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내일모레 10만 불인데 전재산 ㄱ?
정말 꿈만 같은 이야기군요. 어디 하늘에서 100억이 뚝딱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떻게 만든 100억일까요? 아마 은가누한테 전력으로 부랄맞고 100억 받기 VS 안 맞고 월급 500만 원 뭐 이런 걸로 생겼지 싶습니다. 중요한 건 이 큰 현금자산을 어떻게 배분하는 가겠죠? 그런 건 너무 즐겁기만 하니까 핸디캡을 조금 줍시다. 부동산을 제외한 위험자산에만 투자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죠. 어떤 방법이 있을지 생각해 봅시다.
자자, 너무나 신납니다. 아랫도리는 이제 영영 쓸 수 없겠지만, 은가누에게서 받은 현금 100억을 1톤 트럭에 싣고 은행에 가서 예금을 하겠다고 하면, 우리네 90년대 드라마처럼 은행장님이 버선발로 튀어나와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 예금 꼭 우리 지점에 넣어주십시오..! 이자도 더 드리겠습니다!라고 할까요? 음.. 그런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 마 도 아닐 가능성이 제법 있습니다. 그 금액을 받더라도 일부만 예금으로 받거나, 다른 펀드 상품이나 보험 상품, 혹은 투자 상품으로 사라고 하지 그걸 예금으로 받기는 아마도.. 조금 어려울 겁니다. 지점장님이 이러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일단 일단 연간 이자만 해도 2.5%로 계산해도 2억 5천입니다. 그러니 지점장님이 내 100억으로 여기저기 빌려줘서 1년에 5억은 만들어야 된다는 건데.. 이 양반이 맘 바뀌어서 내일모레 돈 뺀다고 하면 그게 더 골치 아픕니다.
그러니 지점장님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분산해야죠. 즐거운 자본이 굴러들어 왔으니, 좋은 일입니다만, 책임을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펀드나 보험상품으로 팔면 수수료도 있고요. 해지하는 건 돈 주인 마음이지만 우리 은행에서 돌려주는 게 아니니까 마음도 편합니다. 100억을 여러 가지 상품으로 나누어서 판매하면 그만큼 지점장님이 책임 질 부분이 적어지니 너무 좋습니다. 그런데 돈 넣는 내 입장에서 보면.. 이거 100억을 지점장님이 맡아주기는 하는데,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말이랑 비슷하게 들립니다. 사모펀드에 넣으면 수수료는 좀 비싸도 내 돈으로 뭔가 하겠다는 열정이라도 보이지 안전해서 은행에 넣겠다는데 지점장님이 싫다고 하니 좀 걸쩍지근.. 합니다.
음… 마음에 안 듭니다.
100억을 위험자산에 전부 투자할 정도로 저는 강심장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걸 가만히 두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죠. 그런데 이자만 따박따박 받아먹겠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돈을 가만히 두는데도 비용이 들고, 거기서 나오는 작은 비율의 이익이지만, 워낙에 큰돈이다 보니 그 이익에 따른 세금도 장난이 아닙니다. 저 같으면 어떻게 하겠냐고요? 저라면 이렇게 할 것 같습니다. 마침 100억이면 너무 좋은 금액입니다. 국채가 1개당 100억씩 하거든요. 지방채도 좋습니다. 은행이 아니라 채권을 사는 거죠. 아주 믿을만하면서도 굉장히 큰돈이 필요한 곳에 빌려주는 겁니다. 약정된 기간 동안 약정된 이자도 지급해 주니 사실 예금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은행보다 신용도 높으니 오히려 걱정도 적습니다.
게다가 이 채권은 큰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약정이자에는 세금이 붙습니다만, 채권의 거래 차익에서는 세금이 붙지 않습니다(!) 그러니, 시장 상황에 따라 이익을 보고 나올 수도 있고, 불리하면 약정이자를 계속해서 받으면서 만기까지 기다리는 전략 둘 다를 취할 수 있습니다. 이게 채권과 채권 ETF와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게다가 받게 되는 약정 이자 자체도 비율은 적지만 워낙에 큰 금액이다 보니 이걸 통해서 고위험 자산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물론 투자금액이 0이 되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원금 100억 원은 채권에 고스란히 묻혀있으니 멘털유지에 굉장한 이득을 가져다줍니다. 마치 책임 없는 쾌락 같아 보입니다. 앉아서 이자 먹고, 그 돈으로 차트매매나 선물옵션 좀 깔짝 거리고, 시장 불리하면 채권 팔고 닷지 하고, 아니면 존버하다가 원금 돌려받고. 돈 벌기가 이렇게 쉽나요? 이러니까 돈이 돈을 만든다고 하는구나! 이렇게 쉬운걸 부자들만 하고 있었네!
진짜 가능하냐고요? 모르죠. 저도 100억이 없어서 못해봤거든요. 다만 확실 한건 있습니다. 저렇게 알파를 창출하는 방법이 쉬웠으면 사모펀드가 그렇게 많이 있을 필요가 없죠. 헤지펀드들도 그렇게 악착같이 일할 필요도 없을 거고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돈 벌기 쉬운 방법이라고 일컬어지는 빌딩 매매는 어떨까요? 100억으로 빌딩을 사도 매년 들어가는 관리비와 전기세, 그리고 공실관리가 머리가 깨질 정도로 복잡하지 않나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뒤따르듯, 큰돈에는 큰 리스크와 관리가 따릅니다. 그러니, 오늘의 제 글은 똥글입니다. 만약에-라는 말부터가 잘못되었지만, 이런 글에는 혹하시지 않는 게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