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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구형아 9시간전

니 똥 굵다

‘그래서 넌 니가 말한 대로 하니까 되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네. 되더군요. 그래서 부자 되었냐고 물으시면 아니오 라는 대답이겠습니다만, 다만 얻은 것이 있다면 제 투자 방식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겠네요. 지난 챕터 초반에 제가 가진 유동가능 자산은 해외주식 한 줌이라고 대답한 바 있습니다. 사실 그전에는 한국 배당주에 주로 투자했었고, 그 결과는 ‘손해는 안봄’으로 마무리했었습니다. 그래서 가진 유동 자산의 대부분을 미국 주식으로 옮기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애플 액면분할 전이니 2020년이 시작될 때 모두 옮겼습니다. 


그래서 뭐 얼마나 먹었니?라고 물으신다면, 이렇게 대답해야겠군요. 여러분들이 해외주식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주식 양도소득세 일 겁니다. 250만 원 이상의 투자수익을 올리게 되면 이익금의 20%를 내야 한다는 거죠. 네. 저는 이 해외주식을 팔게 되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투자 금액과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는 건 조금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제가 그렇게 울부짖었던 덩치 큰 자산에 대부분을 넣었습니다. 지수 추종이죠. 그러니 공개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어떤 투자 인사이트 같은 것도 없고요. 유명하잖아요, QQQ, SPY, VOO, SPLG, DIA 등등.. 

QQQ입니다. 이렇게 보면 미국 주식만큼 쉬운 게 있을까요?

그리고 저는 1년에 10번 미만으로 거래합니다. 파는 경우는 없습니다. 오로지 매수만 합니다. 어떻게 보면 무지성입니다. 내가 투자한 주식이 무조건 오를 것이다? 글쎄요 그렇다기보다는 내릴 때도 같이 가겠다는 생각이 더 강합니다. 저는 지잡대 문과 출신이라 머리가 그렇게 빠르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야수적인 감각이나 동체시력도 없고요. 다만 신중하게 고를 수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그렇다 보니 제가 날카로운 어떤 국제 정세를 읽고 미국의 경제 성장 동력이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것을 캐치한 결과라기보다는, 글쎄요. 운이 좋았죠.


하지만 22년에서 23년 상반기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주저앉았습니다. 고통의 시간이었죠.


이야~~ 니 똥 참 굵네. 그래서 니가 투자한 건 다 잘되었다 이거지? 그럴 리가 있습니까. 지수추종이 아닌 개별 주식 2개 중 하나는 -38%, 나머지 하나는 -47%입니다. 지금은 포트폴리오를 제 나름대로 정상화시켰다지만 중간에 투자했었던 스타벅스도, 델타항공도, 그렇게 좋은 결과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이상하죠? 두 주식 다 코로나 이후 제법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는데, 저는 손해만 봤다니요. 다만, 그 친구들은 이제 전부 다 지수추종 ETF의 그림자로 들어갔으니, 결과적으로는 괜찮습니다. 적극적으로 주식 투자하고 난 3년 뒤쯤 저도 깨닫게 된 거죠. 아. 나는 시장보다 멍청하구나. 시장이 시키는 대로 하자. 시장이 죽으면 죽는 거고, 살면 같이 살자. 다만, 투자 과정에서 실패하는 일이 생기면 잘되는 쪽으로 몰아주자. 그게 전부였죠.




그래서 깨닫게 된 이후로 제 딸의 주식계좌는 아예 단 하나의 지수추종을 목표로 돈을 넣고 있습니다. 간간히 받는 세뱃돈, 한 달 쓰고 남은 제 용돈 몇만 원 뭐 이런 거 모아서 싹 다 넣는 중이죠. 그리고 그 결과는 제 주식계좌보다도 나이가 적은 제 딸의 수익률이 저보다 높습니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저보다 부자가 될게 확실해 보입니다. 너무 두렵습니다. 이거 좋은 기업인가 보다 하고 덤벼들었다가 손해를 본 저따위와는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는 중입니다. 늙으면 엣헴 하고 큰소리 좀 치면서 용돈 좀 달라고 해야 될 판입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 당장은 이익을 보고 있지만, 미국 상황이 안 좋아지면 반드시 손해를 보게 됩니다. 지금은 이익을 보고 있다지만 실현하지 않았으니 질투 내실 필요도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제가 이익을 실현한다는 건 미국과 상관없이 제가 돈이 필요해서 처분한다는 뜻이니 오히려 그쪽이 저에게는 더 좋지 않은 일이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미국이 계속 좋다는 걸 제가 어떻게 장담합니까? 내일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요. 미국이 안 좋아지면 저도 손해를 보겠죠. 그게 제 선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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