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의 이동은 돈이하나요? 상품이하나요?
같은 상품이더라도, 구매하는 경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므로 우리는 필연적으로 스스로 MD를 해야 한다. 공산품과는 다르게 (특히 국내산) 식료품은 제철과 산지에 따라 워낙에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좋은 상품을 고르는 일이 쉽지 않다. 해서 보통 대형마트를 많이들 이용하고, 그게 합리적인 소비라고 믿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어쩌다 보니 부전시장과 이마트 두 군데를 다 들렀다. 그러다 보니 같은 상품의 가격이 놀라울 정도로 차이가 나는 것을 목격했다. 품목은 고등어. 시장 초입의 말린 생선 전문가게에서는 뱃간고등어 2 손(4마리, 손질되어 있음, 머리 달려있음)이 8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조금 들어가니까 선어 전문점에서는 생고등어 4마리를 5000원에 팔고 있었다.(말하면 손질해 줌) 조금 더 지난 고등어를 전문으로 파는 가게에서는 2마리 10000원, 3마리 10000원, 4마리 10000원으로 팔고 있었다. 시장 끝에 동태와 고등어만 파는 가게에서는 아주 큰 좌판에 얼음을 가득 붓고 고등어가 산처럼 쌓여있는데, 3마리 5000원이었다. 중요한 점은 지금은 고등어가 제철이고 모두 다 국내산이라는 거다. (추석 이후 기준)
오늘 이마트를 들렀더니, 노르웨이산 고등어 2마리를 8000원에 팔고 있었다.(원래 노르웨이산이 더 비싸다) SSG 닷컴 기준으로는 냉장 생고등어 1마리 1850원, 2마리 4650원 이렇게 두 종류가 대표적으로 판매되는 걸로 보이는데 뜬금없이 1마리 6950원 짜리도 있다.
이렇게만 보면 마트가 싸 보인다. 과연, 진짜 마트가 싼 걸까?
정답은 마트가 비싸다. 거의 배 이상 비싸다. 고등어를 고르는 기준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냉장이냐 냉동이냐, 망치고등어냐 참고등어냐, 수입이냐 국내산이냐. 즉, 시장에서 가격이 다양한 이유는 각 가게들 마다 MD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 거다. 몇 마리에 5000원씩 하는 건 국내산이지만 흔히 점박이고등어, 일본고등어라 불리는 망치고등어이기 때문이고, 2마리 10000원짜리는 냉장에 유통된 지 얼마 안 된 신선한 참고등어(표준명고등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조업을 할 때 그 고등어들을 구분해서 조업하지 않기 때문에 도매 혹은 소매상에서 다 분류(MD) 작업을 해야 하고, 전문점일수록, 비싼 집일수록 MD의 수준이 높다. 시장의 문제는 해 놓은 MD를 전면적으로 내세워 마케팅하지 않고 구매자가 알아서 찾도록 해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같은 수준의 고등어. 시장에서 4마리 5000원짜리와 마트의 냉장 생고등어 1850원짜리는 같은 수준의 고등어라는 것. 뜬금없이 보이는 1마리 7000원짜리는 앞서 말한 3마리 10000원짜리와 같은 수준(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 것으로 보인다.
시장 가면 눈탱이 맞고 상인들이 거짓말하고~~ 내가 공부 안 하면 사기당하고 어쩌고 마트 가면 딱 돈 준 만큼 상품을 내놓는데~는 사실 성립하지 않는 말이다. 그저 내가 하기 귀찮은 일의 아주 일부분을 마트에서 제공할 뿐이고, 그 비용을 비싸게 받고 있으며 보는 눈이 없다면 당신은 7000원짜리보다 싸다는 이유로 맛대가리 없는 망치고등어를 1850원에 한 마리 사 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