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새벽 5시,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떴다. 창밖을 보니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다.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준비물을 챙긴 후 집을 나섰다. 바깥공기는 싸늘했고, 도로 위 가로등 불빛이 가랑비 속에서 아직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2025 서울마라톤 풀코스는 광화문에서 시작하지만, 오늘 내가 서야 할 곳은 잠실운동장역이었다. 10KM 러너들이 모이는 출발지다.
역에 도착하니 이미 수많은 러너들로 북적였다. 형형색색의 러닝복, 가슴 위 각자의 그룹이 적힌 배번들, 가볍게 몸을 푸는 사람들. 긴장과 설렘 그리고 묘한 흥분이 공기 중에 뒤섞여 있었다. 새벽 공기 속에서 워밍업을 하면서도 나는 머릿속으로 오늘의 역할을 되새겼다.
페이스 메이커
오늘은 내 기록이 아닌, 누나와 남동생의 완주를 돕는 것이 목표다.
출발선에서 기다리면서 나는 문득 생각했다. 달리기를 할 때마다 항상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나는 왜 달리는가?’ 그 대답을 찾으려 할 때마다 러닝은 언제나 새로운 얼굴을 내밀었다. 오늘은 가족과 함께 달린다. 그게 오늘 내가 뛰는 이유다.
출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러너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가볍게 속도를 맞췄다. 내 역할은 분명했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 적절한 리듬을 유지하며 가족들이 완주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초반 7km 동안은 누나와 남동생의 페이스에 맞춰 달렸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발걸음을 맞추며, 속도를 조절하며, 숨이 차오를 때마다 "이 페이스대로 가면 돼."라고 다독였다. 달리면서 내내 생각했다. 누군가의 페이스를 맞춰준다는 것, 그것은 믿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비는 레이스 내내 내렸다. 도로는 미끄러웠다. 빗방울이 몸에 닿을 때마다 살짝씩 한기가 느껴졌지만, 달리는 동안에는 그런 감각조차 희미해졌다. 몸은 본능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의식은 점점 단순해진다. 그냥 한 발, 또 한 발. 이 리듬을 지키는 것. 그리고 이 리듬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
누나는 연습량이 부족해 걱정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잘 달리고 있었다. 작년보다 더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지속 가능한 페이스, 그것이 마라톤의 핵심이다. 경험 많은 러너들은 안다. 초반에 무리하지 않으면 후반에도 리듬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꾸준히 적절한 페이스를 맞추며 가는 것, 그것이 결국 완주로 이어진다. 마치 광고와 브랜드가 소비자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처럼. 너무 빠르면 부담이 되고, 너무 느리면 관심을 잃게 된다. 좋은 광고 캠페인은 한 번의 강한 임팩트보다 꾸준한 연결 속에서 신뢰를 쌓아간다. 마라톤을 달리는 것도 다르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속도를 유지할 순 없지만,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7km를 지나며 나는 나만의 속도로 페이스를 올렸다. 차가운 공기는 여전했고, 도로 위의 빗방울은 반짝였다. 가족들과 함께한 시간도 좋았지만, 마지막 3km는 나만의 레이스였다. 속도를 올려 피니시를 통과하는 순간, 마치 광고 캠페인의 최종 론칭 순간처럼 짜릿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PACE로 달렸고, FAITH를 가지고 완주했다.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한 시간과 추억, 그리고 서로를 이끌어주었다는 만족감이었다. 조카는 젊음의 힘으로 먼저 피니시 했고, 누나는 힘들 것 같았지만 페이스를 잘 유지해 내며 무사히 완주했다. 그리고 나는 리딩을 잘 마쳤다는 기분 좋은 여운 속에서 오늘의 의미를 곱씹었다.
완주 메달을 받은 후, 우리는 따뜻한 음식이 있는 식당에 들어가 몸을 녹였다. 창밖으로는 여전히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누나는 국물을 한 숟갈 뜨며 말했다. “작년보다 덜 힘들었어. 오히려 이번엔 더 여유가 있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러닝이란 결국 훈련과 리듬의 문제다. 조금씩 쌓아가면서, 나도 모르게 몸이 적응해 가는 것. 그게 바로 지속성의 힘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브랜드에도 필요한 힘일 것이다.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하지만 결코 멈추지 않고.
[오늘의 PICK, 오늘의 피크닉]
여러분은 지금 누군가의 페이스를 이끌고 있나요?
아니면 누군가가 당신을 위해 페이스를 맞춰주고 있나요?
아니면 자신을 믿고 혼자 묵묵히 달리고 있나요?
PACE와 FAITH.
이 두 단어는 마라톤뿐만 아니라 브랜딩 그리고 우리 삶을 이끄는 귀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PICKNIC은 '페이스'와 '페이th'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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