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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구형아 Oct 20. 2024

어디로 가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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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하고 끔찍한 일이지만, 돈을 더 만들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우리는 배웠습니다. 좋습니다. 돈은 움직이고 있고, 그게 시간이 걸리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럼.. 어디로 움직이나요? 정답은 당연히 없습니다. 유동성은 당신에게서부터 모든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중입니다. 아깝게 모은 자그마한 내 시드 머니를 하여튼 어디가 되었든 흐름에 맡겨야 합니다. 이걸 결정하는데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포기를 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혹시 잘못하면 넘어지지 않을까. 내 작고 소중한 돈.


우리 가슴 아픈 소비 패턴 이야기는 하지 말도록 합시다. 내 월급과 소득을 엑셀로 정리해서 입출입을 쓸 정도의 사람이라면 제 이야기는 전혀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퇴직연금을 모으지 않으면 나중에 폐지를 주울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잘 안되잖아요. 오로지 바라보는 건 퇴직금 그것 하나만 바라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그러니, 우리 일단 모으는데 집중해 봅시다. 나중에 모은 돈이 어느 정도 커지면 그때는 통장 쪼개기도 하고요, 자산포트폴리오 배분도 하고요, 부동산 투자도 하자고요. 우리 일단은 모아봅시다. 그리고 작고 소중한 어떤 금액이 모였다는 걸 가정하고 이야기하자고요. 그게 100만 원이든 얼마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유동성의 파도에 내 작은 자산을 태우고,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일 때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연습하는 과정입니다.


자산포트폴리오도, 퇴직금 운용도, 심지어 통장 쪼개기도 움직이는 연습이 되고 나서 여러 방향설정을 하는 과정입니다. 지금 우리한테는 조금 이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주 작은 도파민 분출입니다. 100만 원이 105만 원이 되는 것.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최대한 적은 위험으로 양의 결괏값을 내는 것. 그리고 내가 105만 원이 될 동안 누군가는 106만 원, 혹은 104만 원이 되었다는 걸 깨닫는 게 중요합니다. 104만 원을 피하고 106만 원으로 나아가는 작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알아야죠. 그 사이에 알게 되는 것들이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게 단순히 돈을 맡기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은행은 내 돈을 맡아주는 곳이 아닙니다. 그들은 나에게서 100만 원을 사 가고 5만 원을 지불하는 사람들입니다. 반대로, 내가 필요하면 5만 원을 지불하고 100만 원을 사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내 100만 원을 잘 팔아야 합니다. 당근 마켓에 물건을 올리듯이 신중하게 팔아야 합니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물건을 올릴 때 하트가 더 많이 붙는지, 같은 물건의 가격이 지금 중고 시세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내 물건은 올라온 다른 물건과 상태가 어느 정도로 다른 지도 비교해야겠죠. 제가 앞전에 쓴, 고등어 한 마리가 얼마냐고요? 를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고등어 한 마리가 다 같은 고등어가 아니듯, 100만 원도 같은 가치를 지니지 않습니다. 당신의 100만 원을 사 줄 은행은 모두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돈을 사는데 각기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당신의 100만 원의 가치는 시시각각 변합니다. 그것을 잘 캐치해 봅시다. 


은행 혹은 금융기관은 당신의 돈을 운용해 줄 것입니다. 하지만 어디에, 무엇에 운용하는지 자세히 살피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ELW나 DLS 같은 데서 몇 년에 한 번씩 조 단위 손실이 나는 것을 보면 돈 많은 사람이라고 딱히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조금 유심히 살펴봅시다. 내 예금이 어디로 가는지. 채권인지, 외화인지, 부동산인지, 주식인지. 기초 자산이 다르기 때문에 분명히 나에게 주는 이자가 다를 것입니다. 그것을 통해 어디의 유동성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습니다. 그것들에 대한 직접 투자는 좀 있다가 하고요. 




반드시 명심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겁니다. 정기예금으로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습니다. 다다를 수 있겠지만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릴 겁니다. 정기예금은 대중교통 같은 겁니다. 버스의 장점이 뭐죠? 잘못 타서 내리더라도 잃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다른 버스로 환승하면 되니까요. 아니면 지하철로 환승해도 되죠. 하지만 환승하면서 시간도 손해 보고요, 환승 금액도 내야 하죠. 택시를 탔다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봤을 손해에 1/5도 안 될 겁니다. KTX에 비해서는 1/10도 안될 거고요. 비행기에 비해서는 1/100, 아니 1/1000 그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다시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니 겁내지 말고 환승 많이 하십시오. 지금 예금이 104만 원이다 싶으면 얼른 106만 원짜리로 갈아타세요. 그 연습을 많이 해 둬야 나중에 위험자산에 투자할 때 방향 전환을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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