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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1부 마감.

by PT 조

신경계 물리치료사들은 ‘NDT 써티’라는 자격을 추가로 취득한다. 급성기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전문적인 과정이 필요하고, 앞에서 말한 자격을 취득해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인정하는 치료 자격요건을 갖추게 된다. 급성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정하는 기준으로, 요즘은 (신경계 환자의 경우) 6개월 미만의 환자를 말한다. 이 과정은 병원 근무 경력 그리고 병원에 재활의학과 과장의 승인을 받아서 이론과 실습 과정을 거친 뒤 일련의 시험을 쳐서 취득한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내가 실습생 때 있었던 일이다.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넘게 흘렀는데도, 가끔 생각이 난다.


병원 재활의학과 과장님 방에서 다투는 소리가 났다. 문이 쾅 닫히며 물리치료실의 선생님 한 분이 고민스러운 얼굴로 과장님 방에서 나왔다. 당시 40대 후반이었던 선생님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른 물리치료사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A : B 선생, 과장님이 ooo 환자분 치료 방법을 바꾸래. 환자 보호자가 과장님을 찾아간 듯해.


B : 네? 보호자분이요? 아, 과장님한테 설명 잘 드려보지 그랬어요? 너무 성급한데, 그분 지금 지팡이 잡으면 못 놓습니다.


A : 설명드렸지, 그런데 어쩌냐... 과장님도 그냥 지팡이 써서 보행 먼저 진행 하란다. 방금 이야기해보고 나왔어


B : 제가 그분 중간평가표랑 치료 진행사항 정리할게요. 들고 같이 과장님한테 가요.


A : 그래, 같이 가보자.


하루 업무가 마무리되는 시간이 다가왔다. 재활의학과 과장님이 물리치료실에 방문하였다.

과장님 : A 선생님, B 선생님한테 전달 하셨죠? ooo 환자분 치료요.


A : 과장님, 그렇지 않아도 B 선생과 찾아뵈려 했는데요. B 선생님~


B : 아, 안녕하세요, 과장님. 자료 준비 때문에 찾아뵈려 했는데 제가 좀 늦었네요. 그 환자분 아직 너무 이릅니다. 지금 지팡이 손에 쥐면 못 놓을 가능성이 커요.


과장님 : 근력 평가가 이 정도로 높게 나오는데, 빨리 지팡이 써서라도 보행 학습시켜야죠.

A : 근력 평가는 좋은데 그분 아직 인지능력에 문제가 좀 있고, 감각 부분도 부족해요. 조금만 천천히 진행하면 안 될까요?


과장님 : 아까도 말씀드렸잖아요. 그 환자분 보호자 분이 벌써 몇 번째 찾아와서 재촉인 거 알잖아요. 지팡이 보행 먼저 진행해도 큰 문제 없을 것 같은데.


B : 과장님, 이분 근력보다 보행 시 심리적으로 불안해하셔서 경직도 여전히 심해요. 지팡이 쓰면 다시 못 놓을 것 같습니다. 퇴원 후에 다시 못 걸을 수도 있구요.


과장님 : 무슨 말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보호자분께 설명했지만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듯 합니다. 입원할 수 있는 기간도 얼마 안 남았어요.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어요. 방법 바꾸어서 진행하세요.

A: 과장님, 치료과정, 중간환자평가표 준비 다 되어가니깐 10분만 기다려주세요. 찾아뵙겠습니다.


과장님: 후... 알겠습니다.


뇌졸중 환자의 경우 신체에 경직이 일어난다. 내가 스스로 힘을 주려 의도한 것이 아님에도 몸에 힘이 들어간다. 따라서 근육이 움츠러들어 움직임에 제한이 생긴다. 이를 ‘불수의적’인 움직임이라 표현한다. 위의 일화에서 등장한 물리치료사는 지팡이를 사용하면 당장은 보행이 가능하겠지만, 차후에 지팡이 없이 걷게 되면 환자가 의존하던 지팡이가 사라지면서 경직도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걱정을 하는 것이고, 의사의 경우 보호자의 요구와 더불어 입원 기간이 제한되어 있기에 최대한 빠른 시기에 보행을 가능하게 만들고 그 이후 치료 방향을 다시 설정하자는 의미이다. 두 가지 모두 환자에 대한 최고의 치료 방향은 무엇인지,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는지에 따라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10분 뒤 두 명의 치료사와 과장님은 방에서 환자에 대해 회의를 하기 위해 모였다. 그리고 한참 동안 토론을 하였다.


치료는 그야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다.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환자의 인생은 달라진다. 위의 경우처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의 의견에 대해 토론하고 협진한다면 환자에게는 현재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선택이 이루어질 것이다.


물리치료사와 의사가 환자 문제로 다투는 경우가 가끔씩 있다. 만약 이렇게 환자의 문제로 다투는 의사와 물리치료사를 본다면 꼭 기억하라. 그리고 그들에게 내 몸을 맡겨라. 열정이 넘치는 선생님들이다. 치료사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환자에 대한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환자를 보아도 각각의 다른 관점으로 보기에 충분히 다를 수 있다. 어떤 치료가 옳은 치료라고 말하기 어렵다. 사람의 신체는 수학처럼 답이 있지 않다. 몸은 복잡하고 체인처럼 연결되어 있기에 어떠한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체형 교정이란 어떠한 학문인가? 정답을 내릴 수 없다. 사람에 따라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달라지기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 그러므로 체형 교정은 각각의 사람에게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선배 물리치료사분이 내게 해준 말이 기억난다.


1년 차에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열정이 넘치고,

3년이 지나면 자신감이 붙는다.

5년쯤 되면 모든 사람을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10년이 지나면 다시 치료가 어려워져 고개를 숙이게 된다.


사람의 몸은 어렵다. 환자뿐만이 아니다. 운동 또한 마찬가지다. 어떻게 운동 하냐에 따라서 우리의 몸은 달라진다. 예쁜 몸을 만들기 위한 운동 또한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몸이 바뀌는 속도도, 방법도 바뀐다. 몸을 키우는 벌크업이 될 수도 있고 다이어트가 될 수도 있다. 교정 운동은 더욱 어렵다. 목이 아프지만 그 원인은 발가락에 있을 수도 있고 무릎에 있을 수도 있다. 목에 통증을 느끼는 사람은 목에 관련된 운동만을 찾아본다. 통증이 순간적으로 좋아질 수는 있겠지만, 재발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신경계 손상이나 근골격계 손상을 가진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고통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그리고 답답한 마음에 명확한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한다. 재활치료와 운동에 수학 공식처럼 정해진 답이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체는 연결되어 있고 근골격계 문제뿐만 아니라 내분비계통이나 심리적인 요인, 유전적인 요인에 따라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내용은 변하지 않는다.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운동이나 재활에 접근한다면 느리지만 조금씩 내 일상에 변화가 찾아오고 항상 고통에 시달려온 내 얼굴에 조금씩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이 글을 끝으로 1부 연재를 마치려 합니다. 이번 글은 나의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운동과 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때로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고, 또는 이미 알고 계신 내용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전하려고 한 메시지는, 운동과 치료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이해함으로써 통증이나 불편함에서 벗어나는 것에 있습니다.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하더라도, 여러분의 마음속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바쁘고 고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신체의 통증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길 바라며 보다 건강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여러분의 삶에 희망과 치유의 빛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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