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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이냐 7번이냐, 결국 나를 묻는 질문

-클럽 선택은 자기 인식의 결과다

by 언덕파

“7번 아이언으로 강하게 칠까, 6번으로 안전하게 갈까?”
이 질문 앞에 서보지 않은 골퍼는 없을 것이다. 티샷 후 세컨드샷이든, 파 3홀 티샷이든, 그린을 향해 어프로치 할 때 골퍼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샷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선택의 문제다. 공까지의 거리는 150m. 내 7번 아이언 평균 비거리는 150m…라고 말은 하지만, 솔직히 평균은 늘 잘 맞은 두세 번만 기억한 결과다. 대다수의 샷은 짧거나 왼쪽으로 휘고, 때로는 뒤땅으로 겨우 120m 나갈 때도 있다. 그런데 그 순간, 이상하게도 ‘내가 한 번 잘 맞으면…’이라는 기대가 고개를 든다. 7번으로 핀을 곧장 노리고 싶은 욕심이 피어오른다. 하지만 안전하게 가려면 한 클럽 길게, 6번을 잡는 게 확률적으로 결과가 낫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욕심과 안전 사이, 자존심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난다. 선택은 곧 자기 인식이다. 지금 내가 어느 정도의 실력이고, 어떤 컨디션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인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잘못된 선택, 그러나 최선일 수도 있다

골프에서 가장 흔한 후회는 샷의 실패보다 선택의 실패다.
“차라리 6번 잡을 걸…”
“괜히 핀 보고 노렸네…”
“안전하게 끊어 갈 걸…”

이런 후회는 골퍼의 마음에 깊게 남는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하면 그 선택이야말로 그 순간 내가 처한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 컨디션, 바람, 잔디 상태, 그리고 마음가짐까지— 모든 요소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내린 결정을 단순히 ‘잘못’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후회조차도 과정이다. 후회라는 건 결과가 나온 뒤에야 할 수 있는 사치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그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를 인정하고, 다음번에는 조금 더 냉정한 자기 인식으로 다른 선택을 시도하는 것이다.


샷은 연습으로 다듬을 수 있다. 스윙 궤도, 임팩트, 템포, 체중 이동. 수없이 반복해서 몸에 익힐 수 있다. 그러나 선택은 연습장에선 배울 수 없는 영역이다. 선택은 늘 필드에서 실제 상황에서만 다듬어진다.

페어웨이에 있을 때 우리는 선택을 고민한다. “3번 우드로 투온을 노릴까, 아니면 유틸리티로 안전하게 끊어갈까?” 그린 주변에서도 마찬가지다. “러닝 어프로치로 굴릴까, 로브샷으로 띄울까?” 선택의 순간은 곧 심리의 거울이다. 욕심이 앞서는가, 겁이 앞서는가 아니면 차분히 현실을 인정하는가. 결국 골프는 실력이 아니라 자기 인식을 묻는 게임이다.


골프를 모르는 사람도 사실 매일 같은 순간을 겪는다. 오늘 점심을 건강식으로 먹을까, 치킨을 시킬까.
발표에서 무난하게 마무리할까, 한 마디 더 세게 치고 나갈까. 조용히 넘어갈까 아니면 꼭 하고 싶은 말을 꺼낼까. 선택 앞에서 우리는 늘 후회한다. 치킨을 먹고 나면 왜 그렇게 기름졌을까 후회하고, 건강식을 먹고 나면 괜히 아쉬워 후회한다. 회의에서 말을 했으면 불필요했나 후회하고, 안 했으면 왜 침묵했나 후회한다. 골프도 똑같다. 선택에는 정답이 없다. 중요한 건 그 선택이 나를 드러내고, 그 결과를 통해 나 자신을 다시 배우는 과정이 있다는 것이다.


골프장에서의 잘못된 선택은 결국 스코어로 기록된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다.

‘아, 이 거리에선 나한테 7번은 무리구나.’

‘바람이 불 땐 차라리 한 클럽 크게 가야 하는구나.’

‘심장이 빨리 뛸 때는 짧게 끊는 게 답이구나.’

이런 깨달음이 쌓여 다음 선택을 조금 더 정직하게 만든다. 후회는 실패가 아니라 데이터다. 어쩌면 후회가 없었다면 성장도 없었을 것이다. 골프장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다.

“프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아마추어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여기에 나는 한 줄 덧붙이고 싶다.
“그러나 진짜 아마추어는 그 실수조차 웃음으로 넘긴다.”

선택을 잘못했어도, 볼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도, 같이 라운드 한 동반자와 그 순간을 함께 웃을 수 있다면 이미 좋은 선택이다. 결국 골프는 스코어가 아니라 관계와 기억을 남기는 게임이니까.


선택은 곧 자기 인식이다

골프에서 모든 그린을 향한 어프로치샷은 샷의 문제가 아니다. 선택의 문제다. 그리고 그 선택은 곧 자기 인식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내가 보낼 수 있는 거리는 어디까지인가. 내가 믿을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 클럽을 고르는 순간,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묻는다. 그리고 그 대답은 늘 정직하다. 후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후회마저 과정이다.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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