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날 좀 그냥 내버려 두세요..
유방암 수술 전날까지 안심할 수 없는.. 이벤트 가득한 내 인생..
드디어 3주에 한 번씩 총 6번의 선항암이 끝났다.
5개월이란 시간이 흘렀고 유방암수술이 잡혔다.
수술하기 전.. 왜 이리도 검사가 많은지.
심전도, 엑스레이, 뼈스캔, 유방MRI, CT, 피검사
유방촬영, 유방초음파, 심장초음파..
하루종일 검사실만 왔다 갔다 진이 다 빠졌다.
검사하고 며칠이 지났을까.
수술하기도 전에 기운다 빠지면 안 되겠다 싶어
소고기로 몸보신하자며 가족외식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친정엄마와 아이들까지 나갈 준비를 마치고 남편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사이렌소리가 들렸다.
큰 도로가 근처에 있어 가끔 들었던 터라 대수롭지
않았는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베란다 쪽 내려다볼래? 나 여기 있어."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후다닥 뛰어가 창문을
열었다.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그 옆에는
불이 나고 있는 우리 차와 남편이 서있었다.
남편이 말하길.
집 근처에 다 와갈 때쯤 차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하교시간이라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바로 못 세우고
아파트 수돗가 쪽 넓은 공간으로 주차를 하고
뛰어내렸다고 했다.
너무 놀랬지만 일단 남편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경찰차, 소방차, 과학수사대까지
영화촬영장도 아니고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다시 생각하니 너무 끔찍했다.
만약 불이 조금이라도 늦게 붙어서 아이들과
친정엄마까지 모두 타고 가다 사고가 발생했다면??
신이 있다면 숨어서 올 한 해나란 인간이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테스트하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와는 다르게 깊게 생각하지 않고 긍정적인 남편은
후다닥 일을 수습하고 다시 고기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오빠는 지금 그게 가능해?"
"안될 건 또 뭐야? 사람 안 다쳤으면 됐고 수술 전에
이런 일 터진 거보니 와이프수술 잘되려나 보네..!!"
그리고 며칠 뒤 수술 전 검사결과를 들으러 갔다.
애써 두근거리는 마음을 붙잡고 진료실로 들어섰다.
"암덩어리가 많이 줄어있어서 예정대로 부분 절제
수술로 진행할 거예요.. 항암 전에는 림프전이가
진행돼서 쇄골아래까지 꽤 많이 퍼져있었는데
수술해서 겨드랑이 림프를 떼어내 봐야 전이가
잡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
5개월 전. 이미 전이가 돼서 3기라는 말을 듣고 충격에
정신이 거의 나가있었는지 기억을 못 하고 있었다.
암세포가 겨드랑이 임파선전이는 물론
쇄골아래쪽으로도 많이 퍼져있었다는 걸..
정말 조금만 더 늦게 알았으면 장기나 뼈까지 전이돼서
말기암환자가 됐었겠구나.. 하는 생각에 손이 떨렸다.
어쨌든 항암으로 암세포가 많이 줄어들어 다행이다
생각하던 그때였다.
"그런데 폐에 결절이 보여요. 예전 검사 때보다 조금
커진 것 같아서 호흡기 내과 협진을 한번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 내가 또 이벤트 없이 수술실 들어가는 건 못
보겠다는 거지?? 별일 없을 거야..
그냥 협진일 뿐이야..
애써 걱정을 누르고 호흡기 내과 진료실로 들어갔다.
"크기가 그대로면 몰라도 조금 커졌기 때문에 수술 전에
기관지 내시경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혹시.. 전이 가능성도 있나요??"
"네.. 폐전이 일수도 결핵 흔적일 수도 있고 결핵일 수도
있으니까 검사를 해봐야죠."
수술하고 입원하면 며칠 일을 못하기 때문에 미리 업무
보느라 남편은 보내고 나 혼자 검사결과만 들으러 온
건데..
내가 지금 여기서 무슨 이야기를 듣고 있는 거지??
도저히 온몸에 힘이 풀려서 걸을 수가 없었다.
겨우겨우 벽을 짚어가며 유방외과로 걸어갔다.
나.. 진짜 폐에 전이된 거면 어쩌지?
그럼 말기인데.. 우리 애들은 어쩌지?
엄마는? 남편은?
유방외과 문이 열리고 진료가 마감되어 뒷정리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보였다.
같은 또래 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항상 힘내라고 응원하
주시던 익숙한 간호사 선생님 얼굴을 보자마자 울음이
터져 나왔다.
"선생님.. 저... 어떡해요.. 폐전이일 수도 있다는데
어떡해요.. 여태껏 그 힘든 항암 받고 내일이면
수술인데 갑자기 전이일 수도 있다 그러면 나보고
어쩌라고요. 우리 애들은 어떡하냐고요."
목놓아 울면서 말했다.
간호사선생님은 폐에 흔적이 원래 있었으니 아닐
거라고 검사해 봐야 아는 거라고.. 뭔지 모르니까
확실히 하려고 하는 검사니까 겁먹지 말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사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래도 진정이 안 되는 날 보며 도저히 안 되겠는지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 나가셨다.
몇 분쯤 지났을까??
날 데리고 교수님 진료실로 들어갔다.
진료가 끝나고 정리하시고 계신 교수님께 내 사정
이야기를 하고 검사 결과들을 봐달라고 하신 거다.
거기다 내 담당 교수님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꼼꼼하게 한참을 보신 후에 자신의 소견은
전이는 아닌 걸로 보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미세한 것 하나 그냥 넘길 수 없어 확인차 진행하는 것
같다며.. 항암으로 암세포가 많이 없어진 걸 보면 약이
잘 들었다는 건데 만약 폐전이였다면 그것도
줄어들었어야 맞는 거라고 하셨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한시름 놓긴 했지만 불안함을 다 떨칠 순 없었다.
만약에 전이도 아니고 결핵 흔적도 아니고
결핵균이 다시 활동한 거라면 수술은 미뤄야 한다.
이날만을 위해 몇 개월을 기다렸는데..
정말 쉽지 않은..
이벤트 가득한 버라이어티 한 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