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아들의 군번줄
내가 아들을 낳았을 때 아들이 크면 군에 간다는 것은 생각했지만 고등학졸업을 하지도 않은 1월에 병역신체검사통지가 나왔다. "아니, 아직 졸업도 안 했는데 끌고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 "과자 한 봉지 아들에게 사준 적도 없는 나라가, 무슨 권리로?" 너무 속상했다.
훈련소에 입소하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입소병은 이 쪽으로! 부모님께 인사!"
아들은 나를 바라보며 "엄마~"하며 끌려들어 갔다.
그 후 나의 일과 중 하나는 훈련생들의 사진을 찾아보며 아들의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머리는 빛이 날 정도로 빡빡 밀려있었다.
다 달걀처럼 보였다.
기운 없는 모습이라도 잡히면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훈련을 마치고 부모님 면회가 가능한 날이 왔다.
나는 아들을 만나러 한걸음에 달려갔고 미리 머물 작은 모텔도 예약했다.
입대 전보다 너무 마르고 새까맣게 탄 아들의 모습에 못 알아볼 뻔했다. 사진에는 음식이 좋게 올라와있었는데....
아들을 끌어안고 반갑게 맞이했지만 가슴은 울고 있었다.
맛있는 점심을 사주러 고깃집에 들렸다가 근처 모텔로 가서 방을 잡아 아들샤워를 시켰다.
아들이 씻으러 들어갔는데 침대 위에 군번줄이 있었다. 아들은 쇠알레르기 때문에 목에 차지 않고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그걸 꺼내 놓은 것이다.
긴 군번줄이 하나 거기에 작은 군번줄이 또 하나 걸려있었다.
씻고 나온 아들에게 이 작은 건 뭐니 하고 물었더니
"전쟁에서 죽으면 엄마한테 보내는 거래!"
소름이 돋았다.
"세상에 세상에...."
"힘들게 아들을 길렀더니 군번줄을 준다고!"
"아들대신 군번줄이라고...."
훈련소의 지는 해를 바라보며 걸어 나오는데
너무도 쓸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