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713
어제 일이다. 오랜만에 종이책을 주문했다. 양탄자를 타고 온다는 책은 사실 사람 손을 거쳐 우리집 문앞에 도착했다. 아침에 주문했는데도 오후에 도착했다. 6시도 되지 않아서. 중고매장 재고를 확인했지만 그냥 새책을 주문했다. 집에서 한참 걸리는 매장까지 갔다 오면 오히려 비용이 더 들 것 같아서.
배송완료 문자를 받고 현관문을 열었다. 더운 공기가 집안으로 들어왔다. 얼른 문을 닫고 에어컨 바람을 쐬며 기대감을 가지고 에어캡을 뜯었다. 비닐에 싸여있던 각본집이 그야말로 따끈따끈했다. 폭염에 책까지 데워졌나보다. 마치 방금 인쇄된 책을 받은 것 같은 기쁨과, 이렇게 더운날에 편하게 집에서 배송을 받을 수 있다는 죄송함과 감사함이 한꺼번에 느껴졌다.
책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인디자인으로 책을 만들어 본 뒤에는 다른 책 디자인이 눈에 들어온다. 판형은 이렇구나, ISBN 바코드는 여기에 있네, 표지 색감도 예쁘다, 내지에 사진 구성은 이렇게 했구나 등등. 마냥 책을 좋아하고 서점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책을 접할 때와는 달라졌다. 한 권 한 권 시간을 들여 결과물을 만들어낸 정성이 느껴졌다.
다운받은 영화를 보고 난 뒤 때마침 도착한 각본집. 독서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구매한 새 책이다. 밑줄을 긋고 색을 칠하고 귀퉁이를 접으면 사치를 부리는 것 같아 좋다. 꼼꼼하게 읽어봐야지. 모임까지 한 달 정도 남았는데도 오랜만에 참석하는 거라 벌써부터 들뜬다.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 기대된다. 아니다. 기대하면 실망이 크다. 기대 안 한다. 기대는 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