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술이 없는 저녁은 많이 심심하다
금주 8일 차. 술이 없는 일상은 무언가 좀 무료하기는 하다.
매일 해가 떨어지면 주지육림에 빠져 즐거움과 향락 속에 있었다. 그런데 술을 안 마시니 할 게 없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사람들이 놀아주지 않는다. 그러니 무언가 혼자서 놀거리를 찾아야 한다.
독서는 괜찮기는 한데, 집에서 혼자 책을 읽는 건 너무 서정적이다. 자고로 독서는 백색소음이 있는 카페나 공원, 버스 등에서 읽어야 잘 읽힌다.
많은 사람이 저녁 시간에 TV를 시청할 것이다. 하지만 난 TV 없이 10년을 살았다. TV를 켜놓으면 눈과 귀를 다 빼앗겨 아무것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TV를 구매하지 않았다. 그런데 술을 마시지 않으니 'TV 하나 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TV 없이 지내온 시간에 대한 자부심은 여전하지만, 새로운 여가로서 TV를 구매할까 고민하게 된 것도 흥미로운 변화다.
주로 쿠팡플레이나 유튜브를 시청한다.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특히 해외 축구와 F1 중계를 해준다. 요즘 유튜브에선 술과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고 있다. 술을 소개하고 즐기는 방식과 방법을 알려주는 채널이 꽤 많다. 보고 있으면 술이 마시고 싶기는 하다. 그중에서 술이 자동차 역사에 미친 순간을 기록한 채널은 꽤 볼만하다. 술에 취해 르망 경주에서 우승까지 한 스토리가 리얼이라니... 하긴 술에 취하면 인간은 무모하게 용감해지기는 한다.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보는 걸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돈도 아끼고 건강도 챙긴다. 약간의 지식도 더해지고 있다. 다만 무료함은 내 몫이다. 다만 술을 마시지 않는 삶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공허함을 채울 더 의미 있는 활동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금주 8일 차
증상
문득문득 우울감 또는 공허함 비슷한 것이 스치듯 지나간다.
변화
1. 수면의 질이 확실히 개선됐다. 잘 자고 잘 일어난다.
2. 정신이 선명해진 것 같다. 무언가 머릿속이 또렷하고 깨끗한 느낌이다.
노력
술생각이 나지 않는 걸 계속 먹는다. 귤을 박스로 쌓아 놓고 까먹고 견과류도 수시로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