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사신다고요? 강남 3구, 노도강 미만 잡이라고요?'
일단, 제 글은 IRP나 ISA, 연금 보험, 청약통장을 적절히 사용하시는 분들에게는 애초에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그분들은 돈에 대한 개념이 있든 없든, 이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이 어디든 간에 그쪽으로 향해 같이 가시는 분들이기 때문이죠. 또한 결혼을 하시고 경제 공동체를 이루는 분들에게도 큰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 같은 모르는 사람을 믿는 것보다는 자신의 반려자를 믿는 게 더 좋은 선택이 되니까요. 둘 다 걱정이시라면 제 글을 참조하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제 글이 진짜 필요한 사람들은 비혼주의자 혹은 타의적 비혼자들입니다.
특히 타의로 비혼이 되신 분들의 경우 그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다 보니, 삶의 진행에 대해 일정 부분 놓아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많이 봤고, 또 많이 보고 있습니다. 인생의 반려자를 찾는 대 서사시가 실패로 돌아갔으니, 그에 따른 머나먼 계획도 다 버리는 거죠. 하지만 우울한 내 기분과는 다르게 시간은 이상하도록 계속 흘러갑니다. 결국은 나도 노년에 다다르게 되죠. 내가 좋아하는 존잘님 BL회지를 사거나, 블루아카이브 가챠를 깔 때 기분은 끝내줍니다. 기혼자들은 감히 꿈도 못 꾸는 금액을 쓰니까요. 하지만 그때뿐인걸 잘 압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혼주의자들이 집을 샀으면 좋겠습니다.
‘아.. 이 새끼 처음부터 사람 긁더니, 결국 개소리하네, 수도권 평균 집값이 얼만 줄 알아? 10억이야 10억’
음… 압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는 집은 그런 집이 아닙니다. 강남 3구, 노도강, 판교 동탄은 당신을 위한 집이 아닙니다. 혼자 사는 당신이 사야 할 집은 3억 미만 빌라 혹은 구축 아파트입니다.
‘뭐? 그런 쓰레기를 사서 얻다 쓸려고? 나중에 팔지도 못하잖아, 돈을 땅에 갖다 버리라는 소리야 뭐야’
일단 그러한 집을 사야 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말할 필요도 없는 주거 안정성이고, 두 번째는 평생에 걸쳐 유동성을 이동시키는 행위를 하는 것, 마지막은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첫 번째에 대한 설명은 넘어가죠. 유동성을 이동시키는 건 뭔 소리냐? 시드를 모아 2.8억 빌라를 샀다고 치면 얼마를 들였든 간에 상당한 기간 모기지를 해야 할 겁니다. 20년이 될 수도 있고, 30년이 될 수도 있죠. 그 기나긴 기간 동안 나의 상당 부분 유동성을 거기에 넣어야 될 겁니다. 그걸 다 넣고 나면요? 이 쓰레기 빌라, 팔지도 못하는데 어쩌냐고요..!
음.. 팔게 아니니까요. 혹시 그 기간 동안에 재개발이나 시세가 상승할 이유가 있으셨다면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좀 더 비싼 집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셨네요. 하지만, 내 금쪽같은 방 두 개짜리 빌라를.. 팔고 나면.. 나는 전기도 끊기고.. 가스도 끊기는 거 아니여..? 일을 하기에도 힘든 나이가 되어 혼자가 되셨다면 더욱 걱정이 됩니다. 67세에 내가 30살에 읽었던 기사가 생각이 납니다. ‘70대 노령인구, 가진 건 7억짜리 집 한 채 밖에 없는데’ 아, 그게 나였구나. 그러시면 안 됩니다. 돈에 눈이 밝지 않은 내가 20년 동안 모기지를 부은 건 이 되지도 않는 빌라를 팔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주택연금을 받기 위해서였죠. 그 70세 노령인구가 7억 집을 주택연금으로 전환 했다면 한달에 200만원을 넘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유동성 전환에 대한 발상 자체가 이렇게나 중요합니다.
우리는 부동산을 이상하리만큼 고정된 자산으로 취급합니다. 마치 금송아지 취급을 하죠. 모르겠습니다. 이 부동산을 물려받을 사람이 있다면야 그렇게 취급하셔도 상관이 없지만, 물려줄 사람이 있는 사람일수록 부동산의 가치를 높이려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합니다. 그게 어떤이유에서든요.
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은 어쩌죠?
20년 동안 내 주택의 가치가 하나도 오르지 않았다 손 치더라도 주택연금으로 남은 내 평생 동안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3억 원의 경우라면 수령 일시에 따라 다르지만 70세를 기준으로 하면 88만 원 정도가 되는군요. 그리고 이 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죽을 때 까지라는 거고, 내가 살던 집을 그대로 쓰고, 나가라는 사람이 아예 없다는 겁니다. 마음이 바뀌어 팔고 싶으면 연금 지급분을 제하고 팔면 되고요. 야~~ 그거 계산해 봤더니 월세 놓는 게 더 돈 되더라~~라고 하시겠지만, 말씀드렸습니다. 돈에 눈이 밝지 않은 노령층을 위한 제도입니다. 그거 월세 놓고 전세 놓고 그 돈으로 다른 집 사고 하는 걸 혼자 하시는 분이라면 이미 그 나이대에 빌딩이 있을 겁니다.
결국 평생에 걸친 이 유동성 이동 플랜은 수줍음이 많고, 낯 많이 가리고, 적극적이지 않고, 혼자 계신 분들을 위해서 있는 겁니다. 나중에 나이 들어서 굶어 죽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이 돈이라는 것이 어떤 절대적인 가치를 가져서 내 통장에 존재하고, 부동산은 움직이지 않는 자산이라고 생각하면 이 플랜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내가 유동성을 아래에서 위쪽으로 옮길 수 있을 때 최대한 옮겨 놓고, 그 유동성을 나중에 나이 들어서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흘려보내는 행위를 반드시, 반드시 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노년에 빈곤층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부동산을 어떤 큰 자산이라 반드시 우상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 플랜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좀 어렵습니다. 그리고 우상향을 급격하게 했다면 굳이 계속 거기 살 이유가 없기도 하죠. 축하드립니다. 자산 증식에 성공하시는 겁니다.
이 플랜을 성공적으로 20년간 하셨다면 앞서 말한 집을 사는 이유의 첫 번째가 비로소 뼈저리게 느껴질 겁니다. 누구도 나가라고 하지 않는 나의 집에서 연금을 타먹는 나 자신. 너무 좋지 않습니까. 그 집을 고양이 천국으로 만들던, 성인용 피규어 천국으로 만들던, 내 마음입니다. 내 집이니까요. 그러니 혼자 사시는 분들은 제발 부탁이니, 도태인간이라느니 이상한 소리 하지 마시고, 집을 사시되, 죽을 때까지 걱정 없는 플랜을 성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늦었다고 생각되는 지금이라도 짝을 찾는 게 더 좋습니다. 사람 둘이 머리를 맞대면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큰 힘을 냅니다. ‘야. 혼자 벌어먹고살아도 둘이 벌면 집못사’라는 말은 안 해보셔서 그런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한민국 90%가 중소기업에 일하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끼리 만나서 무슨 수로 집도 사고 차도사고 합니까? ‘난 동성애자라서…’ 그런 분들일수록 더욱 경제로 똘똘 뭉치셔야 됩니다. 법적으로 가족구성원으로서 인정을 받을 수 없으니, 훨씬 더 강한 경제공동체가 되셔야 나중에 큰 힘을 발휘합니다. 이성애자들은 뭐 법적으로 지갑 섞으라고 해서 섞나요? 그런 거 아닙니다. 경제적 자유와 노후 준비에는 PC 같은 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꼭 둘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