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 옛날 80년대 중반 독일로 유학 가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남편이 림프암진단을 받았다.
그것도 말기였다.
남편이 치료받던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한국 간호사는 묻지도 않았는데 의사가 차트에 빨간 줄을 그었다고 말하며 다녔다.
호적에 빨간 줄 간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의료차트에 빨간 줄은 처음 들었지만 희망이 없다는 말로 들렸다.
그 말이 남편이 나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나의 희망을 얼마나 잔인하게 밟았는지 모른다.
난 언어 시험을 통과한 후 한 학기 수업을 시작했지만 나를 박사과정으로 받아준 교수께 사정을 말하고 휴학할 수밖에 없었고 남편의 치료를 도와야 했다.
치료과정에서 순간순간 희망을 가졌다가 다시 무너져 절망하며 지내기도 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미약했던 신앙의 힘으로 버티며 경험했던 일들과 치료과정 동안 힘들었던 현실과 나에게 희망을 준 알 수 없는 일들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그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아직도 힘들다.
그 이야기 속에는 내 감정도 묻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숨길 수만은 없어 힘들지만 하나씩 꺼내보려 한다.
모두들 수긍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겪었던 일들이고 아파서 절대 잊을 수는 없는 일들이지만 힘들어서 기억저편에 묻어두었던 일들이다.
또한 이 글의 제목은 방사선치료를 받으러 들것에 실려가는 남편을 보며 독일 할아버지들이 입을 모아 했던 말이다. "so jung" 그것을 제목으로 선택했다.(너무 어려)
이 글을 읽고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기를 바라면서 힘들었던 그때를 떠올려 적어보려 한다.
언젠가는 적으려고 마음에 잘 간직하고 있어서 아직도 바래지 않은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