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다. 그 설렘은 육아휴직이 채 시작되기도 전인 2023년 12월부터 시작되었다.
"어디를 갈까? 재미난 곳 없을까?"
하지만 3월 입학식 이후 아들은 생각보다 너무 일찍 집으로 귀가했다. 오전에 청소를 하고 산에 다녀오면 자유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3월, 4월을 보내니 나의 일상도 어느 정도 정돈이 되고 안정이 되었다. 다시금 "어디를 갈까?" 하는 생각이 꿈틀거렸다. 왜냐하면 여름방학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E 성향의 놀고재비 아빠에게 여름방학을 소홀히 보낸다는 것은 큰 죄를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 3월부터 여름방학 계획에 돌입했다. 그만큼 아이들과 가보고 싶은 곳이 넘쳐났다.
<첫번째, 우리나라 백패킹 3대 성지 다녀오기>
아이들과 캠핑을 시작하며 산을 싫어하던 아빠는 산을 좋아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백패킹을 하기 시작했다. 비록 여름이지만 이런 여유로운 시간에 그것도 평일에 우리나라 대표 야영지들을 한적하게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보통 우리나라 백패킹의 3대 성지는 이렇게 꼽는다.
- 인천의 굴업도
- 평창의 선자령
- 제주도의 우도 속에 비양도
이곳들을 가보지 못한 아빠의 설움이 더해져 아이들과 함께 다녀오고 싶었다.
하지만 각각의 장소가 먼 거리로 인해 이동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도 정 간다고 하면 일주일의 시간 동안 충분히 다녀올 수 있겠지만 제주도까지 다녀오려면 배 혹은 비행기를 타야 해 여행 경비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아내의 허락을 받기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우리나라 동해, 남해, 서해 한 바퀴 돌기>
우리나라는 반도의 형태이다. 그렇기에 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은 아이들도 알고 있다. 그런데 이점을 몸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동쪽 끝 통일전망대를 시작으로 부산, 목포를 거처 파주의 임진각까지 다녀오는 코스이다.
바다를 따라가는 여행이기에 물놀이를 즐길 곳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해, 남해, 서해의 차이점을 직접 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동거리가 길어지고 그만큼 경비가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야영장이나 백패킹을 하게 되면 숙박비는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세번째, 지리산 종주>
아이들과 꼭 한번 지리산 종주를 하고 싶었다. 설악산은 왠지 모를 무서움이 있지만 지리산은 어머니의 산 같이 포근함이 느껴졌다. 성삼재를 시작으로 중산리로 내려오는 성중종주를 3박 4일 일정이면 아이들도 잘 따라오리라 생각했지만 아무리 산이라도 폭염의 7, 8월은 산행을 하기에 썩 좋지 않은 계절이라고 생각되어 포기하게 되었다.
<네번째, 전라도 배낭여행>
그러던 중 우리나라 지도를 펴봤다. 그런데 충청도나 강원도, 서울, 경상도는 많이 가봤지만 전라도는 몇 번 가보질 못했다. 차편도 불편하고 기차도 타려면 대전이나 오송을 거쳐야 했다. 아내와 연애를 할 때도 부산이나 강원도는 다녀봤지만 전라도는 갈 기회가 없었다. 더군다나 아빠와는 다르게 아이들과 아내는 경상도 태생이다. 아내는 대구, 아빠는 세종 아이들은 구미에서 태어났다. 간혹 고향친구들과 가족모임을 하게 되면 나와 아내는 느끼지 못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어린 우리 아들들이 쓰는 경상도 사투리에 웃곤 했었다. 그런 찐 경상도 꼬맹이들에게 전라도 여행이라...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배낭을 메고 가면 더 특별한 여행이 될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 밖에 폐기된 계획들>
- 자전거 타고 할머니댁 다녀오기
- 자전거 국토종주
- 남해안 섬에서 섬으로 여행
- 울릉도 독도 여행
- 시내버스 타고 도시 간 이동하기
뭐 눈에는 뭐 만 보인다고 했던가. TV나 라디오에 어떤 여행의 실마리가 될 만한 것이 나오면 아이들과 가볼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곤 한다. 아내가 "다음 달 주말에 친구 만나러 갔다 온다"라고 하면, 나는 곧 "아이들과 산에 가볼까? 백패킹을 가볼까?" 생각이 먼저 난다.
아내가 언젠가 나에게 그랬다.
"그렇게 노는 게 좋냐고 놀고재비, 놀박사라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디 놀고먹는 궁리하는, 놀박사 학위 취득할 수 있는 대학은 없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