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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펫시터를 구해야겠어

호두에게 가장 편안한 돌봄은 무엇일까?

by 정벼리

지난 화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강아지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애견 동반 숙소나 애견 동반 카페가 늘어나고 있다지만, 실제로 여행지에서 하루를 보내다 보면 강아지를 데려갈 수 없는 곳이 훨씬 많다. 특히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거의 백 퍼센트 확률로 반려견 출입이 금지다. 자연 속에서 뛰놀며 사진 찍는 동안엔 행복하지만, 도시 여행을 하려면 여전히 수많은 제약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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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의 여행, 어디까지일까 / 어찌 보면 번거롭고, 달리​ 보면 별 것 없고.


무리해서 어디든 반드시 호두를 데리고 떠나는 여행길이 꼭 정답은 아니라고 본다. 사람도 여행에 몰입하지 못하고, 강아지는 강아지대로 낯선 곳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니까. 결국 선택은 두 가지뿐이다. 강아지를 집에 두고 가거나, 함께 가지 못하는 시간 동안 안전하게 돌봐줄 누군가를 찾는 것.




먼저 시도한 건 애견호텔이었다. 해외여행을 준비하던 때였다. 강아지를 비행기에 태운다는 건 상상보다 복잡한 일이다. 체내 인식칩을 삽입해야 하고, 검역 절차를 거쳐야 하며, 무엇보다 대부분의 경우 강아지는 화물칸에 실린다. 사람과 같은 공간이 아닌, 진동과 소음이 훨씬 큰 공간에서 몇 시간을 버텨야 한다. 몇 주나 몇 달씩 머무는 해외 체류가 아닌 이상, 고작 며칠 여행을 위해 강아지를 비행기에 태우는 건 십중팔구 인간의 욕심일 뿐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애견호텔을 선택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주변에 애견호텔이 많았다. 그 동안은 관심을 두지 않아서 몰랐을 뿐. 호텔마다 내세우는 콘셉트가 달랐다. 실내에서 24시간 보호자가 상주하는 곳, 넓은 실외 운동장을 갖춘 곳, 동물병원에서 운영해 청결과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는 곳...

호두는 울타리나 케이지 안에 오랫동안 갇혀본 적이 없어서, 여러 선택지 중에 실외 공간이 넓고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곳을 골랐다. 호두를 맡긴 동안, 호텔에서는 하루 두 번씩 사진과 영상을 보내주었다. 호두가 다른 강아지들과 함께 뛰어놀거나, 강아지 선생님(?) 무릎 위에 앉아 한껏 예쁨 받는 모습이 가득 담겨 있었다.


겁쟁이 강아지답게, 보내오는 영상 속에서 호두는 처음엔 다른 강아지 친구들을 슬슬 피해 다니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꾸 다가오는 다른 강아지 친구에게는 왈왈 짖는 모습도 더러 보였다. 하지만 이내 적응했는지, 다음 날부터는 다른 강아지 친구들이랑 잘 어울려 노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그 다음 날 즈음에는, 새로 입소(?)한 신입 강아지 냄새를 맡아가며 검문검색(??)으로 기선을 제압하는 군기반장(???)의 면모까지 보였다. 혹시나 호두가 가족들을 그리며 내내 낑낑대진 않을까 걱정했던 가족들 마음이 무색할 만큼 잘 적응한 모습이었다.


때로 여행지에 호두를 데려갈 때에도, 현지의 애견호텔을 미리 알아보고는 한다. 관광지 중에는 강아지 출입이 안 되는 곳이 많고, 그럴 때 잠시 시간 단위로 맡길 수 있다. 낯선 호텔방에 호두를 혼자 남겨두면 괜히 없던 분리불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또 혹시 불안해진 호두가 숙소 벽을 긁거나 낑낑거린다면, 다른 투숙객들에게도 큰 피해가 될 것이다.




모든 여행이 긴 일정을 갖는 것은 아니다. 1박 2일처럼 짧은 여행일 때는 호텔을 이용하기도 애매한 때가 있다. 겁 많고, 낯선 환경과 소음에 예민하게 구느라 호텔에서의 첫날은 적응하느라 진을 빼는 호두. 하루 이틀 집을 비울 때 호텔에 호두를 맡기면, 호텔에 있는 동안 잔뜩 경계모드를 유지하다가 긴장을 풀 만하면 집에 오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아무래도 펫시터를 구해야겠다고


펫시터 서비스도 생각보다 다양했다. 시터의 집에 강아지를 맡겨 홈스테이처럼 지내게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시터가 우리 집으로 와서 사료를 챙기고 산책을 시켜주는 방식도 있다. 시터를 구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였다. 지역 카페나 나 당근마켓에서 개인적으로 구할 수도 있고, 펫시터를 중개해 주는 앱을 통해 예약도 가능하다.


다만, 막상 구하려 하면 조건이 맞는 펫시터를 구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호두처럼 낯선 사람에게 낯을 가리는 강아지는 특히 그렇다. 시터의 집에 다른 반려동물이 있으면 호두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고, 우리 집에 들러주는 형태라면 시터의 방문 시간과 우리의 일정이 딱 맞아야 한다. 가격도 시터마다 천차만별이었다. 하루에 한 번 들르는 기본 돌봄은 저렴했지만, 산책, 실시간 영상 공유, 밤샘 돌봄 같은 옵션이 붙으면 숙박비를 웃도는 금액이 되었다.


그런데 운 좋게, 동네의 아는 집에서 호두를 돌봐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같은 단지에 사는 지인이었는데, 그 집 식구들은 원래부터 다들 강아지를 너무 예뻐했다. 아직 평생을 책임질 자신은 없다며 강아지를 선뜻 키우지 못하고 있는 집이다. 그 집에 호두를 맡기니 정말이지 마음이 편안했다. 몇 번 놀러 가본 집이니 호두도 낯설어하지 않고 잘 놀고 늘어져 잠도 잘 잤다. 감사하게도 지인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우리가 집을 비울 때마다 호두를 돌봐주고 있다. 금전 사례는 번번이 손사래 치는 터라, 대신 여행지에서 두 손 가득 선물을 사 와 품에 안겨주고 있다.


꼬리를 흔들며 전용(?) 펫시터에게 달려가는 호두


사흘 이상 길게 머물러야 할 때는 애견호텔, 하룻밤 정도면 지인의 집 홈스테이. 이제는 그 루틴이 익숙해졌다. 사실 자동 급식기와 정수기를 쓰고 있어서, 하루 정도는 혼자 있어도 큰 무리는 없다. 그렇지만 아직은 에너지 넘치는 아기 강아지이기에, 사람의 손길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호두가 의젓한 성견이 되어 집을 지키는 법을 배운다면, 그땐 또 다른 방식으로 함께할 수도 있겠지. 그때까지 튼튼하고 씩씩하게 자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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