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이사 나오던 날
아버님이 지으신 집에서 15년 정도 살다가
아들 공부방을 따로 줄 수 없게 집이 좁기도 하고 여름이면 습해서 곰팡이도 심하고 해서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모아 집을 사서 이사를 나왔다.
이사를 나오니 이젠 번듯한 아들 공부방도 생기고 곰팡내도 안 나고 더욱이 나에게 잔소리할 사람이 없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제일 좋은 것은 어머님이 기도로 나를 비난하는 소리를 안 들어도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모자라 가르치려 했다고 어머님은 생각하실 것이다.
심지어 쓰레기를 버리려 나가는 것도 자유롭고 아들이 피자를 시켜 먹어도 자유롭고 내가 쇼핑을 하는 것도 자유로웠다.
"뭘 샀냐? 그걸 시켜 먹냐? 왜 주일날 빨래를 하냐? 쓰레기는 왜 저렇게 내놨냐?"이런 소리를 안 들으니 살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가 이사 나간 것이 서운하다고 아버님은 주변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같이 사는 것이 좋으셨나?
우린 솔직히 터무니없는 일로 아버님께 쫓겨날 뻔한 적도 있었는데...
그럼 그것은 무엇이었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런 것은 다 지난 것이고 이젠 정만 남으셨나...
모를 일이었다.
앞으로 남은 것은 자유로이 지낼 수 있는 생활이라는 것이 너무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