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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면 그리움

17화. 간첩으로 사형당한 선생님!

by 권에스더

고등학교 입학을 하였다.

입학 전 예비소집일에 어떤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셔서 "너희가 잘났는 줄 알지? 여기서 꼴찌 나온다!"며 웃으셨던 선생님이 계셨다.

너무 싫었다.

아직 입학도 하지 않은 아이들의 기를 꺾는 것이 저리 즐거울까... 선생님 맞나?


집에 돌아가서 엄마한테 그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했다. 숨도 못 쉴 것 같다고도 했다.

엄마는 "사람 사는 곳이다. 다 숨 쉴 구멍은 있다."며 나를 달랬다.


입학 후 어느 날이었다.

그럭저럭 흥미를 붙이고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물리시간이었는데 물리선생님이 속도에 대해 재미있게 수업을 하고 계셨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 선생님이 칠판에 그린 우산 든 사람모습이. 비의 속도와 걷는 사람속도를 설명하고 계셨다. 걷는 속도에 따라 비는 우산 안으로도 내릴 수 있고 우산밖에도 비가 내리지 않는 지역이 있다고....


별안간 누가 교실문을 열더니 "선생님! 잠깐 나와 보세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이 밖으로 나가니 어떤 남자들이 선생님 양팔을 잡고 사라졌다.


수업시간은 별안간 끝이 났다.

어떻게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을 잡아갈 생각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다음날 학교에 가니 아이들이 "물리선생님이 간첩이래!"라고 해서 "아무리!" 하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두 달 정도 지나 신문에 물리선생님 사진이 나왔다.

무슨 가계도처럼 두목밑에 수직으로 여러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간첩단을 잡았다고 쓰여있었다.

"인혁당사건"이었다.

너무 놀랐다. 학교 선생님이 무슨 간첩일 수가 있을까.... 믿을 수없었다.


다음 물리시간부터는 다른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리고 우린 선생님을 잊고 자신의 길을 갔다.


한 30년 지난 어느 날 TV프로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우연히 보았다.

거기에 잊었던 물리선생님 얼굴이 나왔다.

깜짝 놀라보았는데 그 당시 간첩으로 잡힌 사람들은 모두 사형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혁당사건은 부의 조작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정부가 배상을 했다고.

난 너무 놀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선생님 아들도 나왔다.

"억울하다"라고

돈이 어찌 아버지를 대신할 수가 있겠는가!


이것이 권력야욕이 불러온 우리 정치사의 어두운 과거이다.

다시는 이런 일은 되풀이되면 절대 안 된다.

무엇으로 배상이 되겠는가?

생목숨이 사라졌는데....

그 가족은 너무 불행했는데....


이 이야기를 쓰다 보니 내가 살아있는 화석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옛날 일을 기억한다는 느낌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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