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부부의 자존심
아들 딸 오 남매를 둔 유복한 부부였다.
아이들이 공부도 잘해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았다.
사는 것도 여유로워 그 엿날에 치아를 요즘 같은 치아색으로 했다. 다른 사람은 금니나 이상한 색의 앞니를 하고 다녔는데 그 집은 달랐다. 앞니 몇 개 하는데 집 한 채 값이 들어갔다 했다.
하얀 앞니가 보기 좋았다.
남편은 사회적 지위도 높았고 자녀들도 잘 자라 훌륭한 사회 일원이 되었다.
부인은 미인이었고 교양도 있고 똑똑한 사람이어서 자신보다 남편이 좀 무능하다고 느꼈던 사람이었지만 오로지 가족만을 위해 살았다.
문제는 남편이 퇴직 후 일어났다.
남편은 퇴직하며 목돈으로 퇴직금을 받았다.
상당히 큰돈이었다.
그러자 부부는 의논 끝에 반씩 나누어 서로 다른 방법으로 투자해 보자며 남편이 반, 부인이 반씩 나누어 가졌다.
남편은 평상시 관심이 많은 주식에 투자를 했고 부인은 땅과 집을 샀다.
남편은 직장이 직장인지라 주식에 문외한이 아니어서 평상시 하고 싶었던 주식에 투자를 한 것인데 불행히도 주식은 폭락을 했다.
반면 부인이 산 땅값과 집값은 올라 다행히 퇴직금은 잃지 않고 유지되었다.
어느 날 아침 부인이 아침에 일어나 마당을 보며 가만히 서 있는데 남편이 다가오더니 부인의 따귀를 때리며 "잘 난 척하지 마!"라 했던 것이다.
부인은 너무너무 분해서 자기도 남편의 따귀를 때렸다고 했다. "어디가 창피해서 말도 못 한다." 했다.
그럼에도 부인의 분함은 풀리지 않았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아마 남편은 평상시에도 자신보다 부인의 똑똑함에 스트레스가 있었던 것이 폭발한 것 같았다.
둘 다 잘못하는 것보단 한쪽이라도 잘하는 것이 좋은 것인데 잘하는 쪽이 꼭 자기여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그냥 인정하면 좋을 것을...
그 후 부인은 "이상하게 아침에 일어나면 속이 쓰려."라 했다. 처음엔 위염으로 알고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자 큰 병원으로 옮겼다.
병원에 가 보니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였다.
아들의 친구가 담당의였는데 아들이 엄마한테는 말하지 말아 달라고 해서 엄마는 죽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종로에 가서 대파, 가지, 호박, 상추도 사다 심었다. 병이 심해지자 끝무렵에 본인이 죽는다는 것을 알았다.
하루는 문병 간 엄마께 "저 큰 대파 좀 보셔 죽는 줄도 모르고 내가 심었다오. 내 얼마나 어리석은지..."라 하셨다.
중병을 본인한테 숨기는 것은 아니란 생각을 한다. 본인이 알아야 자기의 삶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당시는 환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많이 그렇게 했다.
발병한 지 1년 되어 대파가 자라 무릎을 넘고 가지 호박이 주렁주렁 달린 어느 날 부인이 위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마지막 아주 고통스러워할 때 병시중은 남편이 했지만 부인의 맘속에 남편이 용서되었는지는 모른다.
억울함이 씻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당신이 잘해줘서 고마워!" 아님 "당신 대단해!"하고 인정했으면 부인은 행복했을 것을 남편의 소심함이 불행을 불러왔다.
부인을 칭찬 잘하는 남편이 진짜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이다!
칭찬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인색하지는 말자!
남편에게도 자식에게도 이웃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