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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팥죽과 손녀.

사람사이. 며칠을 굶은 손녀.

by 샤이니


올해 12월 21일은 동지 팥죽을 먹을 수 있는 날이다.

동지는 음력 11월 1~10일 은애기동지, 또는 애동지.

음력 11월 11~20일은 청년동지, 또는 중 동지.

음력 11월 21~30일은 노동 지라 한다.

애동지에는 팥죽을 먹으면 안 좋다는 속설 때문에 대신 팥시루떡을 해 먹는다.

동짓날에 찹쌀 새알심을 넣고 쑤어 먹는 팥죽은 액을 막고 잡귀를 쫓는다고 했다.

예전엔 대문에도 뿌렸던걸 본 기억이 있다.


지방마다 팥죽 만드는 법도 다르다.

어떤 곳은 찹쌀을 불려서 쌀알을 넣어주기도 하고, 찹쌀가루로 새알심을 만들어 넣고 쑤어 주기도 한다.

그중 제일 좋아하는 팥죽은 새알심과 밀가루 반죽을 홍두깨로 밀어서 만든 팥칼국수이다.

전라도 특유의 음식인 듯.


5일장에 가면 할머니들이 만들어 파는 곳이 많은데 맛은 일품이다.


우리 집은 애 어른 모두가 좋아하는 팥죽을 계절에 상관없이 끊여 먹는다.

우리 집 건강식이다.

어느 날은 유치원생인 작은손녀가 심하게 아파서 며칠째 밥을 먹지 못하고 힘들어하기에,

할머니가 좋아하는 팥죽 만들어 줄 테니 한번 먹어볼까?

네! 먹을 수 있을 거 같아요. 한다.

부지런히 만들어주며 먹을 수 있는 만큼만 천천히 먹어 보라 했다.

며칠을 굶던 아이가 땀을 비 오듯 쏟으며 한 그릇을 비운다.

할머니 이제 살 거 같아요. 고맙습니다! 아니야, 잘 먹어줘서 고마워.

얼마든지 팥죽은 만들어 줄 테니 먹고 싶을 때 말해. 이젠 약 먹고 빨리 좋아지자.

거짓말처럼 밥도 먹게 되고 회복이 되었다.


올해는 동지죽에 도전해 보자.

못한다고 안 하면 영원히 하지 못한다.

복잡하게 왜 만드냐 할 수 있겠지만 직접 집에서 끊여보면 아~이 맛이구나 다.






팥 칼국수 재료. (계량컵 기준)

팥 2컵. 찹쌀가루 2컵. 밀가루 2컵.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팥을 씻어 1시간 정도 불린 다음 보글보글 끓여서 처음 삶은 팥물은 버려준다.

(팥의 쌉싸름한 맛을 없애주는 과정이다).




2) 팥의 2~3배 정도의 물을 붓고 충분히 삶아준다.(압력밥솥을 이용해도 된다.)

3) 무르게 삶아진 팥은 스텐 채반에 받쳐 손으로 으깨서 껍질을 걸러낸다.(믹서기에 갈아도 됨)





4) 팥물과 적당량의 물을 냄비에 붓고 팔팔 끓기 전까지는 바닥에 눌어붙지 않게 계속 저어준다.

끓으면 거품도 걷어내 준다.(오래 끓을수록 색도 진하고 단맛이 난다).





5) 새알심과 칼국수 면을 넣어주고 새알이 위로 떠오르면 다 익었다는 신호다.

소금으로 간하면 끝.(시판용 칼국수는 물로 한번 씻어서 사용)

설탕을 넣어 먹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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