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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터 Sep 23. 2024

강산

형 진심으로 몽골갈래?

몽골은 어떤 곳인가. 이번 여행을 어떤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떠오른 말은 모든 게 예상 밖이었지만 괜찮았다였다. 이 한 문장이 여행 중 맞이한 모든 순간을 담아내지 않았나 싶다. 시간 순서대로 여행을 기록하되, 조금 더 특별함을 담고 싶어 함께한 친구들의 이름을 목차로 정리했다. 그리고 나를 이 여정에 초대한 강산이가 이 글의 첫 장을 장식하게 되었다.

강산이와 나는 해양경찰 의무경찰 시절에 처음 만났다. 우연한 기회로 함께 일할 수 있는 후임들을 모으는 자리였던 터라, 사진 속에 있는 한 명 한 명은 내가 골랐던 난 놈들이다. 그들 중 대부분과 아직도 연락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건 강산이었다. 전역하자마자 앞으로 무엇을 할지 함께 고민하고, 대화를 나누던 그런 친구다. 


강산이는 나를 통해 건너 건너 알게 된 한 회사에서 여행 콘텐츠를 제작하다가, 지금은 어엿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덕분에 매일 서로가 무슨 일을 하며 지내는지 대충 알 수 있었지만, 나는 오프라인에서 주고받는 대화가 온라인에서 소비되는 이야기보다 훨씬 담백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 정도는 꼭 만나곤 했다. 대부분은 강산이가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담아주기 위한 만남이었지만, 언제나 자기 일인 양 기뻐해 주었다.

강산이가 찍어준 졸업 사진

기안 84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가 큰 인기를 끌었고, 그 무렵 강산이가 몽골 일주 프로그램의 트래블 스페셜 호스트로 나섰다. 나는 그때 직장인이 된 지 두 달쯤 되었을 때였다. 휴가는 어떻게 써야 할지, 이 회사를 계속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했던 터라 결국 아쉬움을 남기며 참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한 명이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 덕에 마지막 멤버로 합류하며 오랜만에 여행길에 오르게 되었다.

몽골 여행을 준비하려면 동행을 구하는 카페부터 가입해야 하지만, 나는 그저 강산이의 이름만 믿고 그의 영상과 사진, 그리고 노션에 정리된 일정조차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채로 여행에 조인했다. (강산이가 서운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만큼 그를 신뢰했다는 뜻이니 이해해주길 바란다.) 비행기에 오르고 나서야 내가 어디로 가고 무엇을 하게 될지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강산이가 성심성의껏 짜놓은 일정표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정작 나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그 일정을 보고 감동받은 내 사수는 나보다 일주일 먼저 몽골로 떠나버렸을 정도였다. 이럴 거면 ‘태어난 김에 몽골 일주’가 아니라 ‘사는 김에 몽골 가서 다 해보자’였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 여행은 서울, 대전, 경주, 대구 등 각지에서 모인 13명의 학생과 직장인들, 이른바 강산 유니버스에 속한 사람들이 함께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는 차차 풀어갈 기회가 많을 테니, 우선 이 글의 프롤로그는 강산이로 마무리 지으려 한다. 그리고 아마도 이 글의 어딘가에 또다시 강산이라는 제목의 목차가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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