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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뭐 해?

9화. 떼 놈.

by 권에스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우리 동네에 중국사람이 살았다. 길거리에도 중국인이하는 중국집이 꽤 있었다. 나다 보면 그들은 아침으로 찐빵 같은 것을 파 좀 썰어 넣은 간장에 찍어 먹는 것이 보였다. 찐빵은 속에든 것이 없었다.

속으로 "저런 걸 먹네...." 하며 학교로 갔던 기억이 있다.


우리 동네 살던 중국사람은 어쩌다 집에서 나오는데 집의 담벼락이 어찌 높은지 집안은 어두컴컴하고 보이지 않았다. 검고 긴 옷을 입고 머리는 변발로 뒷머리만 길게 땋은 남자가 어쩌다 나오곤 하였다. 청나라 사람 같았다.

동네사람들과는 교류가 없었다.


"엄마, 중국사람인가 봐?"

"그래~ 떼 놈이다." 엄마는 그들을 그렇게 불렀고 싫어했다. 잘 씻지도 않아 더럽다 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집에서 어떤 할머니 한분이 나와 우리 집 근처에 앉으셨는데 난 깜짝 놀랐다.

발이 너무 작아 잘 걷지 못하고 또 발등으로 뼈가 휘어져 소복하게 올라와있었다.

발길이가 15cm 정도로 보였다


발길이로 가야 할 뼈가 발등에 휘어져있는 것이다.

기형처럼 보였다. 잘 걷지를 못해 조금 가다 앉곤 하셨다. 그 할머니는 날 보고 "예쁘네"하며 웃었는데 난 웃음이 안 나왔다. 그 조그맣고 소복하게 휜 발이 걱정스러웠다.


난 "엄마 발이 이상해?"라고 하자 엄마가 "전족이란다" 하셨다.

중학교에 들어가니 전족이 무엇인지 왜 그랬는지를 배웠다. 그래도 이해는 안 되었다.


할머니의 옷도 신도 다 수가 잔뜩 놓인 화려한 비단이었다. 하지만 할머니가 불쌍해 보였다.

비단이 무슨 소용이라고....

발이 저런데....

걷지 못하는데....


그게 여자가 귀해 여자를 귀히 여겨 한 처사라는 말은 어패가 있어 보였다.

여자를 노예 같은 소유물로 보았으니 할 수 있었던 처사였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부터 발을 똘돌감아 못 자라게 하여 어린 딸이 고통 속에 지내도록 두는 아버지는 무엇인가!

훗날 전족 만드는 것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전족이 된 할머니의 아주 기형적인 발도 보았다.

발뼈가 비정상이었다.

기가 찬 문화였다.


어느 역사나 여자는 남자의 소유물이었다.

아님 남자보다 낮은 인간이었다.

엄마가 여자인데 그 하찮은 몸에서 태어난 아들은 어찌 귀 할 수 있는가?

이해가 안 되는 남자위주의 편리한 제도였다는 생각만 든다. 우리의 조선도 역시 그랬지만...

그런 시절이 아니라 다행이라 여겨야 하나....


전에 엄마는 "전생에 죄 많은 인간이 여자로 태어난다더라!"라고 하신 적이 있었다.

엄마시절만 해도 여자의 삶이 힘들었으니 엄마의 엄마들이 하셨던 말 같았다.

사실 우리 시절도 남녀차별은 있었다.

같은 실력 아니 좀 모자라도 남자를 선호했다.

지금도 이런 차별은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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