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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엔 너무 어려!

2화. 아름다운 5월의 독일.

by 권에스더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날씨가 안 좋은 편이다.

해가 나는 날 수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다.

난 남쪽에 살았는데도 그랬다.

쪽과 북쪽은 해가 화창한 날수가 한 달은 차이 난다.


또 4월의 독일과 5월의 독일 날씨는 너무 다르다.

4월은 독일인들도 갑자기 춥고 비 오고 바람 불고

더러는 눈도 오고 해서 "sauer wetter" 시큼한? 더러운? 날씨라 한다.


하지만 5월이 되면 예쁜 연두색 잔디가 피어오르고 날씨는 맑고 쾌청해 주말이면 여기저기로 산책 가고 바비큐 하기 바쁘다.


특히 우리의 양념구이바비큐를 하면 지나가던 독일인들이 냄새가 좋다고 옆에 서있었다.

"뭔데 냄새가 이리 좋아?"

그러면 먹어보라 하나 건네곤 했다.

그들의 바비큐는 고기에 허브를 뿌리거나 소시지를 굽는 것이 다였다. 준비가 단출하니 맛도 단출했다.


독일의 초록이 우리의 초록과는 좀 다르다.

그래도 여름은 낮이 길고 해가 많이 나 날씨가 사람을 경쾌하게 했다.

그렇다고 여름이 내내 좋은 날씨는 아니다.

비가 한 번 오면 갑자기 외투 생각이 나서 계절별 옷정리를 할 수가 없다. 여름에 겨울 옷을 입어도 아무도 아무 말 안 한다. 사계절 정리가 필요 없어 어쩌면 편하다. 옷장에 사계절 옷이 다 걸려있어야 한다. 언제 코트를 입을지 모른다.


6월이 되면 미국에서 교환학생들이 쏟아져 오는데

미국학생과 독일학생은 기질이 크게 차이가 난다.

독일학생들은 비교적 조용하고 사색적인 반면 미국학생들이 오면 기숙사가 떠나가게 시끄럽다.

특히 미국 독립 기념일에는 난리가 난다.

폭죽이 터지고 파티가 열리고 소리 지르고 노래하고 무척 시끄럽다.


예전엔 사람을 동양과 서양으로만 구분했을 뿐만 아니라 서양사람이면 모두 미국사람이라 했는데 이젠 각 나라마다 특색이 다르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밖은 이렇게 축제가 한 창인 때 남편이 심한 기침을 하고 몸이 안 좋다고 밖을 나가지 않았다.

난 구경하고 싶었는데....


기침약을 먹어도 차도는 없었다.

주치의는 박테리아를 배양해 맞는 항생제를 찾아보자 했고 난 대학병원으로 가자했다.


왜냐면 그렇게 기침을 하는데 난 멀쩡했으니까

박테리아가 아니라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은 배양결과를 보겠다고 버텼다.

열흘이 걸린다 했다.

좋은 계절인데 말도 안 듣는 남편 때문에 난 하염없이 우울했다.

창한 날씨에 남들은 웃고 떠드는데 우리 집 분위기는 너무 우울하다 못해 침울했다.


그리고 남편의 끊임없는 기침소리가 나의 심장을 때리고 마음도 웃을 수 없게 짓눌렀다.

화창한 날씨의 우울함은 해결이 어렵다.

아니 아름다운 날씨라 더 우울하고 한숨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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