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민망함이 몰려왔다.
이삼일에 한 번은 안채에 들어가 문안인사는 아니지만 들려야 했다.
그날도 식탁에 앉아 동서와 어머님과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요즘 사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것이 주제였다.
아버님도 시동생도 직장이 없으니 당연히 힘들다 하셨다. 더구나 시댁은 건물이 있었는데 전세든 사람이 나가 융자를 받아 내보낸 상태고 집은 아직 나가지 않은 상태였으니 힘든 때였다. 또 그때가 IMF때라 대출이자가 굉장했다.
나도 월급이 많지 않으니 넉넉지도 않고 해서 우리도 힘들어요 라하는 순간 어머님이 벌떡 서시며 "네~ 이래서 너는 정이 똑 떨어진다!"라 하셨다.
난 너무 무안하고 내가 뭐라고 말을 했는데 저러시지?
갑자기 놀라 말문이 막혔다.
"내 아들이 이기적이더니 어디서 자기랑 똑같은 이기적인 것을 데려왔다!"며 언성을 높이셨다.
어떻게 사람을 앞에 두고 저런 말씀을 하시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남편이 교수니 월급이 많을 거라고 마음대로 생각하고 도와주지는 않고 없는 척하는 나에게 화를 벌컥 내신 것이다. 없는 것이지 없는 척한 것이 아닌데 말이다.
실제로 별로 월급이 많은 학교가 아니었는데
나중에는 올라 좀 괜찮아졌지만 그때는 적은 월급이었다. 그런데 마음대로 생각하시곤 힘든 당신을 안 돕는다고 나를 미워하신 것이다.
"자기만 잘 먹고 잘 사는 못된 인간이다."라고 아버님께도 말씀하신 것이었다.
한참 지나 은퇴 후 대학에 나가 일을 하시던 아버님이 교수 월급이 얼마인지를 아시고는 나에게 "오늘 보니 교수 월급이 그리 많지 않더구나!"라 하셨다.
아마 그때 아버님은 내가 용서가 되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의 맘대로 생각하고 무섭게 비판하는 성격이 참 문제였다.
그것을 거침없이 표현하시는 그러고도 당신은 기억도 못하는 그런 성격이 너무 싫었다.
곁에 있으면 나는 언제나 상처를 받았다.
상처를 주는 본인은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가시가 온몸에 돋은 사람옆에 있는 기분이 든다
아차 하면 찔리는 상황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