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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엔 너무 어려!

8화. 엄마와 시어머니가 독일에 오셨다.

by 권에스더 Mar 14. 2025

기다리고 기다리다 공항에 나가 어머님들을 맞이하는데 우리 엄마는 "그래도 내 딸은 무사하네!"라며 안도를 하는 분위기였다. 나를 보더니  안심하는 것이 보였다. 한치 건너 두치란 말이 떠올랐다.


오시자마자 두 분 다  병원으로 가셨는데 시어머니를 본 남편은  "엄마~"라며 눈물을 흘렸고 어머님 또한 눈물을 훔치셨다.

저럴 거면서  왜 못 오시게 해서 나를  바가지로 욕을 먹게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을 보고 난 뒤  두 분 다 집으로  오셨다.

어머님들이 주무실 방은 따로 준비를 한 상태였다.


"내일부터 내가 간병한다!"  어머님이 말씀하셔서 "힘드니 좀 다 하세요."라고 했더니 어머님이 불같이 화를 내며  "내가 여기 왜 왔는데! 여기 온 목적이 뭔데!"   살  말씀한다고 감정이 덜 전달되는 것도 아닌데 무슨 결의를 보여주듯 목소리를 높이셨다. 그래서  "그럼 그렇게 하세요!"라 했다. 나에 대한 원망이 섞여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은 맞았다.

부엌에서 우리 엄마한테 "이래서 안 믿는 집과는 결혼하는 게 아니다!"라 하셨다 했다.


다음 날이 되자 어머님은 간병하러 가신다며 하늘색바탕에  줄무늬가 있는 원피스에 검정 에나멜  두꺼운 벨트를 하고 검정 에나멜 힐을 신고 오셨다.  난 속으로   "저러면 힘들어서  하루 종일 못 있는데..."     복장이 그게....    하지만  말하지 않았다. 

또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 야단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본래 멋쟁이라  숨기기 어려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문병이 아니라 환자 간병인데....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날 저녁 어머님이 돌아오셨고  "힘들어서 내일부턴 난 못한다!" 하셨다.

"어이가 없었다.  나한테 소리치시던 것이 하루 전인데 어떡해  벌써  못하신다는 말씀을 하시는지...."


그래서 난 하루 쉬고  다시 간병하러 가야 했다.

우리 마는 내가 병날까 봐  신경 쓰시고 어머님은

남편이 먹을만한 음식을 만들어 저녁에 가지고 오셨다.

그렇게 협업이 시작되었다.

남편을 위한 모두의 합심이 이루어졌다.


어머님의 된장찌개 덕에 남편은 약물주사 후 곧바로 밥을 반공기 먹었다. 된장을 먹으니 속이 가라앉는 같다했다. 구토가 없다니,...  기적 같았다.


어느 날 나는  조용히 앉아 "남편을 려달라!"는 기도를 드렸다. 내가 처음  교회 다닐 때 보니 옛날이라 그런지 여자 전도사님들은 검정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고 계신 게 보였는데 그 모습이 싫었다. 그래서 속으로 "난 전도사되지 말아야지." 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남편이 죽게 생기자 "하나님! 원하시면 전도사가  되겠습니다. 남편 좀  살려주세요!"

라 간절히  기도를 했다.


그런데 누가 내 귀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소리가 들렸다.  "평신도 깨어라!   평신도 깨어라!"라는 말이 두 번 들렸다.


난 이게 무슨 뜻이지? 하며 기도를 마쳤다.

전도사는 나의 길이 아니구나는 깨달았다.

평신도로 살라는 것 같았다. 평신도란 말을 그때 처음 들었다. 신도면 신도지  평신도는 뭐지?

일단 검정치마 흰 저고리는 안 입어도 된다는 생각에 좀 안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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