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공부를 대하는 워킹맘의 사정 (2)
워킹맘이라고 언제까지나 아이의 공부를 내버려 두는 것만은 아니다. 저학년 시절이 지나고 나니, 이제 슬슬 수학도 좀 어려워지고, 아이도 공부라는 것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전교 1등을 도맡기를 바라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중에 직업을 택할 때 성적이 부족해서 원하는 분야를 선택지로 두지도 못하는 상황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다소 막연한 생각 정도는 가지고 있다.
나와 남편은 학교 다닐 시절 성적이 좋은 편이었다. (살면서 받은 수많은 성적표에 대해 각자 주관적으로 어떤 평가를 내리는가와 별개로) 우리 아이가 공부를 안 한다는 푸념에 엄마 아빠 닮았으면 잘할 테니 걱정 말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는 둘 다 그럭저럭 공부를 했다. 다만 그 과정은 좀 달랐다.
나는 서울 근교 소도시에서 자라며, 비평준화 지역 내 상위권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갔다. 중학교 때에는 동네 종합학원 문턱 정도는 밟아봤지만, 예복습 위주의 평범한 옛날 학원이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인터넷 단과반을 수강했다. 그때도 서울 어느 동네에 가면 들어가기도 어려운 유명 학원들이 있고, 한 달에 몇백만 원씩 하는 고액과외도 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질 때였다.
남편은 꽤 깊은 산골(?)에서 자랐는데 중학교 다닐 때까지 학교에서 온갖 상을 휩쓸고, 도시(??)의 유명 고등학교 유학(???)을 거쳐 대학에 갔다고 한다. 그는 사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동네에 다닐 학원이 없었단다. 평생 거주지가 서울 경계선으로부터 50km 이상 벗어나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가끔 남편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같은 나라에서 같은 세대를 살아온 것이 맞는지 어리둥절해질 정도로 낯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둘이 그럭저럭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한 가지 포인트가 있다. 학군지 거주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 것인지, 몇 년씩 앞선 선행학습이 꼭 필요한 것인지 하는 의문들이다.
얼마 전, 자녀 셋을 모두 좋은 대학에 진학시킨 직장 동료와 식사를 하며 아이 교육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 다른 글에서 한번 언급했듯, 우리 아이는 수학 학원에 다니고 있지 않다. 스스로 공부해 보겠다고 하여 학교 진도에 맞춰 문제집 한 권을 풀고 있을 뿐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동료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학군지 이사를 권하며 나에게 말했다.
"요즘 교육과정 안에서는 혼자 공부하는 것이 꼭 정답인 것은 아니에요. 학원에서 선행학습 하는 것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세요. 학군지 살면 학원 가네 안가네 실랑이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된다니까요. “
"발달과정에 맞춰서 교육과정이 짜인 것인데, 굳이 선행을 해야 하나요? 그리고 결국 고등학교 가서 수능 준비할 때에는 혼자 자기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요즘은 고등학교에서는 수능 준비할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선행을 하는 거예요."
"아니, 왜요?"
"내신을 챙겨야 하는데, 중간기말 앞두고는 학교 시험 준비를 해야 하고요. 시험기간 아닌 때에는 수행평가를 해요. 수행평가 비중이 지필보다 높은 경우도 있고, 학교가 요구하는 수행평가 수준이 옛날하고 많이 달라요. 진짜 어렵고, 시간이 많이 들어가요."
나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아무렴, 수행평가와 중간기말고사 준비하는 게 수능 준비를 못할 정도일까. 하지만 동료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벼리 씨가 바뀐 세태를 너무 모르는 거예요. 유튜브 같은 것 좀 찾아봐요."
"그 정도로 옛날과 달라요?"
"그럼. 요즘은 재학생은 수시로 대학 가고, 재수생이 정시로 대학 간다니까. 그래도 수능을 아예 내려놓을 수는 없으니, 중학교 때 고등학교 수학과정을 미리 끝내야 고등학교 때 학교 내신 관리하면서, 최소한의 수능 준비를 할 수 있는 거예요. 중학교 때 수학 공부해야 하니까, 영어는 초등학교 때 끝내놔야 한다고들 하는 거예요."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