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구룡반도에서 장국영 찾기 - 틈새기록(미식편)
나에게 홍콩은 장국영의 나라,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왕가위 감독의 수많은 촬영지가 있는 나라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홍콩은 미식의 나라이기도하다.
그래서 'chapter 1. 구룡반도에서 장국영 찾기'를 끝내기 전, 저자가 직접 내돈내산을 100% 주관적인 맛집을 짧게 소개해보려고 한다. 사실 이 짧은 파트에서도 장국영과 관련된 맛집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 않았지만, 애석하게도 코로나 이후라 오랫동안 홍콩의 매력과 전통을 이어오던 많은 집들이 문을 닫게 되었다.
예를 들면, 예만방(譽滿坊)이라는 딤섬집이 대표적이겠다.
조금 허풍을 더해 말을 하자면, 홍콩은 어느 딤섬점을 들어가도 다 맛있기 때문에 사실 장국영이 좋아했던 딤섬집이라는 것 말고는 특별한 점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좋아하던 식당을 찾아 그를 추억하는 일 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니. 가게가 존재하는데 내가 안 가는 것과, 가게 사라져서 못 가는 것은 아예 다르지 않은가. 나에게 그곳은 너무 아쉬운 곳이다. 언젠가 예만방 사장님께서 다른 곳에 문을 열어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해피밸리의 모정을 빠른 시일 내에 꼭 가보고 싶다. 기회가 되면, 가게 주인 분과 장국영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장국영 세트라고 칭해진 그가 즐겨 먹던 음식들로 구성된 메뉴도 먹어보고 싶다.
Anyway, 내가 이번 파트에서 소개할 곳은 장국영과 아무 관련이 없는 식당이다. 바로 홍함에 위치한 'V King Restaurant'인데, 나는 이곳을 내 블로그에서 홍콩식 볶음면맛집이라고 칭했다. 그리고 이곳 역시 홍콩의 로컬차찬탱이다.
바로 직전의 글에서도 침사추이의 한 차찬탱을 소개하였기에, 먼저 차찬탱이라는 단어의 뜻부터 천천히 풀어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차찬탱은 이름 그대로 '차를 제공하는 식당'으로 손님에게 물을 내오던 양식당과 구별하기 위해 사용된 용어라고 한다. 홍콩의 물가에 비해 값이 싸고, 다양한 메뉴가 있는 대중음식점이라 여행객뿐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는 식당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V king restaurant은 홍함페리터미널 바로 옆에 위치하여 있어 바로 노스포인트로 갈 수 있는 점이 최고다.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홍함의 여유를 즐기다 조금 시장해졌을 때, 이곳에서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홍콩의 대중교통인 페리를 타고 홍콩섬으로 이동하기] 내가 진행한 코스이기도 한데, 홍콩현지인들의 잠시 들어가 볼 수 있는 꽤나 낭만적인 여행코스이기에 일정이 여유로우신 분들께 추천해드리고 싶다.
가게 들어와 메뉴판을 들어 메뉴를 확인하니 한국과는 다른 점이라고 해야 할까? 시간대별로 시킬 수 있는 메뉴가 달랐던 게 나에게는 색다르게 느껴졌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고민하다 이곳에서도 역시 직원의 추천 메뉴를 먹어보기로 했다.
파파고와 더불어 요즘에 떠오르는 챗GPT라는 아주 좋은 물건이 내 손에 있지만, 나는 해외로 여행을 갈 때 주로 현지 직원에게 메뉴를 추천받는 편이다. 그 나라 사람들이 많이 먹는 음식이나, 추천해 주는 현지 직원이 최애 메뉴를 먹어봄으로써 조금이나마 내가 여행하는 나라를 조금 더 가깝고 생생하게 느껴고 싶다고 해야 할까. 물론, 그 직원이 나에게 작정하고 바가지를 씌우려고 할 때는 나도 나의 흥정스킬과 능글맞음을 사용해야겠지만.
직원의 추천 메뉴는 홍콩식 볶음면이었다. 약간 매울 수도 있는데 괜찮냐고 물어보는 직원의 말에 0.1초로 괜찮다고 미소를 지어주며 속으로 생각했다.
'청양고추 러버예요... 엽떡 최고 매운 단계도 먹어봤어요.. 매운맛의 고통을 즐기는 한국인이에요..'
홍콩식 볶음면과 함께 시킨 홍콩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똥랭차가 먼저 나왔다. 영어로는 Iced Lemon tea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직접 우려낸 홍차와 달짝지근한 시럽이 섞긴 음료에 2~3개 레몬슬라이스가 올라간 음료.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홍콩 특유의 맛을 만들어 낸다.
한국에서는 이 맛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은데, 어느 음식을 먹든 나는 항상 이 똥랭차를 시키기에 아마 내가 먹은 똥랭차의 양은 족히 10L은 될 것이다.
그렇게 나의 영원한 드링크 똥랭차로 목을 축이니 바로 메인요리 홍콩식 볶음면이 나왔다.
엄청난 양의 돼지고기와 숙주, 양파를 비롯한 다양한 채소들이 함께 뒤섞인 당면 같기도 한 두꺼운 면발.
이 면발에도 짧은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 메뉴를 추천받아 주문을 할 때 직원은 나에게 면의 두께도 고를 수 있다고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홍콩식 볶음면을 인터넷에 검색하거나 한국에 있는 가게들을 방문하면 되게 얇은 면발이 주를 이루는 음식 사진이 되게 많아 얇은(Thin) 면을 시키려고 하였으나, 현지직원이 현지인들은 두꺼운 면을 즐겨 먹는다고 말해주어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두꺼운 면을 시켰다.
맛에 물어본다면, '혹시 사진을 보고 난 후 떠오르는 맛이 있는가?'라고 역질문을 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생각한 맛일 거예요. 적어도 70%는 비슷할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볶음음식의 나라답게 맛과는 별개로 기름짐 정도도 어마어마하였다. 아마 똥랭차가 없었다면 그릇을 완벽하게 비우지 못했지 않을까?
'뻔하고 기름진 맛인데 왜 추천해 주는 거요!'라고 묻는다면 첫 번째로는 이럴 줄 알고 미리 보험?! 느낌으로 적어놓았던 이 글의 초반에 [100% 주관적인 맛집]이라는 부분을 재차 보여줄 것이며, 그에 덧붙여 '저에게 맛집의 기준은 특별히 맛이 뛰어난 곳이라기보다는 그 나라 현지 단면을 볼 수 있는 곳이거든요'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게 꽤나 성공적인 식사를 마친 후, 메뉴를 추천해 준 직원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하며 가게의 문을 나왔다. 2월 말의 날씨 덥지도 춥지도 않은 홍콩의 선선한 바람이 나를 다시 맞이해 주었고, 난 천천히 홍함페리터미널로 발걸음을 옮겼다.
+P.S: 이 식당을 저녁에 방문하여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라고 하는데, 아직까지 해본 적은 없지만 다음번엔 꼭 저녁에 방문하여, 침사추이에서와는 다른 감정으로 홍콩의 바다를 바라보며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