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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면 그리움

16화. 중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

by 권에스더

독일에서 돌아와 아들을 낳고 평범하게 지내던 어느 휴일 아들과 남편과 같이 슈퍼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


몇 발짝 갔는데 앞에 선생님이 지나가고 계셨다.

나는 한눈에 알아보았지만 인사를 하려니 "날 모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순간 스쳤다.

그래도 내가 알아보았으니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ㅇㅇ여중..."

"말하지 말아 봐. 음, 3학년 6반 ㅇㅇㅇ 맞지?"

난 놀랐다. 날 기억해 주시다니....

고등학교 때 한번 찾아뵙고 못 뵈었던 선생님이셨다.


내가 지각을 해도 "힘들지?"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몸이 안 좋아 학원 모의고사를 보지 않았더니 그 문제를 들고 풀어 보라며 집으로 가져오셨던 선생님이셨다.


그때 우리 집 옆집에 인쇄소가 들어와 인쇄기가 돌어가면 그 소리가 우리 집에도 다 들려 무척 시끄럽던 시절이었다.

초창기 인쇄기는 무척 시끄러워 엄마는 입시생이 있으니 밤에는 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셨다.

그래도 일거리가 있으면 그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선생님은 날 보고 "너, 여기서 공부하니?"라며 놀라셨다. 그렇다고 하자 "자식!"이라며 가셨다.

사실 시끄러워도 나는 내가 할 것은 할 수 있는 스타일이었는데 선생님은 놀라셨던 것 같았다.

이런 특징 때문에 아들이 옆에서 TV를 봐도 나는 내 할 일을 하며 아들과 같이 있을 수 있었다.


입학시험날도 오셔서 "시험 잘 봤니?" 물으시던 선생님이셨다.

못 본 것 같다고 대답하자 "네가 안 붙으면 붙을 사람 없다."라고 위로해 주시던 선생님이셨다.


길에서 선생님을 보자 지난날이 순식간에 다 떠올랐다. 들던 순간 감사하던 순간....


감사한 선생님은 아들을 쓰다듬고 우리 남편에게 "장가 잘 갔소!"란 말을 남기고 가셨다.

남편은 인정하는지 모르지만....


유ㅇㅇ 선생님, 내 인생에 소중하고 귀한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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