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엄마와 시어머니가 독일에 오셨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공항에 나가 어머님들을 맞이하는데 우리 엄마는 "그래도 내 딸은 무사하네!"라며 안도를 하는 분위기였다. 나를 보더니 안심하는 것이 보였다. 한치 건너 두치란 말이 떠올랐다.
오시자마자 두 분 다 병원으로 가셨는데 시어머니를 본 남편은 "엄마~"라며 눈물을 흘렸고 어머님 또한 눈물을 훔치셨다.
저럴 거면서 왜 못 오시게 해서 나를 바가지로 욕을 먹게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을 보고 난 뒤 두 분 다 집으로 오셨다.
어머님들이 주무실 방은 따로 준비를 한 상태였다.
"내일부터 내가 간병한다!" 어머님이 말씀하셔서 "힘드니 좀 쉬다 하세요."라고 했더니 어머님이 불같이 화를 내며 "내가 여기 왜 왔는데! 여기 온 목적이 뭔데!" 살살 말씀한다고 감정이 덜 전달되는 것도 아닌데 무슨 결의를 보여주듯 목소리를 높이셨다. 그래서 "그럼 그렇게 하세요!"라 했다. 나에 대한 원망이 섞여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은 맞았다.
부엌에서 우리 엄마한테 "이래서 안 믿는 집과는 결혼하는 게 아니다!"라 하셨다 했다.
다음 날이 되자 어머님은 간병하러 가신다며 하늘색바탕에 줄무늬가 있는 원피스에 검정 에나멜 두꺼운 벨트를 하고 검정 에나멜 힐을 신고 오셨다. 난 속으로 "저러면 힘들어서 하루 종일 못 있는데..." 복장이 그게.... 하지만 말하지 않았다.
또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 야단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본래 멋쟁이라 숨기기 어려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문병이 아니라 환자 간병인데....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날 저녁 어머님이 돌아오셨고 "힘들어서 내일부턴 난 못한다!" 하셨다.
"어이가 없었다. 나한테 소리치시던 것이 하루 전인데 어떡해 벌써 못하신다는 말씀을 하시는지...."
그래서 난 하루 쉬고 다시 간병하러 가야 했다.
우리 엄마는 내가 병날까 봐 신경 쓰시고 어머님은
남편이 먹을만한 음식을 만들어 저녁에 가지고 오셨다.
그렇게 협업이 시작되었다.
남편을 위한 모두의 합심이 이루어졌다.
어머님의 된장찌개 덕에 남편은 약물주사 후 곧바로 밥을 반공기 먹었다. 된장을 먹으니 속이 가라앉는 것같다했다. 구토가 없다니,... 기적 같았다.
어느 날 나는 조용히 앉아 "남편을 살려달라!"는 기도를 드렸다. 내가 처음 교회 다닐 때 보니 옛날이라 그런지 여자 전도사님들은 검정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고 계신 게 보였는데 그 모습이 싫었다. 그래서 속으로 "난 전도사는 되지 말아야지." 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남편이 죽게 생기자 "하나님! 원하시면 전도사가 되겠습니다. 남편 좀 살려주세요!"
라 간절히 기도를 했다.
그런데 누가 내 귀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소리가 들렸다. "평신도 깨어라! 평신도 깨어라!"라는 말이 두 번 들렸다.
난 이게 무슨 뜻이지? 하며 기도를 마쳤다.
전도사는 나의 길이 아니구나는 깨달았다.
평신도로 살라는 것 같았다. 평신도란 말을 그때 처음 들었다. 신도면 신도지 평신도는 뭐지?
일단 검정치마 흰 저고리는 안 입어도 된다는 생각에 좀 안심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