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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헬 Oct 26. 2024

너 진짜 라면만 먹어?

“야, 너도 라면만 먹냐?”   

  

사무실에 있는데 벨 소리가 울렸다.

휴대전화 화면에 17살 때부터 알고 지낸 단짝 친구의 이름이 떴다.

바쁜 와중에 받았더니 대뜸 내게 던지는 질문이 꽤 흥미롭다.     


“뭔 소리야.”

[순간, 난 얘가 이걸 어떻게 알았나 싶었다.]

“너랑 비슷한 사람 유튜브 영상 보다가 너 생각나서 전화했지.”   

  

‘라면’: 국수를 증기로 익히고 기름에 튀겨서 말린 즉석식품.

라면이야말로 정말 위대한 식품이 아닌가?

왜냐?     


내 삼시세끼를 책임지니까.

정확히 말하면 삼시세끼도 아니다.

한 끼, 두 끼 중에 한 끼를 책임지니까.     


“대부분 라면만 먹지.”

“말라깽이 되고 싶냐?”

[표현 방식이 서툰 애라 그래요. 우리 애 나쁜 애 아닙니다.]     


친구가 약간의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먹어서 힘이 나겠냐, 예전보다 살이 빠진 것 같다, 그러다가 병원비가 더 나오겠다,

건강 생각해서 골고루 챙겨 먹어라, 못 먹겠으면 영양제라도 챙겨 먹어라.….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무슨 라면 먹지?’     


운이 좋게도 난 라면을 좋아한다.

[참고로 난, x개장, xx게티, x라면, x구리를 좋아한다. 아니, 그냥 라면은 다 좋다.]     


생각해보아라.

만약 내가 라면을 싫어했으면 이 생활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침, 점심, 저녁을 꼭 챙겨 먹어야 하는 사람이면

최소 2시간은 버렸을 것이다.


이쯤 되면 다들 생각할 것이다.

돈이 없나….

[나를 위해 쓸 돈은 없긴 하다.]     


내 나이 27살. 

20대의 끝자락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중이다.     


누군가는 나의 도전을 응원하고

누군가는 나의 도전을 비웃는다.     


이 세계에 들어오자 내 모든 선택이 ‘책임’이 되어 돌아온다.

그 ‘책임’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밥 먹는 시간 아껴가며

어제보다 딱 한 걸음 더 내딛는 것이다.

나무젓가락으로 면발을 집어 입에 욱여넣은 후

마우스에 손을 올린다.      


그래서 내가 뭘 하냐고?

난 CEO (chief executive officer)다.
      

참고로 오늘 저녁은 xx게티 먹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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