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이야기
센터 업무를 마감하고 술을 한잔하러 고깃집에 갔다. 예전 병원에서 같이 근무하던 친구와 오랜만에 만났다.
A : 병원 나와서 센터 차리니깐 어때?
B : 병원 일이 더 수월했던 것 같아.
A : 무슨 그런 말을, 돈 잘 벌고 있잖아.
B : 그렇지 않아. 더 힘든 것 같아.
술을 한잔 두잔 기울이고...
A : ooo 환자 기억해? 이분은 아직도 회복이 잘 안되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또 이렇게 시작하게 된다. 직장 사람들끼리 만나서 술을 한잔하면 보통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 직장 내에서의 사건사고들이 술안줏거리가 된다. 우리들 또한 마찬가지다. 물리치료사들이 술을 마시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겠는가? 일상적인 이야기도 하지만 대부분 환자 이야기이고 각자의 접근방식과 치료에 대해 이야기한다. 회식은 업무의 연속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그러던 중 사장님이 우리 대화를 들었는지 어떤 일을 하냐며 물어왔다.
B : 여기는 ooo병원 물리치료사이구요. 저는 체형센터 운영해요.
그러자 사장님은 고기를 하도 많이 썰어서 그런지 어깨가 너무 아파서 힘든데, 병원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된다며 물었다. 술기운 때문인지, 각자 힘들게 일하고 모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앞다투어 사장님을 진단하기 시작했다.
팔 앞으로 들어보시고 옆으로도 들어보세요! 언제 아프세요?
팔을 옆으로 올릴 때 통증이 느껴지네요. 어깨높이까지 올라가면 아픔이 더 심해져요. 오십견이죠?
A : 오십견은 오십 대에 아주 아프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에요. 사실 오십견은 잘 없어요.
B : 왜 오십견도 있지. 진짜 오십견이면 어떻게 하려고?
A : 에이 설마... 어깨는 뭐 대부분 다른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고, 진짜 오십견은 드물잖아.
B : 그건 그렇지만 뭐...
사장님 : 진짜 오십견이 뭐예요?
A : 진짜 오십견은 원인이 없이 어깨통증이 나타나요. 치료를 받아도 빨라야 1년, 아니면 2년 정도 시간이 지나야 통증이 완화돼요.
B : 진짜 오십견이면 통증이 처음 생긴 뒤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다가, 어느 순간 사라져요. 하지만 모든 사람이 2년 이내에 회복되는 것은 아니에요. 일부는 증상이 더 오래 지속될 수도 있고요. 장기간 방치할 경우, 어깨 운동범위가 심각하게 제한될 수 있고, 재발 위험 또한 높아져요. 그래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해요.
A : 병원 가서 치료받으셔요. 오랜 시간 동안 방치하면 좋지 않아요.
사장님 : 장사 때문에 바빠서 시간이 여의찮네요.
B : 실제로 오십견은 자주 발생하지 않아요. 아마 어깨충돌증후군일 거예요. 옆으로 팔을 들 때 손바닥이 천장을 향하게 해서 올려보세요. 이렇게 해도 통증이 생기나요?
사장님 : 그렇게 하니깐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요. 와 놀랍네요.
A : 일단 가능하시다면 그런 방식으로 팔을 사용해 보세요. 그리고 시간 내서 병원 가보세요.
B : 맞아요. 통증 때문에 특정 부위를 사용하지 않으면 근육이 경직될 수 있고, 무리하게 사용하면 염증이 발생할 수 있어요. 가능하면 손바닥 하늘로 향하게 해서 사용하세요.
사장님 : 정말 고마워요. 잠시만 기다려요. 내가 삼겹살 좀 서비스로 더 드릴게.
A : 정말 감사합니다.
오십견이란 동결견이라고도 한다. 특별한 외상이 없고, 원인도 없이 어깨 통증이 발생하고 그 통증으로 어깨를 움직일 때 지장이 생긴다. 1기, 2기, 3기로 나누어진다.
1기는 약 3개월 정도로 통증이 점차 증가하여 어깨를 움직이지 않을 때도 통증을 느낀다. 2기는 3개월에서 12개월까지의 기간으로 어깨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는 통증이 완화된다. 3기는 12개월에서 18개월 정도의 기간을 이른다. 이때는 통증의 정도가 아주 약해지고, 관절운동을 할 때 통증이 나타난다. 이 시기의 말에 이르면 통증이 없어지고, 관절 운동범위가 늘어난다. 하지만 완전한 회복된 것은 아니다.
어깨충돌증후군이란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하여 어깨 관절에 뼈 사이에 힘줄이 집혀서 염증이 발생하는 것을 이른다. 어깨뼈는 어깨 부위에서 빗장뼈와 함께 위팔을 몸통뼈대에 연결하는 세모꼴의 납작한 뼈이다. 어깨 전체를 차지하는 뼈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어깨는 쇄골, 견갑골, 상관골로 이루어진 삼중 복합체로 구성된 골격체로 인식된다. 어깨 관절은 위팔뼈와 어깨뼈가 이루는 관절로 위팔뼈의 볼록하게 생긴 머리 부분과 어깨뼈의 오목한 부분이 붙어서 형성된다. 이 오목한 부분에 볼록한 위팔뼈가 박혀있다.
인체 관절은 구르기, 미끄러짐, 스핀이라는 운동이 발생하면서 움직인다. 어깨 관절은 오목한 견갑골의 관절와에 볼록한 위팔뼈가 끼워져 있어, 구르기와 미끄러짐, 스핀이 적절하게 이루어지며 움직인다. 구르기는 자동차 바퀴처럼 바퀴의 여러 점이 도로의 여러 점과 만나는 것과 같은 움직임을 말하고, 미끄러짐은 구르지 않고 정지된 축구공이 매끄러운 바닥에 미끄러지는 것과 같은 움직임이다. 스핀은 팽이의 꼭짓점과 바닥의 한 점이 만나 돌아가는 움직임을 말한다. 어깨 관절에서는 구르기와 미끄러짐에 집중해야 한다. 구르기와 미끄러짐이 잘 이루어져야 스핀 동작 또한 원활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어깨 관절은 오목한 관절와(복합체)에 볼록한 위팔뼈가 근육, 인대, 건 등에 의해 부착된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체간에 가까워 다소 동작이 제한되는 오목한 부위에 비해, 볼록한 위팔뼈가 움직이면서 동작을 만든다. 우리가 팔을 옆으로 들어 올릴 때 구르기 동작만 발생한다면 위팔뼈 머리가 관절에서 벗어나는 탈구를 일으키게 되고, 구르기와 미끄러짐이 같이 발생해야 안전하게 팔을 들어 올릴 수 있다. 오목한 면이 아닌 볼록한 위팔뼈가 움직일 때, 구르기와 미끄러짐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이 움직임은 자동차 바퀴를 생각하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동차 바퀴가 구덩이에 반쯤 빠졌다고 생각해 보자. 자동차 엑셀을 세게 밟는다면, 바퀴가 구르면서 자동차가 구덩이에서 빠져나간다. 하지만 적절한 힘으로 자동차 엑셀을 밟는다면 구르기와 미끄러짐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구덩이 안에서 바퀴만 돌아갈 것이다. 자동차라면 밖으로 나가는 것이 좋겠지만, 사람의 몸으로 생각해 본다면 어깨관절탈구인 것이다.
우리가 팔을 들 때, 이러한 동작들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면 어깨 관절의 집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구르기와 미끄러짐 동작이 잘 일어나야 팔을 회전할 때 스핀의 움직임도 만들어진다. 이러한 움직임이 부드럽게 일어나야 어깨 관절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고 움직이게 되어 안전하게 동작을 수행한다. 집힘 현상은 팔을 옆으로 들어서 60도에서 120도 사이가 될 때 가장 많이 발생한다. 팔을 들어 올릴 때 약간의 불쾌함이나 통증이 생기고 집히는 느낌이 발생한다. 심해지면 관절에서 “뚝 뚝” 소리가 나는 염발음도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통증으로 인해 팔을 들어 올릴 때 승모근을 사용하게 되거나, 뇌에서 팔을 들어 올리는 방법을 잘못 학습하게 된다. 집힘 현상이 지속된다면 힘줄이 아닌 어깨를 구성하는 뼈인 견봉과 직접적으로 충돌한다. 뼈의 마찰로 인하여 어깨 관절에 골극이 생길 수 있다. 골극이란 뼈의 부딪힘으로 인해 새로운 뼈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골극이 발생하면 운동으로는 치료를 할 수 없고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그때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 선생님 여기 계시네요? 센터회원이었다. 20대이고 재활보다는 운동을 목적으로 다니시는 분이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넸다.
누구야? 회원과 같이 온 일행들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회원 : 우리 필라테스 센터 원장님이야.
그러자 친구들이 뭐? 왜? 그렇다. 아직 필라테스는 여자 강사분들이 많고 남자는 희귀하다. 옆에 있던 친구는 웃음을 참는 눈치였다. 민망해하고 있던 순간 고깃집 사장님이 삼겹살을 들고 오셨다.
사장님 : 여기 있는 분들 물리치료사 선생들인데? 삼겹살 좀 더 가져왔어요.
B : 감사합니다. 사장님.
“맞아 원장님 물리치료사였다”라고 회원이 재차 말을 하자 친구들은 이제 이해된다는 표정들이었다. 그리고 ‘나도 허리 아픈데, 난 어깨 아픈데’라며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사장님 : 팔 올릴 때 어깨가 아팠는데 이분들이 가르쳐 준 대로 하니까 안 아파요. 아주 신기해.
회원 : 진짜요? 우리 엄마도 어깨 아픈데, 어떻게 하는 거예요?
A : 팔 올릴 때 어깨가 아프면 손바닥을 천장으로 해서 올리면 조금 더 편안해요. 그리고 등이 굽지 않게 스트레칭도 하시고요. 목 주변도 마사지로 많이 풀어주면 좋아요.
B : 어깨 관절은 대부분 굽은 어깨처럼 앞쪽으로 굽는 경우가 많아서 손바닥을 천장으로 향하게 하면 어깨 구조가 더 바르게 되어요. 당연히 통증의 원인은 많기 때문에 병원에 가셔서 검사를 먼저 받아야 해요. 회전근개 문제일 수도 있고, 인대 손상일 수도 있고요.
A : 팔을 처음에 들어 올릴 때는 어깨의 승모근은 거의 사용되지 않아요. 극상근이라는 어깨에 있는 다른 근육이 사용되죠. 그러니 팔을 들어 올리려고 할 때 어깨가 으쓱하면서 승모근이 먼저 사용되지 않도록 하셔야 해요.
회원 친구 : 팔 들 때 가끔씩 ‘뚝뚝’ 소리가 나는데 이건 괜찮은 건가요?
B : 어깨 관절이나 힘줄이 부딪히는 소리일 수 있어요. 관절 내 공간이 부족하거나 어깨를 지켜주는 근육들이 약하면 소리가 날 수 있어요.
A : 방치를 하게 되면 같은 부위에 관절 충돌이 생기면서 회전근개 손상이 올 수 있으니, 병원을 방문하셔서 검사 한 번 받아보는 게 좋아요.
회원 친구 : 네, 저 승모근이 자주 아파서 스트레칭 매일 하는데 이건 괜찮죠?
그는 한 손으로 머리를 잡고 옆으로 기울이며 귀가 어깨에 닿도록 스트레칭을 하였다. 그런데 그는 어깨 모양이 옷걸이처럼 축 처져 보였다.
B : 혹시 어깨가 아파서 마사지도 자주 받나요?
회원 친구 : 어떻게 알았어요? 저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마사지 받아요.
A : 음... 일단 스트레칭 마사지부터 멈추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회원 친구 : 왜요? 저 승모근 엄청나게 발달해서 스트레칭도 마사지도 많이 하는데...
B : 거울을 보았을 때 어깨 모양이 옷걸이처럼 쳐져 있지 않나요? 승모근이 커 보이고요.
회원 친구 : 네 맞아요. 그것 때문에 일부러 마사지 받는 거예요.
A : 그런 경우가 많은데요. 승모근이 발달한 게 아니라 늘어나면서 약해진 경우가 많아요.
B : 맞아요. 오히려 승모근 운동을 해야 할 것 같아요.
회원 친구 : 아... 그렇구나!
고깃집에서 술 먹으면서 상담이 시작되었고, 술 한 잔과 더불어 회원 유치를 위한 시간이 되었다. 생각보다 어깨에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 많고, 어깨 관절에서 염발음이 발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깨는 불안정한 관절이므로, 방치하기보다는 빨리 검사받고 조치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