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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백 속 국밥집 간판 같은 클럽

- 3번 우드의 귀환

by 언덕파

“3번 우드? 그거 골프백 속 국밥집 간판 같은 거 아냐?”


라운드에서 이런 농담을 자주 들었습니다. 화려한 메뉴는 아니지만, 왠지 안 버리고 계속 두게 되는 간판.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생각나서 들어가 보면 “역시 국밥이지” 하듯, 3번 우드가 의외로 제 몫을 할 때가 있습니다.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3번 우드를 장식품 취급합니다. 드라이버는 티샷에서 시원하게 날려주고, 세컨드샷은 유틸리티나 롱 아이언으로 안전하게 끊어가는 게 마음이 편하니까요. 3번 우드는 애매하게 길고, 잘못 맞으면 벌타가 크니 차라리 뽑지도 않는 겁니다. 예를 들어 드라이버를 치면 해저드에 빠지는 홀에서 대부분 3번 우드 대신 유틸리티(고구마)를 잡습니다. 안전하게 보낼 수 있지만 거리가 조금 아쉽죠.

평소 3번 우드 연습을 해두면 이럴 때 꽤 쓸만한 무기가 됩니다.

최근 라운드에서 오랜만에 3번 우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파 5 첫 홀 티샷이 오비가 나서 오비티에서 4번째 샷을 쳐야 했습니다. 보통이면 유틸리티로 최대한 보낸다는 작전으로 쳤을 겁니다. 전날 3번 우드 연습 감이 너무 좋아서 호기롭게 빼들었습니다. 남은 거리는 235미터에 뒷 핀. 솔직히 말해 약간은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도 있었죠. 그런데 웬걸, 제대로 맞은 볼이 페어웨이를 길게 날아가더니 그린 중앙에 올라가 버렸습니다. 그 순간, 짧고 사소한 깨달음이 떠올랐습니다.
“야, 이래서 3번 우드를 버릴 수가 없는 거구나.”


3번 우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슈퍼 땅콩’ 김미현 선수.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LPGA를 평정했던 그녀의 무기는 바로 우드였습니다. 드라이버보다 정확하고, 아이언보다 멀리 가는 3번 우드 샷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체격 조건이 뛰어난 미국 선수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페어웨이에서 3번 우드로 그린을 직접 노려 버디 찬스를 만드는 과감한 플레이. 팬들은 그녀를 ‘우드의 달인’이라 불렀습니다. 김미현 선수의 스토리는 우리 아마추어에게도 메시지를 줍니다. “어렵다, 무섭다”는 이유로 클럽을 봉인해 두면 발전이 없습니다. 때로는 과감한 선택이 새로운 길을 열어줍니다. 아마추어가 3번 우드를 잡을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괜히 치다가는 해저드 직행이야.” 이유는 분명합니다.

낮은 로프트: 드라이버보단 서 있지만 여전히 볼을 띄우기 쉽지 않습니다.

긴 샤프트: 작은 미스도 크게 벌어집니다. 컨트롤이 어렵지요.

심리적 부담: ‘티샷도 아닌데 굳이?’라는 생각이 따라붙습니다.


결국 기술보다 멘털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고민 끝에 빼들었다가 역시나 미스샷으로 이어지면 다시는 뽑아들지 않을 거야 하는 자책이 들기도 하죠.

재미있는 건, 프로 선수들도 3번 우드를 두고 접근 방식이 다르다는 겁니다.

김미현처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스타일.

혹은 페어웨이 우드를 최대한 줄이고 드라이버·아이언 중심으로 가는 스타일.


아마추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이는 3번 우드를 연습장에서부터 포기합니다. 반대로 꾸준히 연습한 사람은 3번 우드가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무기가 됩니다. 여성 골퍼들은 거리가 나지 않아 우드를 자주 연습하고 자주 사용합니다. 평평하지 않은 라이에서도 곧잘 칩니다. 자주 쓰면 손에 익게 됩니다. 이 차이는 결국 “나는 지금 뭘 할 수 있나?”를 묻는 자기 인식에서 갈립니다.


저의 경험과 레슨에서 얻은 작은 팁을 정리해 드리자면,

-백스윙은 낮고 길게 : 볼만 툭 치려 하지 말고, 헤드가 낮게 길게 빠져나가야 궤도가 안정됩니다.

-피니시까지 한 번에 : 중간에 힘이 끊기면 끝장입니다. 피니시까지 한 번에 쭉 가야 합니다.

-힘이 아니라 리듬 : 세게 휘두르지 않아도 얼추 갈 만큼 갑니다. 리듬으로 쳐야 합니다.

-공 위치는 약간 왼쪽 : 드라이버보단 중앙 쪽, 아이언보단 왼쪽에. 이게 띄우기 좋습니다. 그러나 탑핑이 난다면 과감히 중앙으로 옮깁니다. 골퍼마다 스윙이 다르므로 자신의 볼위치를 알아야 합니다.


위 4가지를 외울 수는 있어도 실전에 적용하긴 쉽지 않습니다. 티샷으로 일단 자주 써보세요. 처박아두는 클럽이 아닌 이제 한 번씩 존재감을 허락해 주세요. 페어웨이 라이가 좋다면 쓱- 꺼내보세요. 미스가 나면 어떤가요. 완벽한 샷은 골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약 페어웨이 볼이 놓인 라이가 안 좋다면 과감히 집어넣으시고 유틸리티나 아이언을 집으시길.


3번 우드는 골프백 속 국밥집 간판 같은 존재입니다. 평소엔 눈길도 안 주다가도, 어느 날 불쑥 생각나서 뽑으면 의외로 제 몫을 합니다. “역시 국밥이지” 하듯이 말입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군요. “골프백에 버려진 클럽은 없습니다. 다만, 출전 기회를 기다리는 클럽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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