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도 라면만 먹냐?”
사무실에 있는데 벨 소리가 울렸다.
휴대전화 화면에 17살 때부터 알고 지낸 단짝 친구의 이름이 떴다.
바쁜 와중에 받았더니 대뜸 내게 던지는 질문이 꽤 흥미롭다.
“뭔 소리야.”
[순간, 난 얘가 이걸 어떻게 알았나 싶었다.]
“너랑 비슷한 사람 유튜브 영상 보다가 너 생각나서 전화했지.”
‘라면’: 국수를 증기로 익히고 기름에 튀겨서 말린 즉석식품.
라면이야말로 정말 위대한 식품이 아닌가?
왜냐?
내 삼시세끼를 책임지니까.
정확히 말하면 삼시세끼도 아니다.
한 끼, 두 끼 중에 한 끼를 책임지니까.
“대부분 라면만 먹지.”
“말라깽이 되고 싶냐?”
[표현 방식이 서툰 애라 그래요. 우리 애 나쁜 애 아닙니다.]
친구가 약간의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먹어서 힘이 나겠냐, 예전보다 살이 빠진 것 같다, 그러다가 병원비가 더 나오겠다,
건강 생각해서 골고루 챙겨 먹어라, 못 먹겠으면 영양제라도 챙겨 먹어라.….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무슨 라면 먹지?’
운이 좋게도 난 라면을 좋아한다.
[참고로 난, x개장, xx게티, x라면, x구리를 좋아한다. 아니, 그냥 라면은 다 좋다.]
생각해보아라.
만약 내가 라면을 싫어했으면 이 생활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침, 점심, 저녁을 꼭 챙겨 먹어야 하는 사람이면
최소 2시간은 버렸을 것이다.
이쯤 되면 다들 생각할 것이다.
돈이 없나….
[나를 위해 쓸 돈은 없긴 하다.]
내 나이 27살.
20대의 끝자락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중이다.
누군가는 나의 도전을 응원하고
누군가는 나의 도전을 비웃는다.
이 세계에 들어오자 내 모든 선택이 ‘책임’이 되어 돌아온다.
그 ‘책임’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밥 먹는 시간 아껴가며
어제보다 딱 한 걸음 더 내딛는 것이다.
나무젓가락으로 면발을 집어 입에 욱여넣은 후
마우스에 손을 올린다.
그래서 내가 뭘 하냐고?
난 CEO (chief executive officer)다.
참고로 오늘 저녁은 xx게티 먹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