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부의 이야기

14화. 아내를 무척 배려하는 남편.

by 권에스더

외국에서 우리 옆집에 살던 부부의 이야기다.

남편은 지방대 교수였고 부인은 평범한 가정주부로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남편은 풍채가 좋고 좀 권위적인 면이 있는 사람이고 부인은 마르고 상냥한 사람이었다.


부인은 평상시 남편의 통제를 많이 받고 사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십 대쯤 접어들면 대부분 부인의 위치가 올라가 "고양이 같던 아내가 호랑이로 변했네!" 란 말들을 하는데 이 집은 그러지 못한 것 같았다.


부인은 래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보니 외로워서 그랬는지 교회가 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것도 남편이 허락을 안 해주면 가질 못했다. 그 집이야 말로 종교의 자유가 없었다.

여러 번 남편을 조르니 어느 날 남편이 가고 싶으면 교회에 가라고 허락을 해주었다. 부인은 신이 나서 교회에 왔다. 예배를 드리고 즐겁게 사람들과 교재도 나누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니 남편이 "내가 너를 배려해서 교회에 가라 했으면 너는 나를 배려해서 집에 있어야지 남편에 대한 배려가 그리 없냐? 시시덕거리고 떠들다 이제와?"라며 부인을 때렸다.

그 남편이 부인을 때릴 때는 음악소리가 우리 집에 들릴 정도로 커진다.


다음 날이 되면 부인은 고개를 숙이고 우리 앞을 지나간다. 얼굴에 멍이 들어서 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떤 때는 선글라스를 끼고 다닌다.

남편의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받아들이는 것인지 그냥 참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저런 남편이랑 왜 사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부부사이의 문제이기도 하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부인이라 함부로 말할 수도 없었다.

남편은 주변사람에겐 마치 자신은 대인배인 것처럼 하고 다녔다.

우리는 다 아는데.... 소자 중에 소자인 것을.


하루는 옆집의 아파트문이 잠겼다.

열쇠는 집안에 있었는데 문이 닫혀 버렸다.

그 아파트의 문은 닫히면 그냥 잠기는 문이어서 조심해야 하는 문이었다.


옆집 남편은 "네가 잘못해서 문이 잠겼으니 네가 알아서 열어!"라 하자 부인은 우리 집 벨을 누르고 들어와 발코니로 옆집으로 건너갔다.

3층인데 떨어지면 어쩌냐고 우리가 말렸지만 "괜찮아요!"라며 웃었다.

그렇게 건너가 집의 문을 열었다.

넘어갈 거면 남편이 넘어야지 아님 관리인을 부르면 되는데 부인을 위험한 일을 시키는 것을 보고 그 남편의 인격이 보였다.


옆집 남편을 보며 배려가 무엇인지 뜻도 모르는 대학교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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