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아버님의 병환
아버님이 허리가 아프시다며 일어나 앉지를 못하셨다. 그간 겨울이면 한 번씩 좌골신경통으로 고생을 하셨다. 이번엔 좀 길게 가시길래 어머님께 "아버님 허리부터 고쳐야 하시는 것 아니에요?"라 전화를 드렸더니 "우리가 다 알아서 한다. 너는 참견 안 해도 된다."라 하셨다. 며느리는 늘 남이었다.
그러시면서 바라는 것은 많았다.
아버님은 그렇게 몇 달을 누워계시니 욕창이 생겼는데 그곳이 감염이 되어 급히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으셨다.
욕창부위 때문에 땀 흘리면 안 된다고 해서 퇴원하실 때 방에 작은 에어컨도 달아 드렸다.
이번엔 어쩐 일로 우리에게 어머님이 고맙다 하셨다.
아버님은 이렇게 일 년 넘게 들어 누워계시다 돌아가셨다.
그런데 난 아버님의 병명도 모른다.
어머님이 말씀을 안 해주시고 참견하지 말라해서 모르는 것이다.
며느리도 자식인데 말이다.
아버님이 오래 누워 계시던 어느 날 치매가 왔다. 어느 날은 이상한 말씀을 자꾸 하셨고 가끔씩은 정신이 돌아왔다.
돌아가시기 전에 가서 뵈니 어느 날 아버님이 나에게 사과를 하셨다.
"내가 너의 결혼을 반대해서 미안했다. 용서해라~" 깜짝 놀랐다.
그때는 이미 치매가 오셔서 이상한 말씀을 많이 하실 때인데 그 말씀은 정상적인 머리로 하시는 것 같았다. 그 한마디에 나의 마음은 다 용서가 되었다.
아버님은 이번에 못 일어설 것 같다며 돌아가시면 장례식을 어떻게 치러달라는 말씀도 남기셨다.
삶을 정리하는 말씀을 다 남기시곤 정신이 이상해지면 남편을 보고 "장가를 잘 가 우리 아들은 풍선 타고 다녀요~"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정상적인 말은 아니었어도 장가를 잘 갔다고 생각하시는구나란 느낌이 드니 그동안의 서운함이 많이 가셨다.
그래도 아버님은 감정을 많이 정리하고 가셨다.
그러다 보니 가끔 그리움도 찾아온다.
살아계실 때 좀 더 잘해드리지 못한 것이 생각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