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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에 긍정으로 화답하는 능력

누군가 내 아이를 칭찬할 때 나는 어떻게 답했더라.

by 정벼리

아이가 누군가와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낄낄 웃고 있다. 눈빛이 반짝이고, 양 볼에 장난기가 가득 들어찬 것이 나누고 있는 대화가 여간 재밌는 게 아닌가 보다. 넌지시 다가가서 물었다.


"누구랑 그렇게 재밌게 얘기해?"
"응, 연이."
"연이? 이사오기 전 1학년 때 친구 그 연이?"
"응. 1학년 때 친구 그 연이."
"그림책 만들기를 잘하고, 동생 잘 돌보고, 별이한테 예쁜 편지 써주던 그 연이?"
"그래, 그 연이! 근데 엄마, 되게 잘 기억한다!"


멀리 이사 온 이후로 만나지 못하게 된 옛날 친구를 엄마가 기억한다는 게 놀랍다는 듯, 아이는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고 나를 바라봤다.


연이는 우리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사귄 친구이기도 하고, 연이 엄마에 대해 인상적인 기억이 있기 때문에 잊으래야 잊을 수가 없는 아이다. 연이 엄마는 남들에게 자기 아이의 장점을 칭찬하고 긍정적 감정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소탈하고 무해한 표현으로 상대로부터 넉넉한 공감을 얻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2학년을 앞둔 겨울 방학 때였나, 어느 한 엄마의 주도로 같은 반 아이들과 그 엄마들이 반나절 정도 동네 키즈카페에서 모였던 때가 있었다. 아이들은 저희끼리 몰려다니며 신나게 뛰어놀았고, 엄마들은 한쪽 테이블에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그중에 연이와 연이 엄마도 있었다.


연이는 우리 별이와 가장 친한 친구였는데, 두세 번 정도 별이에게 손 편지를 건넨 적이 있었다. 연이의 편지는 여덟 살 아이가 쓴 편지라기에 놀라울 만큼 따뜻하고 예쁜 말들이 적혀 있어서, 읽어보면 내 마음이 다 간질간질해질 정도였다. 나는 연이 엄마에게 그 이야기를 꺼냈다.


"연이가 별이에게 편지 써준걸 몇 번 봤는데, 얼마나 말을 예쁘게 하는지 제가 다 놀랐어요."


연이 엄마는 내 말을 듣고,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연이가 쓴 편지를 본 적이 있으시군요. 저에게도 종종 편지를 써주는데, 그때마다 마음을 살살 녹여서 엄마인 저도 종종 감동받고는 해요."
"어머, 그렇군요."
"연이가 별이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별이 생각하면서 고르고 고른 말들로 편지를 썼을 거예요."
"정말 예쁜 편지였어요. 글도 많이 써봤고, 책도 많이 읽은 것 같아요."
"연이가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잘하기도 해요. 가끔 이야기를 지어서 그림책도 만들어요. 평범한 부모에게서 나온 아이가 이렇게 예쁜 글을 쓸 수 있나 싶어서 저희도 신기해하곤 해요. 그걸 알아봐 주셨다니 기쁘네요."


아이에 대한 칭찬을 수용하고, 아이의 장점을 저렇게 투명하게 내보이면서 긍정하는 연이 엄마의 모습에 나는 정말 놀랐다. 우아하게 칭찬에 화답하는 모범답안을 보는 듯했다.


나는 누군가 우리 아이를 칭찬할 때면 어떻게 답했더라. 보통은 에이, 별 것 아니에요, 하며 칭찬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거나 긍정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니라고 말하고 보는 것이 겸손의 표현이라고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칭찬거리를 깎아내리거나 부정하지 않아도, 충분히 겸손하고 예쁘게 칭찬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그날 연이 엄마를 보며 깨달았다.


내가 먼저 연이의 장점을 이야기한 것이었지만, 연이 엄마가 칭찬을 수용하고 연이의 장점에 대해 이런저런 살을 붙여 이야기해 주니, 대화가 끝날 때쯤에는 내 마음속 연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더 커졌음을 알 수 있었다. 칭찬에 긍정으로 답할 줄 아는 연이 엄마 덕택이었다.


동시에 그런 생각도 들었다. 연이 엄마는 평범한 부모에게서 연이처럼 예쁜 글을 쓰는 아이가 태어난 것이 신기하다고 했지만, 별로 신기한 일은 아니라고 말이다. 예쁜 글은 예쁜 말에서 시작되었을 테고, 연이의 예쁜 말은 아마도 엄마에게 물려받은 능력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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