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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일기 2 03화

일단 달려

250819

by 쓸쓸

요즘 하루키의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 있다. 소설가로서의 하루키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수필가로서의 하루키는 좋다. 글이 너무 좋다. 책 값이 아깝지 않다.


책을 읽다 보면 달리는 몸을 가진 하루키가 몇 번이나 부럽다. 그래서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달리고 왔다. 내가 이용한 러닝머신 바로 옆에는 천국의 계단이 있었는데 이미 누가 점령하고 있었다. 오늘은 달리기만 할까, 생각하며 열심히 달리면서도 눈치를 봤다. 슬슬 계단 속도가 느려졌다. 이제 그만하려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5분이 지났어도, 10분이 지났어도 우리는 각자 자리에서 운동을 했다. 15분이 지나니 진짜 멈추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하지만 그다음 천국의 계단에 오를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내 옆의 사람이었다. 나보다 민첩한 아저씨.


아침 일찍 가거나 점심 시간대에 가야겠다. 원하는 운동 기구를 눈치 보지 않고 하려면 어쩔 수 없지. 잘 달렸으니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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