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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들이 좋아하는 영어는?

-컨시드가 주는 위로, 하지만 끝은 내가 마무리하는 것

by 언덕파

“오케이!”


대략 퍼터 길이 또는 그 보다 살짝 짧은 거리가 남았을 때 그 퍼팅은 실제로 치지 않아도 집어넣은 걸로 쳐주는 한국식 표현입니다. 골퍼들은 이 영어 한마디에 긴장이 풀립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손끝에 힘이 들어가고, 왠지 모르게 어깨에 뻣뻣함이 감돌던 그 순간. 동반자의 오케이 콜이 떨어지면 우리는 마치 ‘마법에 걸린 듯’ 편안하게 퍼팅 스트로크를 합니다. 한 손으로 툭 쳐도 볼은 기가 막히게 홀로 빨려 들어가죠.

왜일까요?
이미 결과가 확정됐기 때문입니다. 스코어는 적혔고, 이 샷은 말 그대로 ‘덤’이자 연습퍼팅이 됩니다. 실패해도 손해는 없고, 성공하면 뿌듯한 보너스죠.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그 거리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라, ‘책임져야 한다’는 심리가 어려운 겁니다. 오케이 거리는 퍼터 길이보다 짧은, 세상에서 가장 애매한 거리입니다. 그 짧은 거리 앞에서 우리는 수많은 생각에 흔들립니다.

“이걸 못 넣으면 어떻게 보일까?”

“때릴까? 굴릴까?”
“이 정도 거리는 오케이를 주는 거 아닌가?”
“왜 안 주지?”
“나를 못 믿는 건가?”

골프에서 짧은 퍼팅은 기술이 아니라 멘털의 영역이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케이 사인을 ‘기술의 인정’이 아니라, ‘심리적 책임 면제’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짧아서 애매한 거리의 퍼트를 남겼을 때, 사실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대하게 됩니다.

“그래, 이 정도면 오케이 주겠지.”

“괜히 긴장되는데... 제발.”

그 기대는 동반자의 말 한마디에 따라 긴장을 풀게도 하고 혹은 더 위축되게도 만듭니다. 하지만 결국 골프는 내 스코어를 내가 책임지는 경기입니다. 누가 대신 쳐주지 않고, 누가 대신 지워주지도 않죠. 컨시드('오케이'의 정확한 표현)를 주든 말든 그 퍼팅을 마무리하는 건 나 자신입니다. 그래서 짧은 거리라도, 스스로 끝까지 ‘넣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숏퍼팅을 연습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스코어를 줄이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 거리 앞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누군가의 인정이나 배려 없이도 담담하게 자신을 믿고 마무리할 수 있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그게 골프든 인생이든 결국 마지막 한 타는 내가 책임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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