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나는 무엇인가를 하는 데 있어서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을 그만둬버리는 사람이다.' '나는 어떤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확실한 직업적인 목표가 없는 사람이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마주하면서부터 나는 갈 길을 잃었다. 주변 사람들의 간섭, 인사치레와 같은 걱정들과 출처가 불분명한 조언들 속에서 휘둘리고 싶지 않아 발걸음을 멈췄다. 놓치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나는 남의 말이라면 납득이 되는 구석이 있어야 움직이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아닌 누군가의 입밖으로부터 들려오는 취업에 대해서 일단 나는 멈춰 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누군가가 여태껏 뭐 했냐고 물으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 기질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더 이상 나의 한계를 그어놓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억지로라도 한마디 하자면, 나는 그 시기에 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을 했다고 말할 뿐이다.
지금은 그나마 다행히도 취업에 대하여 스스로 충분히 납득이 된 상태이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본질로 돌아가야 했다. 현실을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말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이를 고민한 끝에, 결론적으로 나는 현실을 살아가는 것을 나의 생존, 나아가 인류의 생존을 위해 힘쓰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생존을 쟁취하는 것은 인간이 생존의 문제를 사회에 위탁하여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지금 현재 내가 속한 사회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게 힘쓴다는 것과 같다. 이 지점에서 취업이 의미를 갖는다. 결국 취업은 현실을 살아가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 중 하나인 것이다.
물론 취업 외에도 여러 가지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마땅히 다른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지금 현재로서는 내가 어떤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확실한 직업적인 목표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일을 하든 간에 그 가운데 내가 어떠한 방향으로든 발전할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따라서 지금은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든 시작해야 그 안에서 나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더 넓은 길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요 근래에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 그것은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을 앞둔 사람에게 무례하게 말 한마디 거들지 않도록.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스피커가 되지 않도록. 타인에 대해서 충분히 알아보지 않고 나 편하자고 무심하게 말하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해야 하는 말을 타인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타인의 존재와 내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영역을 무시하지 않도록. '존중받고 싶다면 먼저 존중해라'라는 오래된 말이 있다. 앞서 말했듯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나는 이 말을 '나를 존중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존중한다,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사랑한다.'라는 말로 표현하며 살아갈 것이다.
때로는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에게서 강한 연대와 지지를 느끼듯, 이 노래가 여러분을 위로하기를 바랍니다. 사건이 지난 후에 돌아보는 누군가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김건재 (실리카겔) , EBS 스페이스 공감 1360회