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왜 소금박물관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는 없는 거야?"
더운 날씨에 오래 걸어야 하는 일정이라 배낭이 무거우면 아이들도 나도 지칠 수 있다. 최대한 아이들 배낭을 가볍게 꾸렸다.
그런데 텐트를 챙기다니 과연 텐트의 운명은...
구미에서 목포로 가기 위해서는 오송이나 대전역을 경유해야 한다. 첫째날 이동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전날 세종 할머니집에 들렀다. 할머니에게 오랜만에 손자들도 보여줄 수 있었고 나 또한 여행 전 잠시나마 쉴 수 있었다. 어머니는 어린아이들과 여름에 가는 여행에 걱정이 앞서신 듯했다.
"덥지 않겠니? 애들 너무 고생시키는 거 아니냐?"라는 걱정에서 시작되어
"힘들면 언제든지 돌아오렴"이라는 체념한 듯 어머님은 나의 돌파구 하나를 만들어주셨다.
"엄마 잘 다녀올게요. 걱정 마세요." 씩씩한 척하며 길을 나섰다.
07시 17분 목포행 KTX 열차, 아이들은 기차역 전광판을 보고 먼저 기차 번호와 타는 곳 번호를 찾겠다고 난리가 났다. 가까운 대구에 갈 때도 기차를 잘 이용해 전광판을 찾아보고 스스로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한 모양이다.
마음속으로는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내가 아이들 데리고 잘 다녀올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기도 했다.
역사 내에는 출근하느라 바쁜 발걸음의 사람들뿐이었다. 그 속에 빨간 배낭 두 개와 군용 배낭을 멘 우리가족은 누가 봐도 눈에 띄고 특이한 모양새였다.
뿌듯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마치 학교 가는 날 땡땡이를 치고 놀러 가는 듯 신나 했다. 나도 내색을 못했지만 마음속 흥분을 감추기는 어려웠다.
이번 여행의 출발 흥분과 설렘은 뒤로 한 채 아이들에게
"하지 마. 그만해. 조용히 해."와 같은 다그치는 말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기차 타는 곳에 올라가 첫째와 둘째가 또 작은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왼쪽에서 올걸!"
"아니야! 오른쪽에서 올 거야!"
기차가 어느 방향에서 올지 내기를 하고 있었다.
기다리던 기차는 둘째의 바람대로 왼쪽에서 왔다. 기차가 오면 항상 잊지 않고 기관사 아저씨에게도 인사를 건낸다. 예전에 인사를 받아줬던 기관사 아저씨가 있어서 항상 기차를 탈 때면 인사를 빼먹지 않는 둘째다.
아쉽게 이번 기관사 아저씨는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아마 기관사 아저씨가 기차역에 들어서면 이것저것 관찰하고 신경 쓸게 많아서 인사를 못해주셨나 봐." 하며 둘째를 달래줬다.
'언제나 어디서나 왜 나에게만?'
'일방통행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단다.'
우리 가족은 서울 나들이를 갈 때 대부분 KTX를 이용한다. 새벽 첫차의 경우 보통 25% 정도 싸게 예매를 할 수 있다. 이번 여행은 3인만 예약했지만, 운 좋게 4인석을 우리 가족만 쓰며 목포까지 갈 수 있었다.
기차에 오르면 나조차 여행의 시작이라는 느낌 때문인지 설레곤 한다. 아이들은 얼마나 신이 날까?
하지만 걱정투성이 아빠는 출근길 모두 눈을 감고 조용히 가고 있는 상황에 우리 아이들이 민폐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할 뿐이다.
기차를 많이 타봤다고 열차칸 중간에 있는 기차 지도를 보고 자판기나 정수기, 화장실 등을 형제끼리 찾아다니는 것이 우리 아이들이 찾는 기차여행의 재미 중 하나이다.
"사람들 출근하고 있어. 다들 주무시니까 뛰지 말고, 소리 지르지 말고."
"형이랑 꼭 붙어 다니고"
아빠의 걱정스러운 잔소리를 듣고 아이들은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뛰다가 넘어지지는 않을까?'
'시끄럽게 해서 누군가에게 혼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들로 보낸 10분이 지나고 아이들이 자리로 돌아왔다.
"아빠 자판기에 칸초를 파는데 1,200원이야. 그런데 품절이야!"
"맞아. 물도 팔고 이어폰도 팔도 없는 게 없어! 우리도 하나 사줘!"
"아빠, 길을 잃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우리한테 길을 알려줬어!"
기차 탐방을 마치고 온 아이들이 자신이 겪을 일들을 아빠에게 전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럴 때 딱 어울리는 말이 있다.
"걱정 붙들어 매!"
이제 스스로 잘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그저 안전하게만 멀리서 지켜봐 주면 된다.
아이들은 수첩을 가지고 서로 빙고놀이를 하고 엄마와 약속했던 1일 1영어 과제도 끝냈다. 아빠는 목포에 도착해서 소금박물관까지 가는 버스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다.
여러 시외, 시내, 시골 버스를 타야 한다. 미리 조사한 바로 시골버스의 배차 시간을 찾긴 했지만 생소한 정거장과 복잡한 시간 때문에 걱정은 늘어만 갔다.
'뭐 어떠냐. 숙소를 예약한 것도 아니고. 아니면 돌아오면 되지.'
오늘 기차의 마지막 종착역인 목포역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뜨거운 공기였다. 한여름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직 시외버스를 탈 시간이 많이 남았다. 주변을 검색해 보니 동굴 카페가 있어 우리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 10분을 걸어 카페에 도착했다. 그런데 문에 닫혀 있었다. 순간 아이들의 표정을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더운데 여기까지 걸어왔는데?'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시 돌아가자. 편의점에서 간식 사줄게."
첫 일정부터 심상치가 않다
'오늘 무사히 소금박물관에 갈 수 있을까?'
이번 여행에 버스와 기차를 이용할 거라고 아이들에게도 이야기했다. 아이들도 평소에 많이 타지 않는 버스와 기차를 탄다고 해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첫 버스를 타자, 아빠가 깜빡한 것이 생각났다.
바로 버스 카드이다.
"나도 찍어볼래. 내가 찍을 거야!"
아이들이 교통 카트를 서로 찍겠다고 성화였다. 정작 아빠는 가방 메고, 버스 번호 확인하랴, 아이들 계단 봐주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니야! 아빠가 할 거야. 어서 조심히 빨리 타!" 아이들에게 괜히 큰소리를 냈다. 아이들은 금세 시무룩해졌다.
명색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행인데 둘째는 아직 미취학 아동이기에 내 카드를 찍게 해주고, 첫째 교통카트 하나는 만들어왔어야 했는데 미처 교통카드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기차표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창구에서 직접 발권해 아이들에게 본인의 티켓을 나눠줬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포역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목포종합터미널에 도착했다. 종합쇼핑몰과 함께 위치해 있어 1층의 편의점이나 서점을 이용하며 시원하게 버스를 기다릴 수 있었다.
"아~ 아빠는 우리가 어디에서 버스 타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윤우 윤제가 좀 찾아봐 줄래?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지도야"
서로 또 경쟁심이 생겨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지도라는 지명을 찾아 나섰다.
잠시 후 "아빠 여기 여기! 찾았어! 지도! 5번 게이트래!"
아내가 가끔 아이들과 외출할 일이 있으면 본인들이 보드가드인 양 길을 찾고 엄마에게 "이거 조심해. 여기도. 이쪽으로 와" 하는 말에 심쿵한다는 말을 들었다. 나도 심쿵까지는 아니어도 점점 믿음직한 아들들이 되어가고 있어 뿌듯했다.
기다리던 지도행 버스가 도착했다. 그런데 버스에는 기사님과 아빠와 아들 둘 뿐이었다.
아이들은 역시 버스 안에서도 빙고게임 삼매경이다. 여행이 끝나갈 때쯤이면 빙고 고수, 스무고개 고수가 되어 있을 것 같다.
아직 핸드폰이 없고 향후 몇 년간 없을 예정이기에 작은 퍼즐이나 수첩을 활용해 이동 시 지루하지 않도록 노력했는데 아이들이 잘 따라줘서 고맙다. 그래서 나도 더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지 않으려고 노력할 수 있었다.
"아빠 또 핸드폰 보네!"
"그만 봐! 아빠 우리랑 스무고개 하자!"
그래 아빠도 여행 끝무렵엔 끝말잇기, 빙고, 스무고개 고수가 되어 있을 것 같네.
'다음에는 스마트폰 없는 아날로그 여행을 계획해 봐?!'
할머니 집에서 출발한 지 6시간이 넘어가는데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다. 슬슬 지겨워하는 아이들, 배도고파 온다.
"뭐 먹을래? 짜장면이랑 국수" 답이 정해져 있는 물음이었다. 답은 바로 "짜장면"
지도의 짜장면 맛은 어떨까? 짜장면은 항상 옳다. 아이들도 나도 오늘 한 것이라고는 기차 타고 버스 탄 것뿐인데 어찌나 짜장면이 달고 맛있는지 "아빠 다음에도 꼭 엄마랑 같이 오자 여기 짜장면 진짜 맛있다." 우리 집 심 씨 중 유일한 F인 둘째가 짜장면을 먹으며 엄마생각을 다 한다. '그래 네가 나보다 낫네'
목포발 버스에서 내린 지도여객자동차버스터미널에서 다시 증도로 들어가는 시골버스를 기다렸다.
증도로 우리를 데려다 줄 작은 시골버스가 왔다. 이 버스 안에는 역시 기사님과 아빠 그리고 아들 둘만 타게 되었다. 아이들은 배도 불러 노곤했는지 금세 잠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둘째가 잠에서 깨어 울상으로 내게 물었다.
"아빠, 왜 소금박물관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는 없는 거야?"
충분히 아이 입장에서 물을 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나는 쉽게 대답할 수는 없었다.
"윤제야, 아빠 차 타고 가면 한 번에 소금박물관 갈 수 있는데 그렇지? 그런데 윤제야, 이 세상 사람들이 다 자기 차만 타고 버스나 기차를 안 타면 매연도 많이 나오고 해서 지구가 아파할 수도 있데."라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줬다. 그 이야기를 듣고 둘째는 다시 잠이 들었다.
'괜한 고집으로 아이들을 힘들게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아이가 이런 질문을 하게 된 동기가 어찌 보면 이번 여행의 목적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소금박물관 버스정거장에서 내리니 바로 소금향카페가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소금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달고 짭짤한 아이스크림이 맛있었다. 주차장에 차량이 많은 걸 보니 다른 분들은 다 자가용으로 여행을 온 듯하다. 하긴 이 날씨에 누가 버스를 타고 이곳까지 오겠나... 지도로 나가는 버스시간을 알아두긴 했는데 체험 시간과 애매해 카페 주인분께 개인택시 번호도 알아놓았다. 버스가 하루에 두 세대만 다니다 보니 버스를 놓치면 걸어갈 수도 없으니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히치하이킹을 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카페 길 건너편에 위치한 소금박물관으로 갔다. 증도 시내로 나가는 버스가 돌아오는 시간이 촉박하여 박물관 내부를 관람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배낭을 박물관 내부에 맡겨두고 시원한 물과 밀짚모자를 받았다. 이 밀짚모자는 이때부터 4박 5일간 우리와 한 몸이 되어 배낭여행 동지가 되었다.
염전 체험은 우리 가족을 포함해 4팀이었는데 모두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이었다. 그래서 소금 만들어지는 과정을 아주 쉽게 설명해 주셨다.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바닷물을 끌어온다.
2. 저장창고에서 계속 염도를 높인다.
3.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염전(증발지)에 높은 염도의 물을 끓어 온다.
4. 햇볕에 증발시킨다.
5. 소금을 모아 창고에 보관한다.
이 중에서 오늘 우리가 해볼 체험은 염도 높은 물을 증발지에 끌어오기와 소금 모으기이다.
여러 가족이 힘을 합해 금세 작은 소금동산을 만들었다. 경쟁심이 생겼는데 땀이 맺히는 것도 모른 채 소금을 모았다.
굵은소금이 아이들 장화 속으로 들어가 따갑게 하기도 했다. 이 소금은 실제 먹는 건 아니고 체험용으로 사용하신다고 한다.
그다음으로 체험한 것은 수차라는 것이다. 이 수차는 바닷물을 모아 염도를 높인 창고에서 물을 증발지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사람이 직접 올라가 걸음을 걸으면 체중에 의해 수차가 돌고 물을 올라온다. 어린 친구들은 밑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어서 위험해 보였다. 관리 아저씨께서 아이들이 올라갈 땐 뒤에서 꼼꼼하게 살펴봐주셨다. 요즘은 수차보다는 전기 모터를 이용해 물을 끌어올린다고 하셨다.
염전체험은 끝이 났다. 체험을 다 하고 나니 소금을 1인당 1KG씩 나눠 주셨다. 우리는 배낭을 메고 가야 해서 아쉽게도 1KG 봉지 하나만 챙겨 왔다. 조금 무겁더라도 다 챙겨 올걸 너무 아쉽다.
염전체험으로 아이스크림 교환권을 받았다. 소금향 카페 맞은편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로 왔다. 안에 계신 사장님들은 우리가 배낭여행을 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다.
길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의 공통된 질문이 있다.
"어디서 왔니?", "어디까지 가니?"와 같은 여행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웃긴 점은 항상 마지막 질문은 같다는 점이다.
"엄마는 어디 있니?"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어떤 노부부께서 오셨다. 그분들도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하시고 아이들에게 더운데 기특하고 대견하다고 하셨다.
그러시고는 맛있는 간식이라도 사 먹으라고 만 원짜리 한 장을 건네주셨다. 너무 당황스러워 고맙지만 받지 않겠다고 했으나 한사코 뜻을 꺾지 않으시며 "우리 손주들 보는 것 같아서 그래요." 깊숙이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드렸다.
지금 그때 생각해도 가슴이 따듯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분들과 기념사진이라도 남겨놨으면 어땠을까 후회가 된다. 그 감사한 마음은 평생 갈 것 같은데 죄송스럽게도 이제 그분들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다.
어르신 내외분이 떠나고 아이들이 나에게 물었다.
"아빠는 왜 모르는 사람이 주는 돈을 받아."
자기들에게는 모르는 사람이 돈 주면 받지 말라고 엄마 아빠는 해놓고 왜 덥석 받냐고 나한테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분들의 따듯한 마음을 설명하며 아이들을 이해시키느라 작은 고생도 덤으로 했다.
아이스크림을 먹다 보니 저 멀리 지도로 나가는 버스가 와서 급하게 길을 건넜다. 역시 버스 안에는 기사님 뿐이었다. 기사님과 넷이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었다.
그런데 하늘에 구름이 심상치 않아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 저녁 천둥번개와 소나기가 온다고 되어있었다. 오늘 밖에서 텐트를 치고 자기로 했는데 순간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나도 힘들지만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했기에 다시 목포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기사님께 가서 지도에서 목포로 가는 버스가 있냐고 여쭤보았다. 사전에 막차 시간을 알아왔기에 확인차 묻는 질문이었지만 기사님의 대답은 "없어요."였다.
평일과 주말의 운영시간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사정을 말씀드리고 목포에 나갔으면 한다고 하니 무안으로 가는 버스는 남아있다고 하셨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찬밥이든 더운밥이든 목포에 가야 했다.
지도에서 무안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탔다. 아이들이 크게 떠들지도 않았는데 기사 아저씨께서 날카롭게 애들 좀 조용히 시키라고 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얘들아 사람들도 많으니까 우리 조금 조용히 갈까?" 이렇게 친절하게 얘기해 주셔도 되는데 말이다. 기분이 팍 상했다.
무안터미널에서 다시 시내버스를 두 번 갈아타 목포역에 도착했다.
중간중간에 소나기가 내려 다시 모자를 쓰고 홀딱 졌었다. 버스 안은 시원하다 못해 추워 아이들 외투를 입혀야 했다. 아이들도 아빠도 모두 지쳤다. 그래도 아이들은 즐거워 보였다.
내가 "왜 이렇게 즐거워?" 물으니
"오늘 텐트에서 안 자고 게스트하우스 가잖아!"라며 너무 기뻐했다.
목포역에 내리니 하늘에 구름이 걷히고 저 멀리 무지개가 보였다. 마치 오늘 고생했다 선물을 받는 기분이었다.
기차 타고 오송에서 목포
시외버스 타고 목포에서 지도
마을버스 타고 지도에서 증도 소금박물관
마을버스 타고 소금박물관에서 지도
시외버스 타고 지도에서 무안
두 번의 시외버스를 타고 무안에서 목포
이후에 만난 무지개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좀 허무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 가족 첫 게스트하우스, 수다방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게스트하우스는 배낭여행객들이 많이 이용한다. 금액도 저렴하다. 하지만 개인적인 공간보다는 공용 공간이 많은 곳이다. 조금 불편했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도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게스트하우스 주변에 식당은 많았지만 아이들이 치킨을 먹고 싶다고 해서 인근에 자담치킨에 방문했다.
우리 집은 치킨을 배달시켜 먹었기에 아이들은 처음으로 치킨집에 방문해서 치킨을 먹게 되었다. 갓 조리된 치킨이 맛있었는지 앞으로는 우리 집에서도 자담치킨만 먹자고 한다.
'아빠도 좋아. 치우지 않아도 되잖아.'
숙소에 돌아와서는 깨끗하게 씻고 공용 거실에 나와 빙고 게임도 하고 티브이도 봤다. 숙박하는 아저씨 한 분과 아이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기도 했다.
내일 목포항에서 제주항으로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가신다고 했다. 제주도가 좋아 여러 번 뱃길을 이용해 다녀오셨다고 한다.
둘째가 유독 아저씨와 이야기하고 싶어 하고 한편으론 귀찮게 해 드리는 게 죄송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왠지 모를 경계심에 아이에게 그만하라고 다그쳤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냥 내버려 둘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배낭여행의 첫날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긴 하루를 보냈다. 기차 타고 버스 타고 버스 타고 버스 타고...
소금박물관을 가기 위해 빙 둘러 왔다. 그 덕분에 평소에는 발 디뎌 볼 생각도 못했던 곳들을 걸을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다. 기다리는 법도 배웠고 인내하는 마음도 가져보았다. 갑작스러운 소나기로 혼란스러웠지만 슬기롭게 힘을 합쳐 목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쉬움도 남고 후회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몇 곱절은 더 기쁘고 뿌듯한 일들로 가득 찬 하루가 되었다.
그래서 오늘 뭐 했는데?
오늘 소금박물관 다녀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