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줄다리기 시합
어느덧 세월이 흘러 어렸던 내가 대학생이 되었다.
우리 시절 여대학생은 생머리에 청바지를 주로 입고 다녔고 화장을 하는 것은 졸업을 앞두었을 때나 하지 그전은 수수 그 자체로 다녔다. 계절별 옷가지도 많지 않았다. 특히 남녀공학의 여학생은 파머를 하던지 화장을 하면 남자애들이 한 마디씩 하던 때다.
우리 과는 이과대학의 다른 과 대비 여학생의 수가 많은 편이었다.
한 번은 이과대학 체육대회가 열렸는데 과대항 줄다리기 시합이 있었다.
무조건 인원수를 맞추어 시합을 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열두 명이라도 우리 과는 모두 여자인데 수학과는 대부분이 남자였다.
예선전에서 우리 과가 수학과를 이겼다.
여기저기서 "야~수학과 남자 뭐 했냐!"
야유가 쏟아졌다.
그다음은 준결승전이 치러졌다.
우리 과대 치의예과였다.
거기도 여자 몇에 모두 남자였다.
우리 과 여자들이 기를 쓰고 잡아당기니 준결승에서 이겼다.
그러자 야유가 또 터져 나왔다."드센 저런 여자 누가 데려가냐?"
"걱정도 마라! 갈데 다 있다!" 하며 맞섰다.
우리도 준결승까지 가리라는 예상을 못했었다.
남학생이 다 어디 가고 없었으니까.
이제 마지막 결승전이 의예과랑 있었는데 지고 말았다.
이과대에서 우리 학번이 극성맞다고 소문이 났다.
그때 줄 잡아당기던 모습을 누가 사진으로 찍었다.
그 모습을 보니 아기티가 나는 동창들 얼굴이 보였다.
우리가 저랬는데... 솜털도 뽀얬는데....
입술도 빨갛고 볼은 하얬는데....
지금은 빨개야 할 입술은 허옇고 하얘야 할 볼은 불긋불긋하다.
왜 이리 세월이 야속한 것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