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력을 맞이할 세상이 준비가 되는 순간
때(timing)라는 게 뭘까.
그런 게 정말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마치 정해진 지도처럼 각자의 인생길을 미리 그려놓은 무언가가 있는 걸까. 이 단어를 떠올리면 수많은 질문이 꼬리를 문다. 현실 속에서 한참 허우적대며 방향을 찾고 있는 내가 내뱉는 투정 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선택과 행동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희망 섞인 호기심 반이 뒤섞인 질문들이다.
어제 LinkedIn에 “Delay is not Denial(지연이 거절은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사실 그 글은 어제 어떤 사람과의 대화 중 내가 해준 조언이기도 하고, 동시에 평소 나 자신에게 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성과나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거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는 위로를 나누고 싶었다. 무언가에 온 마음을 다해 도전했지만 기대했던 결과가 오지 않을 때, 우리는 쉽게 ‘거절당했다’고 느낀다. 하지만 조금만 멀리서 보면, 그것은 단지 아직 그 ‘때’가 오지 않았을 뿐이라는 걸 깨닫는다.
예전, 한참 직장을 구하러 다니던 시절에 친구에게 전화로 하소연을 털어놓았던 적이 있다.
“나는 지금이 때라고 생각했는데, 왜 자꾸 안 되지?”
그 말을 듣던 친구가 건네준 말.
“어쩌면 네가 생각하는 ‘때’랑, 정말 너의 ‘때’가 다른 건지도 몰라.”
순간,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울림이 머릿속을 스쳤다.
돌이켜보면, 인생에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분명 열심히 노력하고, 기도하고, 믿으며 나아가는데도 오히려 문이 닫히는 것 같은 때. '이 길이 맞는 걸까?'라는 의문이 마음속에서 자꾸 고개를 든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 느끼는 저항(resistance)과 지연(delay)은 멈추라는 신호가 아니라, 무언가 큰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삶이 우리에게 더 큰 것을 주기 직전에는, 언제나 조금 더 어려워지는 시기가 찾아온다. 한계까지 밀리고, 예상치 못한 시련을 겪기도 한다. 예를 들면, 씨앗이 땅속에 묻혀야 싹을 틔우고, 밤이 가장 어두운 순간에야 새벽이 오는 것처럼, 지금의 어려움 역시 표면 아래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이렇게 생각하기까지, 내 삶의 ‘때(Timing)’가 온다고 믿는 신뢰가 생기기까지 쉽지 않은 시간들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기다린다는 것은 종종 외롭고 답답하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믿음이 이제는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뿌리가 자라고, 그 뿌리가 단단해질 때 비로소 꽃이 핀다. 때로는 지연이 나를 보호하고, 때로는 그것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나의 노력을 맞이할 세상이 준비가 되는 순간, 그때가 진짜 ‘때(Timing)’가 오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의 자리에서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며 자신의 때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분들에게, 마음 깊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