행위는 습관이다. 그들 나라에서 그렇게 해왔으니 아무런 도덕적 가책 같은 게 없다. 후진국민성이다. 그런데 아무대서나 담배 피우고 꽁초 버리는 건 우리나라 흡연자들도 하는 거다. "나는 꽁초를 아무 데나 버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라고 할 수 있는 흡연자는 단 한 명도 없지 않을까 싶다.
오늘 광장시장에서의 경험을 돌아보니, 금연 후 일상에서 많은 것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특히 과거에 당연하게 느꼈던 흡연의 습관들, 차 안에서 창문을 열고 비를 맞아가며 전자담배를 피우던 모습이 이제는 낯설게 느껴진다. 그때는 담배 한 모금이 스트레스 해소의 일부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불편함과 제약을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광장시장의 외국인 손님들, 그들의 담배 피우는 모습과 아무렇지 않게 꽁초를 버리는 장면을 보면서 문득 흡연에 대한 개인의 책임과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그들도, 나도 담배를 피우면서 주변 환경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담배 없이도 시장을 둘러보고, 식사 후에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 다는 점이 뿌듯하다.
무엇보다 담배 생각이 나지 않는게 가장 놀랍다. 예전엔 길이 막힐 때나 비 오는 날이면 담배를 찾았을 텐데, 이제는 그런 유혹조차 없다. 금연이 점점 나의 보편적 일상이 되고 있다.
금연 37일 차
증상
잠을 잘자다가 최근 일주일 잠이 오지 않는다. 늦게 자는 습관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변화
확실하진 않은데 이마쪽 잔머리가 많아진 것 같은 느낌이다. M자형으로 살짝 파고드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곳에 솜털같은 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